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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불빛이 가득 번쩍이는 도시를 내려다보는 마음은 외롭다.
체면과 의무감에 짓눌린 어깨를 움추리고, 단지 한 무리중의 일원으로 흡입되는 나는 내 존재를 잃지않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40대인 나는 젊은 작가들보다는 익숙하고 정서가 맞는 중견작가들을 만나왔고 그게 편했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과의 만남은 생각지 못한 소재나 상상력으로 즐거움을 주기도 했으나 도시를 바라보는 마음처럼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이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분명 그들의 상상력이나 창조성등 능력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고, 현재를 살아가는 일원으로 자꾸 부딪치며 느끼는 회의와 불안에 대한 감정때문이 아닌가 싶다.
김중혁의 [1F/B1]은 한편의 짧은 액션영화를 보는 듯 빨려들어갔다. 도심속에 얽혀있는 어딘가에 있을 법한, 알수 없는 지하조직의 세계,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뭉쳐있고 이것은 권력으로 , 권력의 중심자에 의해 어느 방향으로든 진행될 수 있다. ' 각 빌딩의 지하가 연결되고 비밀 관리실이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관리실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관리실따위 어떻게 만들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p34)'처럼 보통사람들의 사회적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언제든지 쉽게 그들의 이해에 따라 조정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어디서나 쉽게 마주치는 1F/B1 사이의 끼여있는 사람들과 공간을 다룬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는 그림 한 점에서도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화원을 하는 '김'에게 언젠가 신세 진 적이 있는 어른이 운명하실 것 같다는 소식은 조화배달에 앞서 죽음의 기다림으로 이어진다.그 사이 저녁약속이 있던 여자와의 통화에서 그는 헤어지려고 마음 먹으나 자기와 동일시되는 같은 종류의 트럭사고와 불꽃을 보고 뜬금없이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게된다는 내용이다.
그가 사는 도시가 아닌 낯선 도시였기에, 불안과 두려움이 점지해준 고백은 진심이 아닐수 있고, 그는 바로 이 상황을 얼버무리고, 부끄러움에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참을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의 일상은 지루함과 외로움에 허덕이며 변덕을 부리고, 감정의 윤곽을 헤아리지 못한 채 즉흥적이고 충동적일 수 있으니까. 인생의 많은 장면들이 그렇듯 모두가 진실인 것도 아니고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이장욱의 [변희봉]은 재미있었다. 한 배우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것도 재미있거니와 유머로 술술 넘겨지지만 결코 가벼운 얘기는 아니었다. 가슴 저변에 아련히 저려오는 그 무엇은 주인공 만수가 더욱 애닯게 느껴졌다. 명백히 존재하지만 대다수에 의해 부정당하고 대가리에 쪼매 구멍이 난 병이 든 사람으로 치부될때 나 또한 그러한 현실에 눌려 진실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인형의 집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인생은 왜 빛이며, 죽음은 왜 어둠인가, 삶은 오히려 어둠의 편에서 오는 것은 아닌가"(p120)하는 대사처럼 만수는 삶속에 잠복해 있는 외부를 역설적으로 들여다 보고 인식전환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듯하다. 부친이 변희봉의 존재를 인정하는 마지막 음절에서 만수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다름의 인정, 가능성의 열린 사고는 어둠속의 삶에서 한줄기 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는 첨단과학기술시대에 존재론적 회의공법으로 등장한 돌멩이 기계, 시대를 거슬러 전혀 판매될 것 같지 않는, 지도는 보여주지않고 "글쎄요, 애매한데요"라는 대답을 하는 네비게이션이나 " 곧 점심시간입니다"따위의 소리로 시간을 가르쳐주는 시계등의 소재로 독특하면서 신선했다. 우주를 탐사하고, 복제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이 시대에, 과학자 신우정이 개발한 ' dull'의 브랜드가 히트치는 것처럼 우리는 갈수록 뭔가 부족한 부분을 더욱 그리워하고 존재에 대한 회의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거라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 밖에 할머니와 엄마, 나의 3대에 걸쳐 가족상실의 고통을 마주하고 할머니의 퇴락한 집을 보루로 옛기억을 복구하는 정소현의 [돌아오다]와 중국인 불법체류자 얘기를 다룬[중국어 수업], 첫사랑 개그맨의 에둘러 온 엽서로 잃어버린 시간과 애도를 보여준 김성중의[개그맨]이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를 통해 나는 보았다. 인간은 고립된 도시속에 죽음과 이별을 통한 상실의 아픔이 배어있고, 불안과 초조속에 진실이 외면되고 부정될 수 있음도 보았다. 그리하여 그러한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화도 내지만 인생은 알 수 없는 결말이기에 자신의 존재를 부단히 확인하고 뒤돌아보며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소설에 나오는 변희봉선생의 주례의 말을 새겨본다.
'인생이란 영화라든가 드라마와 다른 것입니다. ...수많은 발단과 시시한 절정과 엉뚱한 결말이 무수하게 교차하는게 인생입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하나의 스토리인지 알 수가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게 또 인생입니다. 그러다가 중간에서 필름이 끊기듯 갑자기 끝나기도 하는 거지요.'(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