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인터넷 - 지구를 살릴 세계 최초 동물 네트워크 개발기
마르틴 비켈스키 지음, 박래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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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가장 독보적인, 동시에 생물이기에 갖는 특성 중 하나는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왜, 어떻게, 어째서... 기존 지식으로 이루어진 '당연한' 세계를 재구축하고 뒤집어엎어 확장하는 것은 결국 의문사다. 궁금하기 때문에, 이해하고 싶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아름다움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기 때문에 인간은 무언가를 이해하고 알아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자연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여기저기 씨앗을 비축함으로서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아구티. 어미나무로부터 씨앗을 이동시키기 위해 아구티를 필요로 하는 나무, 나무 그늘에 씨앗을 비축하는 아구티, 아구티를 잡아먹어 옮겨둔 씨앗을 먹지 못하게 하는 오실롯처럼.

인간 또한 이 순환에서 예외가 아니다. '인간을 입양한' 황새 한지의 사례를 보건대, 인간과 동물,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어느 한 쪽이 주도적으로 상대를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의 생태에 적응하고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존재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은 '태초부터 정해진' 유일하고 일방향적인 힘의 부품으로 기능한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다방면적으로 긴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 적어도 원시 이후의 인간은 대체로 정주동물이다. 유목민족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좁은 영역을 오가며, 무작정 떠돌지는 않는다. '문명'을 구축한 종인 탓에 우리의 거주지는 제한적이며, 특정 조건들에 강하게 결부되어 있다. 그러나 다른 동물도 그러한가? 계절과 바람, 먹이를 따라 움직이는 동물들의 이동은 어떠한가?

만일 그들의 전생애, 태어나 자라고 돌아오는 흐름을 알 수 있다면,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우리는 인간에 의해 전지구적 자연환경이 극단적으로 바뀌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세는 더이상 돌이킬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수준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자연'에서 하늘과 땅, 바다를 오가는 동물들의 생태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인류 역사에, 또다른 전쟁이 발발한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다. 모든 것을 '군수물자'로 취급하는 총력전의 시대에 비인간동물이라고 예외일까. 차마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끝나버린 소동에서, 우리는 책임을 읽어내야 한다. 전쟁의 세계에서는 어제의 의심이 오늘의 전략이 되기도 하므로.

생물인터넷, 좁게는 추적의 역사에서부터 넓게는 자연과 인간의, 인간을 포함한 생물 간의 영향 관계까지 큰 그림을 그려나가다보면, 다시금 부분으로서의 인간, 전체의 일부이자 곧 거대한 영향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간 존재를 마주할 것이다. 선택은 현재에, 결과는 미래에 있으니,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도서 발췌 가제본 제공: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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