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매트 헤이그 지음, 강동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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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보를 막아라. 그들은 자신들의 멍청함과 미개함에 걸맞지 않는 파괴적인 진보를 이룰 것이며 그것은 우리 우주의 질서와 평화를 깨트릴 것이다. 너는 그들 사이에 섞여 침착하게 행동할 것이며, 위험요소를 완전히 제거하는 한편 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돌아올 것이다. 너는 파견되었다. 우리가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말라.

교수, 불성실한 남편, 없느니만 못한 아버지, 오만과 인정욕구로 가득한 인간. 절친한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지막에서 두 번째 네안데르탈인의 머리를 바위로 내리치고 곧바로 돌아서서 그 아내와 관계를 가진 유전자랑 거의 비슷한 수준(206)"인 천재 수학자 앤드루 마틴은 제거당했다. 그리고 대체되었다. 완벽히 복제된 육신과 패닉 상태의 외계인 알맹이로.

그에게는 임무가 있다. 진짜 앤드루가 증명해낸 희대의 난제 리만 가설의 풀이와 그 흔적,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이들을 제거하고 인간에 대한 지식을 수집해올 것. 잘해라. 너도 죽기 싫으면... 의 막중한 책임을 떠안은 가짜 앤드루는 시작부터 맞닥뜨린 고난에도 어찌저찌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한다. 그 다음은 완전히 난장판이었지만.

p.266 인간의 문명이라는 표면 아래 그토록 가까운 곳에 폭력이 있다니 두려웠다. 걱정되는 것은 폭력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그것을 감추기 위해 쏟는 어마어마한 노력이었다. 호모사피엔스는 매일 아침, 자신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걸 알고 깨어나던 원시의 사냥꾼이었다.


그에게 인간은 미개와 혼란으로 가득한 종족이다. 어떻게 아직까지도 멸망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일은 일이니까. 이 민둥산 유인원들의 사회에 잠입해 조사하는 것쯤이야... 쉽지 않다. 옷이라는 건 거추장스럽고, 뭐가 이렇게 비효율적이고 성가신지. 틈만 나면 냄새 풍기고 즙이나 흘려대고. 그냥 콱 다 버리고 튀어버릴까, 하던 찰나 낯선 감정이 찾아든다.

왜 이렇게 가슴이 뛰지. 왜 이렇게 불편하고 신경쓰이는 거지. 너희들이 뭔데, 왜 편안하고 고요한 고향이 아닌 죽음으로 시들어가는 지루한 나날에 머물고 싶게 하는 건데. 이 비합리적이고 터무니없는 일상은 영생과 질서를 포기하고라도 지켜낼 가치가 충분한 걸까. 작가는 애써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여전히 한심하고 추잡스러운 찰나의 존재는 오늘도 내일을 꿈꾼다. 고비에서 가능성을 찾는다.

불멸하는 예술, 수의 법칙을 깨부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꺼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난다. "모든 삶에는 위기의 순간이, 내가 믿어온 것이 틀렸다고 말해주는 순간이 존재한다. 이런 일은 모두에게 일어난다. 유일한 차이는, 그 깨달음이 사람을 어떻게 바꿔놓느냐는 것뿐"이기에. 외계인에게도 말이다. 개와, 땅콩버터 그리고... 사랑이 있다면 말이지.

p.356 나는 무언가였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 나는 괴물이었고, 이제는 다른 유형의 괴물이 되었다. 언젠가 죽고 고통을 느끼겠지만, 또한 살아갈 괴물. 언젠가 행복을 발견할지도 모르는 괴물. 이제 내게 행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상처의 뒷면에 존재한다.


*도서제공: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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