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창.통 -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이지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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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인류는 수백년간 수렵.채집생활을 하다 약 1만년전부터 비로소 농경, 목축을 하며 정착생활을 했고, 300년 전부터 산업혁명, 60년전부터 고도과학기술 문명, 20년전부터 IT네트워크사회로 빠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에 시작된 미국의 경제위기는 결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이폰의 매력은 소비자를 놀라운 세상으로 이끈다.

 

이러한 영원한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저자는 혼.창.통(魂.創.通)의 생존원리를 제시한다. 한 신문사 경제섹션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초일류기업의 CEO나 경제석학들과의 인터뷰와 만남을 통해 모든 성공과 성취의 비결인 혼창통을 알게되었고, 많은 사례와 대가들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혼은 '사람을 움직이게 하고, 버티게 하고, 극복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강렬한 혼을 원동력 삼아 창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창은 '혼을 노력과 근성으로 치환하는 과정으로 매일 새로워지는 일이고, 익숙한 것과의 싸움이다.  혼을 서로 소통하는것 또한 중요한데 통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경청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해야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즉, 큰 뜻을세우고 늘 새로워지도록 노력하며 늘 귀 기울여 소통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경영이나 조직운영철학으로 지극히 당연하고 진부한 얘기인 듯 하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취한 대가들이 들려주는 생존전략으로 답은 '기본'에 있다는 것이다.지식경제 고도화사회에서 일반적인 지식은 의미가 없어지고 시대의 패러다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어 경험과 지식축적보다는  차별화된 아이디어나 창의성, 스피드등이 더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타성이 인간의 타고난 습관이고 현상유지편향을 지니는 우리로서는 변화를 알면서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특히나 보수성향이 강한 우리는  진입장벽이 높고 타분야에 대해 배타적이며, 모든 분야를 아울러 연결시키는 新르네상스적 발상이 부족하고, 권위적인 유교사상과 유연하지 못한 사고는 소통하기에 장애가 있다. 아직도 고등학교에서  이.문과를 분리하고 한쪽만 배우며, 시험만을 위한 공부를 하는 폐단은 빨리 없어져야 할텐데 그나마 다행인것은  점차 인문학과 과학, 예술등 여러분야의 교류나 접합의 필요성이 인식되어 세미나나 책을 출간하는 일이 생겨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이가 어려서 영국에서 학교를 다닐때  학교 보조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견학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러면 견학 후의 작업은 학교에 돌아와서 사회, 미술, 역사, 과학등 그 학습범위는 점차 확대되어 연결되고 각 과목을 아우르는 학습이 이루어진다. 또한, 자신의 의사를 발표하고 듣고 나누는 일련의 과정은 소통의 기술을 자연스럽게 배워나가게 된다.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한 리포트는 아이의 장점을 이끌어주고 칭찬해주는 방식으로 아이가 주눅들거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를 준비하며 혼창통을 실천하고 있는 교육이 아니던가? 이와 비교하면 우리의 현실은 내가 학교 다니던 30여년전의 교육이나 지금의 교육이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직장생활의 경우도 그렇다. 부인과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던 삼성의 혁신경영의 바람이 불었고, 세계화에 발맞춰 경영자들의 다양한 개혁과 시도가 진행중이기는 하나 직위도, 서열도, 권위도, 보스도, 관리자도, 피고용인도, 표준화된 고정 업무도, 지시도 없다는 '관리혁신'의 대표적 기업 W.L고어사를 보면 아직도 변화해야 할 부분이 많을 듯 싶다. 물론 W.L고어사가 본보기도 아니고 덩치가 크지않은 회사이기에 가능했겠지만 혼창통의 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을 느끼게 된다.

 저렴하게 고객의 입맛대로 맞춤 가구재료를 공급해주는 '이케아'나 개방과 참여로 위기를 타개한 '레고'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창의적 아이디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기도 했다.

 

 '사람이 자산이다'라는 문구처럼 인재경영의 통찰 또한 중요하다.직원들에게 투자하고, 서로 이해수준을 높여 소통하고 가치를 공유하며 나아가야 할 바를 확신한다면 신바람나게 재밌는 일터가 될터이니 말이다.

 

그럼,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스스로 자문하는 오늘밤, 잠 못이루며 뒤척이며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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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존 S. 메이저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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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원전 2000년경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길가메시 서사시를 비롯하여 1930년대까지 시간대별로 분류한 책으로 동서양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 철학자뿐 아니라 갈릴레오나 토마스 쿤에 이르는 과학자까지 포함한 133인의 작가에 대한 고전 백과사전이라 보면 좋을 듯하다.1960년에 초판이 발간 된 이후 수정된 4판으로 서양문학에 집중되었던 대상을 전 세계문학으로 확대하기 위해 공동집필자까지 영입하였다고 한다.

 

해당 작가들은 저자 패디먼의 개인적, 주관적 판단에 따라 취사선택되었고 그들에 대해 짧은 논평중에는 생애, 대표작,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내용을 제시하였으며 비평은 칭찬일색이 아닌 솔직한 그의 느낌이 살아있다. 저자 클리프턴 패디먼은 헤밍웨이는 장편소설보다 단편이 뛰어나다거나 장 자크 루소는 가장 짜증나게 만드는 작가며 합리적인 독자를 불쾌하게 한다는 독설을 퍼붓는가하면 윌리엄 포크너의 마음을 알수 없어 소개는 하지만 그리 재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과감히 하고있다.

 그러한 저자에 대해 궁금증이 유발되어 그를 살펴보니 그는 대학 졸업 후 대형 출판사에서 10년간 출판 편집자였고, 리뷰섹션의 책임자로 근무하였으며 '이 달의 책'클럽의 수석 심사위원으로  명성이 높았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밝혔듯이 여기 소개된 책을 평생 읽어왔고, 허먼 멜빌의 '모비딕'은 다섯번,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세번을 읽었다고 말하는 등 상당수 작품을 여러번 통독한 뉘앙스를 풍기며 자신있게 독자들에게 충분히 검증된 고전을 권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청소년기에  고전이라 불리는 책을 펼쳐들었지만  몇 장을 넘기기 힘들어  했던 아픈 추억이 있다. 나의 수준도 그리 고전을 소화할 수준이 못되었거니와  작가의 특성을 알지못했고  그 나라 문화나 배경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무작정 명성에 이끌려 잡아들었다가 지루해지거나  어려워져 책을 닫은 경험이 몇번있다. 번역에 의해 웅장한 문체나 영어의 리듬을 느끼지 못하는 한계나 아직 인생의  의미에 대한 심오한 통찰이나 인식부족은  책을 소화하기에 무리인 점도 있었을 듯 싶다.

 

따라서 저자는  "인생의 마흔까지는 책으로 따지자면 텍스트이고 마흔이후는 그 텍스트의 주석이다"라는 좋은비유를 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고전은 다양한 시련이나 모험, 사건등으로 지적성장과 성품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만 중년에 다시 읽는 고전은 그동안 쌓인 경험과 넓어진 시각으로 그 의미가 다시 새겨지고, 가슴에 와 닿는 경험을 할 수 있기에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평생 독서를 통해 재독, 삼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찰스 다윈이 진화이론을 정립했어도 성경교리에 정면도전하여 자신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 가져다 줄 고통때문에 고뇌하는 심정이며,  불운한 인생의 연속으로 병적이고 죽음소망과 분열된 성격을 책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애드거 알렌 포,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왜 도무지 읽을 수 없는 작품이었는지,  20세기의 대표적 작가로 카프카가 사후에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된 이유까지 이 책은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늘려주며 친절한 안내를 자청한다. 뿐아니라 동양의 공자, 맹자, 사마천, 나관중, 마쓰오 바쇼, 나쓰메 소세키, 다나자키 준이치로등을 포함하고, 남미나 아프리카작가를 포함시키며, 2차 세계대전이후 등장한 현대의 거장들도 더 읽어야 할 작가들100명에서 소개하고 있다.

 

나는 뭔가 마음속에 간절히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이 세상에 대한 그들의 특별한 견해를 전달하는 스위프트, 헉슬리, 솔제니친, 카뮈등의 참여작가가 좋다. 또한 스탕달이나 톨스토이처럼 인간의 본성을 더 깊고 넓게 탐구한 작가들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

 

 "고전은 다시 읽게 되면 전보다 더 많이 당신 자신을 발견한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가능하면 이 세상 떠날때까지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픈 소망이 생긴다.번역본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 친절히 안내하는 이 책은 나에게는 소망을 이루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기에 소중히 간직할 책이 될 것이고, 고전으로 독서계획을 세우고자 하는 모든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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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김병종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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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주는 매력적인 제목은 나의 주목을 이끈다.
그리며 사랑하며, 김병종의 그림묵상~

 
저자는 현 서울대학교 미대교수로 국내외에서 20여 회의 개인전과 국제 아트페어, 광주비엔날레등에 참여하였고  대학시절 신춘문예당선으로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으며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특이한 이력으로 눈길을 끈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그는 아직 신앙이 한 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 같은 절망감이 든다고 했지만 이 책의 반 이상이 성경귀절과 그가 그린 예수님 얼굴, 당신에 대한 사랑과 고백으로 가득 차 그의 생각과 그림의 근간이 신앙심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아마 그의 신앙에세이로서의 성격이 다분하다.

 
종교적인 문제를 뒤로하고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봉천동 달동네의 희망을 전하는 파랑새그림하며,그가 쿠바와 멕시코를 여행하다 본 카브리해, 에게해등 물의  여행을 통해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물빛과 풍경을 그린 그림들이었다. 안타깝게도 내게는 아직 깊은 신앙심으로 공감하고, 감동을 받기보다 원색적이며 단순한 형태의 알록 달록한 그림들이 더 큰 끌림으로 다가온다.

나이에 따라 취향도 바뀌어 이젠 뭐든지 단순하고 동심처럼 밝고 환한 것이 좋다.

그림도 예외는 아니어서 원색적인 화려함이, 치장이나 장식적인 멋보다는 단순하고 여백의 미를 드러낸 편안한 것이 좋아진다. 이 책이 내 눈을 사로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양 빛에 녹은 깊은 청남색 물의 빛갈은 신비한 정령처럼 나를 빨아들이려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삶과 죽음의 경계마저 아스라해져 저렇게 고운 물속이라면 죽음마저도 화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카리브해의 물색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느낌인 반면, 에게해의 청록색은 저녁이 되기까지 흔들림없는 고요 속에 그 색 그대로였다. ...그런데 색깔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가만히 귀 기울이면 그 바다에서는 숨 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디 숨소리뿐인가 .물이 뒤척이고 물이 웅얼대는 소리도 들려온다.바람 끝에 실려 오는 독특한 향기도 있다..(p25)


축복처럼 환하게 비추는 달빛은 가난한 동네에 넘실대는 고달픈 삶을 어루만져주는 듯했다. 그 달빛 속에 문득 어디선가 파랑새 한마리가 날아와 이렇게 재잘거리는 것 같았다."희망을 잃지 마세요. 좋은 날이 온답니다."(p231)

 

저자도 말한다. 그림이란 기운을 나누는 것이라고.. 사랑의 기운, 기쁨의 기운, 평화의 기운을.

직접 가 보지는 못햇지만 이 책을 통해 난 청옥색 카브리해의 바다에 풍덩 뛰어든다. 봉천동 달동네의 파랑새를 만난다.

그의 말대로 인생은 한바탕 탱고와 같은 것~ 즐거운 마음으로 마음의 평화를 느끼며 낙관적 기운을 나누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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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연중행사와 관습 120가지 이야기 - 일본 황실 도서관의 수석 연구관에게 직접 듣는
이이쿠라 하루타케 지음, 허인순.이한정.박성태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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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생활할때 일본인은 같은 동양권의 외모와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어  친숙한 느낌을 받는다.

나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국에서 보낸 몇여년동안  친하게 지내며 장도 같이 보고, 집에서 식사도 같이했던 친구 아키코에 대한 그리움과  그 집에 있던 달마나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등을 책 속에서 발견하곤  반가움이 앞서기도 한다.

 

일본인의 관습은 고대부터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여오거나 한국의 문화와 뒤섞여 형성되기도 하고, 일부는 메이지 시대 이후 불과 100여년 전에 정착된 것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황실도서관 수석연구관으로 일본인의 자연관과 신앙, 정월의 관습, 연중행사와 관습, 결혼, 임신, 출산, 경사, 선물, 편지, 운, 장례식의 관습및 관습에 관련된 속담까지 11장에 걸쳐 사진과 더불어 간략화된 관습까지 간단하게  안내하고 있다.

 

자연 만물에 두루두루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지금도 전국에 8만 혹은 10만이나 되는 신사가 있으며, 신도(神道)와 불교가 공존하고 융합한 습속이 남아있는 나라, 일상생활을 [게]라 하고, 신사의 제례나 절 법회, 정월이나 명절, 오본등의 연중행사, 관혼상제를 행하는 날을[하레]로 정해 생활의 변화를 주는 나라, 일본이다. 

 

 전자산업이나 자동차등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해 선진국 대열에 들어있지만 과거 농경이 주생활수단으로 24절기를 따르거나 섣달 그믐날 제야의 종을 울리거나 중매인에 의해 맞선을 보거나 예물교환하며 피로연을 여는 풍습, 회갑연을 열거나 수의를 입히고, 장례식장에서의 밤샘이나 분향등 우리와 비슷한 관습 또한  많았는데, 이는 앞서도 얘기했듯이 중국에서 들여온 산물이거나 일제강점기동안 문화가 뒤섞여 내려온 결과이다.

 

재밌는 것은 여자아이들의 명절 히나미쓰리(3월 3일), 남자아이 명절인 단오절(5월 5일-원래는 여자아이 축제였다함)이 각 각 따로 있어 장식하는 인형도 음식도 다르다. 조상의 영혼에 공양하는 오본은 우리나라로 치면 제사를 말하는 것 같은데 일본은 7월 15일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영혼이 이승으로 돌아 온 것을 공양하기 위해 춤을 추는 본오도리가 행해지고 13일 저녁에는 정령맞이 불을 피우고, 준비한 야채나 과일등을 바다에 띄워보내는 정령 띄워 보내기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지진제를 지내고, 칠복신의 복신을 모시는 등 일본특유의 관습도 엿보았다.

 

또한  신세 진 사람에게 선물을 하는 관습, 경사스런 일인지, 불행한 일로 선물을 보내는 지에 따라 포장지 수나 포장밥법, 매듭의 모양이 달라지며 선물에 장식하는[노시]나 [미즈히키]는 경우에 따라 부착여부가 달라지는 등   형식과 의례를 중히 여기는 그  세심함은 정말  놀라울따름이다.

 

속담에도 건강과 음식에 관한 것이 눈에 띄었고, 결혼에 관한 속담 중 재미있는 것은 '쌀겨 세 홉만 있으면 데릴사위로 가지마라', '딸이 셋이면 집안이 망한다', 신부를 맞이 할 때는 부모를 먼저 보아라',출산에서도 '딸 먼저 아들 다음', 경사스러운 일에는 적게, 불행한 일에는 많이'의 축의금과 부의금에 대한 속담까지 정서적으로 우리와 많이 통하고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대에 따라 관습이 간략화되고, 이제는 잊혀져가는 관습도 있지만 신사에서 제사를 지내고, 씨족신이나  조상을 공양하고, 개인의 입신양명과 영혼구제,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인생의 고비마다 갖가지 행사를 치뤄 삶의 과정을 축복하는 마음은 동양권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깍듯한 인사와  남에게 폐끼치지 않으려는 예절, 뛰어난 준비성에 친절함까지, 애니미즘이나 샤머니즘에 젖어있는 듯한 집안 분위기, 아기자기한 선물포장과 오밀 조밀한 물건등 내가 만난 일본 친구를 통한 이미지는  우리와 다른  일본문화를 접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일본이라는 나라를 더 가까이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문화란 한 인간 집단의 생활양식으로  학습되어지거나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간략화되거나  소멸되기도 하는데 우리도 또한 이런 전통이나 관습을 통해  조상의 얼이나  고유한  문화를 잃지 않기위해  잘 보존하고 계승하는 노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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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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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에선 엄마에 대한 애뜻함에 눈물을 자아내게 한 저자가 이번엔  이 책을 통해 20대 방황하던 젊은 날에 대한 추억에 젖어들게 한다.

 얼굴을 가리는 투구부터 두툼한 보호대를 차고 대치한 정렬된 푸른 군복의 젊은이들
멀리 울려퍼지던 투쟁가와 구호,  찢겨진 대자보와 빨간 글씨의 현수막, 
여기 저기 불안하게 도사리고 있는 도화선이 터지기라도 한다면

 날아오고 가는 돌맹이와 불 붙은 화염병 노란 최루탄 가스와 방망이질..
급박한 상황에 넘어지고 다치고, 붙잡히고 끌려가 차 위에 오르면 어딜론가 소리없이 사라지는 닭장차(?)...

 80년대 젊음이라는 의미는 시대적 상황에서 앞장서야 할 책임의 주체처럼 느껴졌고,학교앞 동동주를 파는 허름한 술집에선 시대적 아픔이 우리가 풀어야 할 최대 난제처럼 한숨짓고, 울분을 토하며, 구호를 부르짖는 소임을 맡아야 될 것 같은 시절이 있었다.
 

 여기 네 명의 젊은이도 그 시대에 대학생으로 각기 다른 아픔과 방황의 숱한 날들을 몸부림치며  앓고 있다. 어릴적 친구 정윤과 단, 또 한쌍의 어릴 적 친구 윤미루와 이명서~ 그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윤교수~

 암 투병생활을 하는  엄마와 일찍  떨어져 서울로 올라 온 정윤,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하며 정윤을 사랑하지만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한 단,  언니의 그림자같이 언니에게 완전 분리되지 못하고, 언니의 불행이 자신의 탓이라 죄책감을 안고 사는데 손까지 데어버린 윤미루, 그런 친구를 곁에서 힘겹게 지켜봐주고 있는 명서까지....

 그들은 이 시대에 쫓기고 고독하고 불안하고 두려움속에서  힘들게 견뎌내고 있을 뿐이었다. 젊음은 그런것이다.  통과의례를 거치며 성숙을 위한 아픔을 거쳐야 하는 것이었다. 나의 젊은 날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왜곡된 진실앞에 불타오르고, 알수없는 미래와 홀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고독감에 한 없이 걷던 그런 젊은 날이 있었다.

 그러 하기에 윤교수는 예수님을 업고 강을 건너 구원을 받은 크리스토프의 얘기를 들려준다.

 여러분은 각기 크리스토프인 동시에 그의 등에 업힌 아이이기도 하다. 여러분은 험난한 세상에서 온갖 고난을 헤쳐나가며 강 저 편으로 가는 와중에 있네...우리 모두는 차안(此岸)에서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여행자일세.그러나 물살이 거세기 때문에 그냥 건너갈 수는 없어.무엇엔가에 의지해서 이 강물을 건너야 해. ...강을 가장 잘 건너는 방법은 서로가 서로에게 크리스토프가 되어주는 것이네...그러니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하게 여기게.(p62~63)

 인생은 매순간 우리에게 힘든 결단과 희생을 요구합니다, 산다는 것은 무(無)의 허공을 지난는 것이 아니라 무게와 부피와 질감을 지닌 실존하는 것들의 관계망을 지니는 것을 의미합니다.살아있는 것들이 끝없이 변하는 한 우리의 희망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입니다....살아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있으라.(p291)

 이 소설에서 ’언젠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윤미주가 정윤에게, 정윤이 단이에게, 단이가 윤이에게, 명서가 윤이에게 ’언젠가’를 기약하며 했던 약속들.... 이제 이룰수 없는 약속이 되었지만  남은 자들은  살아가면서 추억과 함께 언젠가는 다시 만나리라~

 그들은 젊었기에 젊음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랑했음에도 사랑이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 있어도 상처를 대신할 수 없었고, 할 말이 있어 써 놓은 편지를 부칠 수 없었다.

 네 명의 청춘의 아픔은 따로 각 자 짊어져야 할 몫이고 모두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려 한 것이다. 


 이 소설에는 ’오늘을 기억하자’라는 말 또한 많이 나온다.
엄마의 묘소에서 떠온 한 줌의 흙에 테이블야자를 심어  방에 놓은 윤이나, 언니를 잊지않기위해 언니의 잔꽃무늬 플레어 치마를 항상 입고 매 끼니 먹는 것을 적으며 거식증과 싸우는 미루, 갈색노트에 일기를 쓰는 명서나 군대에서 오지않는 답장에도 열심히 편지를 쓰는 단이나 그들은 오늘을 기억하기 위해 하루 하루 고군분투하며 살아 온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청춘은 단 한번만이고, 일생중 완성단계인  맨 끝에 자리한 것이 아니기에 지나보면 더 아쉽고, 좌충우돌 지내 온 추억이 있어 더 기억에 남는가 보다.

 

오늘도 어디선가 계속 나를 찾는 벨이 울린다. 그렇게 세상과의 관계는  끝이 없고 인생은 우리의 힘든 결단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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