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2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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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집사의 탄생을 향한 운명의 톱니바퀴는 멈추지 않았다. 어떤 고양이는 목숨을 빼앗기고, 어떤 자는 욕망으로 타오르고 있으며, 어떤 집사는 한 치 앞을 모르는 채 여전히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휘말린 이상 빠져나갈 방도는 없다. 작가는 주인공들과 독자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일까?

이번 권에서는 한층 커진 스케일로, 고대 신성과 신화가 더해졌다. 지난 이야기에서 흩뿌려진 조각들은 서서히 형체를 갖춰간다. 거듭하는 생이 그러하듯이, 커다란 슬픔이 이해되는 과정이 그러하듯이. 그만큼 위협도 거세졌다. 제각기 상처받은 두 사람과 고양이들을 위협하는 음습한 힘이 시시각각 조여오는 것이 느껴진다. 과연 그들은 고양이 결사단에 힘입어 무사히 '천 년 집사'가 될 수 있을까?

p.34 "나 자네 좀 휘감아 올라감세." 칡은 자기가 감고 올라갈 울타리에게 그리 정겨운 부탁의 말을 전했다. 인간에게 징글징글한 칡이 자연에서는 어찌 공생하며 질긴 목숨을 이어 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함께 공존하는 것, 또한 존재를 부탁하는 것

p.103 사람들은 그런 치기를 전문 용어로 '한때'라고 불렀다. 그들 역시 한때가 있었고 '한때' 자기 일에 열의를 불태우던 시절이 있 었다. 그러나 부족한 시스템의 구멍을 사람의 노동력으로 끼워 맞추는 데 버틸 장사는 없었기에 늘 젊은 한때가 오고 그 한때를 다한 이들은 떠났다.


차가운 도시의 생을 건너 얽힌 연이 인과에 박차를 가한다. 남을 해치고 짓밟는 자가 있는가 하면, 온몸으로 누군가를 살리려는 자가 있다. 그러니 어째서, 이 고통을, 다 알면서, 라고 묻는다면. 미움은 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지 않기란 어려우니까. 어렸던 너의 차마 외면하지 못했던 괴로움이 작고 어린 생명에게 온기로 가닿은 순간을 기억하니까. 그러니까, 너를 도울거야. 보은과 복수는 고양이의 율법이니까.

여전히 무거운 이야기 속 도처에 가득한 생명은 경이롭고, 생생하다. 자기를 넘어서는, 타자를 향해 뻗어나가고 기꺼이 내어주기를 택하는 마음을 용기가 아니면 무어라 부를까. 점점 빠르게, 선명하게 나아가는 이야기는 독자를 어디로 이끌게 될까. 다음 여정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돌아본다. 사납고 낯선 도시를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존재를.

p.192 "차 한잔 나누지 못하고 긴 세월을 사는 건 저주가 될 걸세. 앉아 차를 마신다는 것은 서로의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이고, 마음의 식사를 뜻하지. (...) 평생 마음의 식사를 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축복이겠는가, 저주겠는가?"

p.291 분홍이란 이름으로 그의 고양이가 되고 집사로 이어진 순간, 밀적은 그렇게나 엿듣고 싶었던 연꽃의 비밀을 알게 된 듯했다. 생이란, 결국 사는 동안 숱한 시간을 함께하는 것. 그 시간이 찬란하든 비루하든. 그리하여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한 채 오직 그 기억만을 선물로 안고 떠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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