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 소설의 대가이면서 모더니즘 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헨리 제임스는 이 책을 통해 결혼을 둘러싼 내면 갈등을 겪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순정을 배반당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속녀 캐서린에 대한 이야기로 그녀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두 남자 즉 아버지와 약혼자의 대결은 책읽기를 재촉하게 한다 . 캐서린은 화려한 외모나 남자들의 호감을 끄는 매력있는 주인공이 아닌 건강하고 말주변이 없는 유순하고 순종적인 여성이다. 유명한 의사로 냉철함과 통찰력을 지닌 아버지 슬로퍼씨는 상냥하고 교양이 넘치는 아내를 캐서린을 낳은 후 바로 잃고, 사랑했던 죽은 아내의 미모도 재기발랄함도 물려받지 못한 딸에게는 실망하여 거리를 두고 냉소적으로 대한다. 아버지에 대해선 끔찍이 좋아하지만 경외심을 느끼고 있던 캐서린앞에 단지 그녀를 상속녀로서의 가치로만 평가한 잘생긴 외모와 빠른 두뇌를 가진 모리스 타운젠드라는 남자가 등장한다. 현란한 말솜씨와 환심을 사는데 재주가 있는 그는 단번에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허나 슬로퍼씨는 직업도 없고 가난한 고아인데다(아이 다섯에 상처한 가난한 누이만 있음) 방탕하게 살며 재산을 탕진한 그를 금전적 동기로 계산적으로 접근했다고 믿으며 결혼을 반대한다.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무조건 모리스편을 드는 고모, 결혼을 재촉하는 모리스사이에서 내면 갈등을 겪는 캐서린은 결국 아버지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하기로하지만 (이는 아버지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산에 눈이 먼 약혼자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는다. 캐서린의 관점에서 유복한 집안의 훌륭한 아버지를 두었음에도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마음의 상처는 깊었다. 그는 냉소적인 자세로 딸을 평가절하하였으며, 단지 그가 의사로서 일으킨 부(富)를 탕진할까봐 두려워 딸의 사랑하는 마음도 , 사랑을 잃은 후의 상처도 간과하는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다. 깊은 상처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받으며, 설사 알게 모르게 한 잘못이 있다면 반드시 용서를 구하며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작업이 꼭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감정의 원천을 다친 그녀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 중요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는 18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야기지만 지금 상황에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 소재로 결혼은 예나 지금이나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고, 부모나 본인 자신에게 신중한 결정이어야한다는 점에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