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사악한 말 - “나는 인간이 아니다 다이너마이트다”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50개의 문장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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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과 오용의 대명사이자 어쩌면 그 이름보다 저서들이 유명할 철학자. 그 어떤 맹수보다 사납고 살육자보다도 냉정한 문장들. 시대를 넘어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만큼 공격당하는 폭풍과 분란의 아이콘. 신의 죽음을 선언한 자. 망치를 든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 그의 철학은 여전히 어설픈 이해와 양순한 눈매로 무장한 추종자들에 돌을 던지고 있다.

언젠가의 '그'의 말처럼, 니체의 문장은 평화가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는 사유로 가득하다. 무수한 규율과 '상식'으로 덧대고 둥글려진 인간 내면의 본성, 욕망과 의지를 거침없이 충동질한다. 무해하고 안락한 평화에 안주하고픈 연약한 마음을 무자비하게 겨냥해 파헤친다. 인간은 무해하기 떄문에 선한 것이 아니다. 무너뜨리고 파괴하라. 의심하고 창조하라. 이빨 가진 동물, 인간이여. 지성과 이성의 힘은 그에 있으니.

p.9 니체의 말은 사악하다. 삶을 체험하도록 만들려고 오랜 기간 우리 삶의 토대가 됐던 모든 믿음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니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에게 자신의 말을 듣지 말라는 니체처럼 사악한 사상가도 없을 것이다. "나를 버리고 그대들 자신을 찾도록 하라. 그리고 그대들 모두가 나를 부정하게 될 때 비로소 나는 그대들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다." 니체를 읽지 않으려고 우리는 니체를 읽는다.

p.75 상처를 받지도 주지도 않는 무해한 사람은 겉으로 도덕적인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 만약 그들이 내면의 폭력성과 싸워본 적이 없다면, 그들의 선함은 얼마나 깊은가? 무해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도 남에게 해를 끼치고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낫다. 무해함만 존재하는 세계에선 이해와 공감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숱한 오해와는 반대로 니체의 철학은 극한의 이기주의나 도덕적 허무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사람들의 사회'가 감춘 도덕의 새로운 차원을 발굴해내는 역할을 한다. 그의 깨부수는 우상은 돌연 나타난 것이 아닌 관습과 구태가 끊임없이 반복해온 변주임에 틀림없다.

우리 본성의 이빨을, 충동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긍정할 것. 안주하고 굴복하지 말 것. 자기 자신으로 살 것. 먼지 쌓인 우아함의 굴레에서 벗어나 상승하고 솟아오르려는 의지로 충만해질 것. 유쾌와 명랑을 잃지 말 것. 저자와 함께 읽는 50개의 '사악한 문장'을 거쳐온 독자는 그 끝에서 다시 묻게 될 것이다. 인간이여, 인간이 될 준비가 되었는가?

p.133 경멸은 정체를 막고 변화를 일으키며 권력의지를 북돋운다. 경멸이 없다면 개인과 사회는 안주에 빠져 평범함에 만족하는 마지막 인간의 사회가 된다. 경멸하지 않는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경멸의 능력을 제거하는 사회는 침체하고 쇠퇴해, 탁월함보다 평범함을 추구한다. 자신의 가장 높은 희망의 씨앗을 심으려면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가 자신에게서 가장 경멸하는 것은 무엇인가?

p.231 우리는 모든 게 결정된 이 세계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가? 설령 우리가 모든 게 결정된 운명에 따라 사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의 자유의지는 이 세계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다.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을 위해 싸우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자유의지로 경험한다. (...) 니체의 운명은 전통에 대한 저항과 대립이다.


*도서제공: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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