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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사전 - 대체로 즐겁고 가끔은 지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사물들의 이야기
홍성윤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0월
평점 :
"그거" 아십니까? 왜, '그거' 있잖아요. 이름은 몰라도 대충 이렇게... 여기에 이렇게 쓰이는 '그거'라고 하면 다 아는 물건, 바로 "그거".
세상에 이름 없는 존재는 없다. 비단 사람의 것이 아니더라도, 어느 세계에서든 그 나름의 이름, 불리는 것 혹은 다른 무언가와의 구별을 가능케 하는 무언가로서의 '그것'이 아닌 존재는 없다.
이런 점에서 '이름 모를 물건'의 지위는 꽤나 묘하지 않을 수 없다. 쓰인다. 챙겨진다. 팔리고 찾아진다. 그러나 그래서 그게 뭔데, 라는 질문에는 난처해지고 만다. 그거 있잖아. 그거지. 응.
p.6 사물의 이름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무리 하찮은 물건이라도 당대를 풍미한 문화적 코드와 간절한 필요에 따라 야심찬 발명으로 꽤나 떠들썩하게 태어난다. 이름은 그 모든 흔적의 장부다.
지나간 영광의 추억. 사람도 물건도 잊혀진다. 혁신은 머지않아 일상의 더께를 뒤집어쓰고 놀랍지 않은 것, 이 책은 '그거' 들의 기록이다. 이름표, 사전, 어쩌면 그저 '그거'가 되어버린 일상에 보내는 찬사다.
왜, 그거 있잖아, 에 따르는 "아, 그거 말이지! 그걸 뭐라고 부르냐면"으로 찾아 떠나는 먹고, 마시고, 걸치고, 살고, 쓰는 우리의 삶 곳곳에 스며있는 '이름 모를 그것'들에게 보내는 찬사와 기원으로의 여정에서 독자는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
아마도, 어쩌면, 그마저도 '그거'일지도. 왜, 있잖아요. 이럴 때 딱 맞는, "그거".
p.120 혁신은 등장과 동시에 그 빛을 잃어간다. 시대를 풍미했던 유행도 이내 닳고 퇴색돼 흔한 일상의 일부가 된다. 위대했던 출발점을 기억하는 이들도 점차 사라진다. (...) 영광의 시대를 살아내고 이윽고 일상이 된 늙은 혁신은 그 자체로 존중받고 기억될 자격이 있다.
*도서제공: 인플루엔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