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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 장 반 타임머신 블루스 ㅣ 다다미 넉 장 반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평점 :
본편 출간 이후 16년이 지났다. 다시 돌아온 얼간이 잡탕찌개, 아니, 청춘들은 어떤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을까? 청춘은 열정, 열정은 뜨거움 아닌가? 쪄죽고 타죽는 한여름의 교토에서 오순도순 '네 탓'을 이어가며 변함없이 허접쓰레기와 의미모호를 절찬리 생산 중인 그들에게 비현실의 순간이 들이닥친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여름, 이대로 쾅, 우주라도 멸망하지 않으려나. 그것이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번에는 숫제 시간여행이다. 본편의 환상성을 우주차원으로 확장한 허무맹랑 코메디의 실력이 과연 어떠할지.
p.19 아카시 군이 그토록 생산적인 한나절을 보내는 동안 우리는 대체 무엇을 했나. 무더운 다다미 넉 장 반에서 반라로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서로 노려보며 비지땀만 생산하고 있었다. 무익하다. 어리석다. 현세의 지옥이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인생의 서머타임이 양지바른 곳에 놓은 빙수처럼 녹아간다. 너무 허무해서 뭐라 할 말이 없다.
p.98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 시공의 저편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은 다다미 넉 장 반의 대행렬. 어제가 오늘과 똑같고 오늘도 내일과 똑같다면 이 여름에 과연 끝이 있을까. 나는 영원한 서머타임을 떠돌고 있다.
속편 출간까지의 시간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실과 허구, 사건과 사건을 치밀하게 뒤섞고 넘나드는 솜씨가 조금도 녹슬지 않았다. 하나같이 한심하다 못해 누추하고 허름한 청춘들. 읽다보면 이렇게 앞뒤가 딱딱 맞을 수가 없다. 허투루 흘려보내는 것 하나 없이 꼼꼼하게 챙겨 담는다. 맥빠지게 하는 일화들마저도 설계도에 빠짐없이 들어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된다.
꼭 우주가 그렇게 되리라고, 처음부터 정해져있던 것처럼... 잠깐, 처음부터? 읽다보면 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고. 이번에야말로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무더운 여름도 결국 지나가듯 젊음의 한 페이지가 끝나는 후련함과 아쉬움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그래서 제 감상은요, 아 짜증나게 멋있어… 감동적인데 열받아… 자존심 상해... 콜로세움같아...
p.133 자신의 어리석은 실책을 얼버무리기 위해 우주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는 것은 너무나도 불손한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카시 군이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우주가 멸망해서는 의미가 없다. 그녀가 살아가는 이 우주를 지키기 위해 어리석은 결단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게 바로 청춘이고 그런 게 바로 인생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울고 싶어졌다.
p.149 "밖으로 한 걸음 나가면 세계는 풍부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어. 너 자신이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너란 인간의 가치는 그 무한한 가능성에 있는 거야. 물론 장밋빛 생활이 기다린다는 보증은 없지. 괴상망측한 종교 동아리에 걸려들지도 모르고, 동아리의 내분에 말려들어 깊은 상처를 입을지도 몰라. 하지만 난 이렇게 말하고 싶어. 그래도 된다고. 온 힘을 다해 가능성을 살아가는 게 청춘이니까."
*도서제공: 비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