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의미 -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찾은 가슴 벅찬 7가지 깨달음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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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나이에 벌써부터 이런 걸 읽어도 되나 싶었다. 어리다는 소리를 들을만한 때를 지나 요즘 세상에 대강 젊은이 정도로 퉁쳐지는 나이에 인생을 논할 자격이 있을까? 삶에, 인생에 대해 뭘 얼마나 말할 수 있을까? 아직 남은 날이 구만리에 대체로 평탄하게 살아온 내가 제목처럼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기에는 경험의 다양성도, 경험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지혜도 영 일천하지 않은가, 고민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던 차에 저자 약력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민하는 중에도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인생은 계속되고 있으니. 삶의 고민은 인생의 모든 순간에 함께한다. 그러던 차에 저자 약력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민하는 중에도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인생은 계속되고 있으니. 어린이에게도, 청년에게도, 노인에게도 나름의 혼란과 공허함이 있다. 삶의 어느 시점에 있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산다는 게 대체 무슨 의미인지, 흔들림의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찾아온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전자는 '안다'에, 후자는 '이해한다'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평화로운 나라, 비경쟁적이고 삶에 충실한 사람들로 가득하리라고 기대되는 나라, 노르웨이의 노학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직접 체득한 삶의 지혜를 각 장에 담았다. 저자는 인생을 의미있게 만드는 수많은 요소들 중 핵심이 되는 일곱 가지를 주제로 순간에서 영원까지, 삶의 순간들과 삶 이후를 잇는 사유를 풀어놓는다.

p.11 삶의 의미라는 주제는 언제나 존재했다. 인간은 언제나 존재의 본질과 방향성을 찾으려 했다.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대체로 새겨들을 만한 내용이나, 저자 자신의 배경으로 인한 한계인지 다소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혹자에게는 경험 바깥의 세계보다는 익숙한 안전함을 선택하려는 태도로 이해될 수 있겠다. 이를테면 성별이나 종차별이라든지, 여성 가족구성원에게 사회적으로 작용해왔을 압력에 대해. 삶이 투쟁의 장일 수밖에 없는 이에게는 저자의 느린 삶, 소박함과 숙고에 대한 태도가 일종의 사회적 권력과 지위에 기반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겠다. 저자 또한 그를 잊지는 않으나, 결국 나는 너와 다르고 그와 당신은 다르기 때문에.

개개인의 경험은 모두 다르고, 그런만큼 각자의 삶은 제각기 고유하다. 세상에 나와 완전히 같은 생각과 경험을 갖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같은 것을 욕망하고 '이질적인 것'을, 사람이든 종교든 무엇이든 간에, "위험한 것"으로 간주해 배척하는 세상에 이는 퍽 난감한 진리가 아닌가. 이에 저자는 말한다.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유일한 것은 다름"이라고. 그런 이유로 나는 그의 한계에서 또다른 가능성을 본다.

p.15 초점을 어디에 두든, 눈길은 밖으로도 안으로도 향해야 한다. 작은 것은 큰 것을 비추고 인간은 섬이 아니며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유일한 것은 '다름'이다. 삶의 비결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 척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일 뿐이다.


내게 와닿지 않는 사유가 있음을 알았다는 것은 지금껏 무심코 나의 세계에서 지워냈던, 혹은, 들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가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비동의'의 지각에서 넓어지는 세계가 있다고. 나는 당신과는 다른 사람이고 당신 또한 그렇다. 나는 당신의 다름을 위해, 우리가 인간이라는 공통 근원 위에 자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꺼이, 포기될 수 없는 것을 위해 함께할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앞서 말한 난감함만큼이나 기꺼운 일이다.

p.58 자신의 약점과 취약성을 인식해야만 타인에게 얼마나 빚을 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 사람들이 당신을 키우고 지원하고 작은 호의와 오랜 우정을 베풀고 절망이나 죽음으로부터 당신을 구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비로소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와 겸손과 같은 단어의 의미를 가르칠 수 있고 깊은 뜻을 배울 수도 있다.

p.249 의미있는 삶이 반드시 행복한 삶일 필요는 없다. 행복한 삶이 때로는 방향성 없고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공허한 삶일 수도 있으니까.

p.300 나는 인간이 언제든 역사를 다시 바꿀 수 있으며, 생태계가 망가진다고 해서 곧바로 어두운 원초적 본능이 세상을 지배할 뚜렷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벌거벗은 유인원도, 세력을 주장하는 존재도, 연대하는 생물도, 잔인한 포유류도 아니다. 무엇 하나로만 규정지을 수 없다. 인간은 스스로를 정의하는 존재다.



**추천하는 독자**

1. 빠르고 정신없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멈춰설 필요를 느끼는 독자
2. 최선을 다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지만 동시에 견딜 수 공허감에 시달리는, 자극적이고 풍족한 일상 가운데 떨칠 수 없는 불만을 안고 있는 독자
3. 하루종일 타인의 말에, 텍스트와 소리에 파묻혀 살지만 정작 자신과의 대화에는 익숙하지 않은 독자
4. 유행어와 숏폼컨텐츠의 홍수 속에서 사람이자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

*도서제공: 더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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