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 - 시장주의와 반공주의를 넘어, 비판적 중국 연구의 새로운 시각
이반 프란체스키니.니콜라스 루베르 지음, 하남석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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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 권위주의 정부 이미지로는 북한과 더불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나라. 경제 규모로도 인구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신흥강국을 넘어 새로운 패자로 떠오르는 나라. 동시에 불신과 혐오, 혹은 유럽 제국주의를 무찌를 공산국가의 희망으로 불리는 나라, 중국.

세계 어디든 '메이드 인 차이나'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엄청난 저임금 인력으로 밀어붙여지는 물량공세와 당-국가가 주도하는 계획경제, 정부에서 개인으로 이어지는 촘촘한 조직체계까지.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본 사람은 없을 생필품과 소모품, 완제품부터 부자재까지 모든 영역에, '차이나'가 붙어있다.

p.18 무엇보다 이들이 "방법으로서의 글로벌 차이나"를 통해 강조하는 측면은 중국이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의 한 구성요소라는 점이며,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가 중국에 미치는 영향과 그 역으로 중국이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를 또 어떻게 변화시켜나가고 있는지 그 상호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p.25 지구적 사회・경제 체제에 통합된 지 40년이 지나 ‘세계의 공장’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경제체가 된 지금에도 중국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중국을 ‘실재’ 세계 외부에 존재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타자’로 상정하며 계속되고 있다. 암묵적으로든 명시적으로든 중국은 일반적으로 상황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외부 세력으로 묘사된다.


수천 년의 역사는 차치하고라도, 현대 중국, 좁게는 마오쩌둥 집권 이후 중국의 이미지는 저가상품이나 노동착취, 전방위적 인해전술 등 황화론에 동원되는 모든 수사에서 부정적 영역에 위치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수사만 보아도 경제파트너와 '공산당 악마'를 정신없이 오가지 않는가.

그러니 우리는 중국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중국의 모든 부정적 측면은 그들의 '사회주의 정부'에 기인하는가? 신제국주의 체제에서 벌어지는 북미유럽권의 경제적, 문화적 폭력은 동북아와 남반구 국가의 '미개'와 얼마나 다른가?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파악하며, 어떻게 해법을 찾을 것인가?

p.19 중요한 것은 중국을 따로 떼어놓고 자본주의 국가인지 사회주의 국가인지 규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하나의 구성 요소로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으며, 또 이 체제를 어떻게 변화시켜나가고 있는지 그 연결점과 연관 관계를 세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그 속에서 현재 중국과 지구적 자본주의를 특징짓는 중첩된 형태의 야만에 대한 비판과 투쟁의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p.112 다시 말해 수용소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며, 자본주의 체제가 중국에 의해 타락했다는 징후도 아니고 단지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특징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위구르 인권정책법과 인공지능 및 안면 인식 관련 중국 기업 블랙리스트는 매우 상징적이고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하지만, 인권 침해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겉치레에 지나지 않는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실체'는 정말 중국만의,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만의 문제일까? 자본주의 체제와 '서방 선진국'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인가? 그들의 이름으로 묶이는 문제들은 (애초에 사회주의의 반대말이 아니지만) '자유주의의 승리'로 종식될 수 있는가?

물론 두 저자 모두 위구르 강제수용소와 국내외의 노동자 착취, 개인정보의 무단 사용 등 현존하는 문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강력한 실질적 일당독재의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고수하며 전방위적 영향력 침탈의 시도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결국 문제는 반사적 혐오와 황화론적 공포를 걷어낸 자리에 드러나는 실체의 정확한 이름이, 그 뿌리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p.92 자본주의 정치경제에 내재된 불평등과 예속의 형태를 고착화하고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부자와 권력자가 휘두르는 감시와 사회경제적 통제의 억압적인 도구가 계속 날카로워짐에 따라 이 체제가 공유하고 있는 합리성, 관행, 잠재적 결과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러한 기술을 재편하고 이러한 기술에 집단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는 우리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p.156 중국의 사례들이 다양한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신자유주의적 대학을 포섭하는 방식, 즉 주로 공공 자금을 투입해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연구 인프라를 운영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최소한의 자원을 들여 자신들의 의제를 추진하는 방식과 어떻게 유사하게 가고 있는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제들은 종종 이 기관들이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가치들과 명백하게 모순되는 경우가 많다.


좋든 싫든, 현시대의 각국은 중국에 대해 무시로 일관할 수도, 공산주의 연방의 향수에 젖어 무조건적으로 편을 들 수도 없다. 두 저자는 이상화와 적대시 두 관점 모두에 내재된, 중국을 '우리'와 유리된 존재로 타자화하는 시선을 걷어낼 것을 제안한다.

제목의 의미는 곧 중국을 대상이 아닌 분석 도구로 간주해 중국과 그들 체제의 문화적, 역사적 특수성과, 세계와의 연관성을 두루 살펴야만 기존의 선입견과 이분법적 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실재하는 중국의 실체를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다. '진짜 중국'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반중 반공산주의'의 이름 아래 되풀이되고 모방되는 폭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p.44 중국을 논의할 때 담론적 차원과 물질적 차원 모두에서 중국과 지구적 자본주의의 동역학들을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공통점과 상호 연관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우리는 믿는다. 적어도 바로 그 지점이 우리가 여전히 행동할 힘을 찾아낼 수 있는 자원이다.

p.139 '패권, 제국, 신식민주의 측면에서 포괄적이고 거대한 일반화에 손쉽게 의지하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 동시에 '세밀하고 근거를 갖춘 경험적, 비교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일대일로의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강박을 줄이고 대신 중국 행위자들의 현장에서의 실제 행동에 초점을 맞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며, 고착화된 선입견을 넘어 숨겨진 유사점과 연결점을 발굴하고, 중국의 지구화 패턴이 기존의 배열과 공식에서 구축되고 진화하는 방식을 밝혀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서제공: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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