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레볼루션 - 기술 패권 시대, 변화하는 질서와 한국의 생존 전략
이희옥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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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도 들리는 즉시 거의 반사에 가까운 정서가 폭발하는 탓에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국가들이 있다. 그들은 경제, 군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우리의 일상 전반에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또한 무엇보다도, 그들-국가는 어떤 이념의 집합체 내지는 단일한 군집으로 상상되는 탓에 '국적-인'과 행동주체로서의 국가를 분리해 다루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일 미국과 중국은, 좋든 싫든 한국 근현대사의 전반에서 거대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p.170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탈중국이란 말에 지나치게 몰입하기보다는, 앞선 논의에서도 반복적으로 했던 이야기지만 결국 대체 불가능한 우리만의 기술력을 하루빨리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술적 리더십이 갖추어져야 연달아 경제적, 군사 안보적, 국제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떤 태도를 지니고 있는가, 를 묻느나면, 다분히 열등과 멸시, 선망과 추종 사이 어딘가를 혼란하게 오가는 중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신흥강대국 반열에 올랐음을 자부하면서도 여전히 대외경제에 크게 의존하며 이른바 '강대국'의 결정에 경제적 사활이 크게 오간다. 자립과 경쟁력을 주창하면서도 국제적 위신은 그다지 높지 않다.

분명 영향력은 증가하였으나, 어느 것 하나도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는 못한다. 상대적인 성장폭에 비해 내실을 다질 기회가 부족했던 탓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지리상으로도, 국제 역동 상으로도 실질적 고립의 경계에 놓인 한국의 지위는 매우 미묘한 면이 있다.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기정학의 시대에서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연구, 산업 전분야에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는 까닭이다.

p.94 그런데 중국의 민간 기업이 정말 말 그대로 '프라이빗'한지, 또 자율성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여전히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양질 전환의 기류가 최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합니다.

p.120 결국 우리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의 미국 기술 의존도가 얼마나 낮은지,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기술적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인지 아닌지에 따라 다자간 기술 통제 프레임이 형성되지 않을까요. 통제 정책에 우리가 어떤 정책적 접근을 할 것인지는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의 수준에 따라 시장 원리를 통해 결정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 일반 독자는 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복잡한 역동과 다면적 지식을 요하는 국제관계의 아젠다에 관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의 이해와 실정 간의 거리가 좁혀지기 어렵다. 특히나 정확한 이해를 가로막는 정서적 장벽이 두터운 경우, 그 말은 곧 아는 것만 알고 믿는 것만 믿는 평범한 대중은 정치인과 기업의 눈속임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기 딱 좋은 처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트럼프정부의 재집권은 그간의 이른바 '상식선'에 의존하는 국제 평화가 한순간에 완전한 혼란과 위기에 빠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영원한 우방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도 존재하지 않음을 한국 사회는 연이은 위기 속에 절실히 깨닫고 있지 않은가. 넓은 영토도, 미어터지는 인구도 이 다면적 갈등에서의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 하물며 극동의 소국은 말할 것도 없지 않나.

p.190 미중 관계의 변화가 우리 경제와 산업 기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에만 집중하는 기존 접근법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국제적 혼돈의 근본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다자주의 국제 경제 질서를 무시하고 부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고, 그에 중국이 똑같이 맞대응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전후 국제 질서의 안정을 유지해 왔던 틀인 다자주의 무역과 국제 경제 질서가 붕괴되었어요.


미래는 현재에서 시작한다. 적자생존도, 강자독식도 해답이 될 수 없는 현실에서 한국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절멸과 생존, 퇴락과 신질서의 구축의 오리무중 사이에서 더이상 타자의 시선과 비교우위에 의존하지 않는 자주적이고 실제적인 유연함을 갖추기를, 생존을 넘어 상생과 끝없는 변화를 상상하고 추구하기를 바랄 뿐이다.

p.156 미래 연구를 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어요. '미래'라는 것을 먼저 기획해 놓고 거기에 모든 걸 맞추면 '진짜 미래'가 잘 안 보여요. 현재 가려져 있거나 부족한 것들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그로부터 미래를 발견해야 하는데, 우리는 자꾸 미래를 먼저 기획해 놓고 그걸 따라가기 때문에 실패해 왔던 것 같아요. 인간의 욕망과 필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기반으로 미래를 발견하려는 노력, 이것이 훗날 한국의 저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p.205 앞으로는 제대로 문제 제기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겁니다. 세상을 어떤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느냐, 또 누가 창의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 매우 유연해야 합니다. 또한 '좋은 세상'은 계획만으로는 오지 않습니다. 상상과 꿈으로부터 나오죠. 이 꿈이 바로 문제 제기의 영역입니다.


*도서제공: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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