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집사 백 년 고양이 래빗홀 YA
추정경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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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뭘까? 고양이 정말 뭘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심지어 눈 앞에 두고 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생물이다. 대체 저 동그란 머리통으로 무슨 생각을 하길래 잘 자다가도 느닷없이 튀어올라 발길질을 하고, 멀쩡히 둔 물건을 밀어 떨어트리고, 가만히 쓰다듬을 받다가도 버럭 성질을 내며, 목숨이 아홉 개는 된다면서, 어째서 그렇게 짧은 생을 미련없이 떠나버리는지. 어떻게, 그다지도, 사랑스럽고 애틋할 수 있는지.

만일 고양이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고양이에게 인간이 아는 것 이상의 거대한 세계가 있다면, 우리와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어쩌면, 그토록 간절했던 한 마디를 전할 수 있을지 모른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위험해, 행복해야 해. 그리고, 또 만나. 이 책의 고양이들은 보나마나 흥, 하고 아닌 척 고개를 돌리겠지만 말이다.

p.63 인간은, 인간이란 동물은 탈을 뒤집어쓰지 않고도 돌변한다. 어쩌면 그 얼굴 앞에 뒤집어쓴 기괴한 가면이 그의 본모습일 수도 있다. 티그리스가 숨결을 불어 넣어 준 다음에야 하퍼가 즐겨 피우는 마리화나 냄새와 제이슨의 오래된 향수 냄새가 그들의 가면을 벗겼다. 티그리스를 죽이고 사체를 처리하기로 약속한 뒤 먼저 받은 계약금이 달러 묶음으로 뒷주머니에 꽂혀 있는 채였다.

p.206 "어이 인간, 고양이 세계의 영역은 침범할 수 없는 우리의 성이야. 함부로 누굴 받아들이지 않아. 영역은 모든 고양이가 협의해서 결정할 일이야.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뭔가를 부탁하면 넌 보은의 의무를 지게 돼. 고양이에게 복수와 보은은 최고의 율법이야."


모든 생명에게는 각자의 세계가 있다. 그들 모두가 제각기 치열하고도 자유로운 삶을 이어간다. 하루하루를 채워가며 존엄하게 살아간다. 개중 고양이들에게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예언이 있다. 모든 생명의 윤회를 돕는 천 년 집사를 찾아라. 그들은 고양이의 말을 한다. 천 년 집사의 운명을 타고난, 상처받은 두 사람과 그들을 향해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협. 운명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무게가 있다. 아홉 번의 삶에 쌓여가는 능력만큼의 이해와 고통. 작가는 인간의 욕심이 어그러뜨리는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묻는다. 이다지도 고통스러운 세상에 이토록 자유로운 존재와의 인연에 기꺼이 동참하겠느냐고. 공존의 무게를 안기며 묻는다. 외롭고 괴로운 세계에 여전히 곁을 지킨다는 것은, 대체 무엇이겠느냐고. 천 년 집사의 길에 동참할텐가.

p.64 "천 년 집사는 자신의 과업을 받아들여라. 와서 억압받는 생명을 해방시켜 눈먼 이들을 깨어나게 하라. 진실의 냄새를 쫓아라. 그 냄새는 고약하다. 위선과 위악이 진실을 가리고 있으니 그 추악한 냄새들을 쫓아라."

p.284 "나는 새끼를 낳아 길렀던 어미로서 내 존엄이 있어. 그래서 똑같은 마음으로 새끼들을 키우는 삵의 은신처를 네게 알려 줄 수는 없어." "삵을 몰아내 달라 부탁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존엄이라니." "그때는 몸을 풀기 전이었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잖아. 몰아내되 새끼가 젖을 뗄 때까지, 어미와 떨어지지 않게 해 달라는 거지. 안전한 이별"

*도서제공: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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