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0
모리스 로사비 지음, 권용철 옮김 / 교유서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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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원의 약탈자로서의 몽골, 그 환경적 배경
1) 몽골제국의 발원지인 대륙 한복판은 좋게 쳐도 비옥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낮은 온도, 강한 바람에 긴 겨울과 짧은 여름으로 농경이 여의치 않으며, 극히 제한된 강수량에 대체로 사막과 짧은 풀만이 자라는 초지는 탁 트인 정경만큼 황량하다. 잉여생산물 축적은 커녕 식료품 조달 자체도 녹록치 않은, 여러모로 삭막한 땅이 아닐 수 없다.

2)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주드(zud, 폭설과 혹한이 이어지는 자연재해)까지, 기상현상과 가축의 건강상태에 크게 좌우되는 유목민 집단의 경제상황은 언제나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단 생필품 거래 뿐만 아니라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약탈과 안정적인 보급지 확보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또한 정주민의 안정된 생활을 토대로 꽃피운 각종 사치품과 교역 중단에 대한 불안이 몽골족의 경계 확장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3) 몽골족의 중국 침입 시기의 중국 인구가 7천 500만 가량에 달했던 반면 동시기 몽골리아의 전체 인구는 채 100만에 이르지 못했으리라는 추측이 있다. 그들이 전통적으로 유목생활을 해온, 몽골리아의 현재 영토만 해도 프랑스 면적의 약 3배이니 대팽창시기에는 그들 집단이 얼마니 띄엄띄엄하게 떨어져 살았을지 짐작이 가는가.

2. 몽골족 세력의 확장
1) 제국으로서의 확장을 가능케 한 전투력 양성은 주로 유년기에 시작되었다. 정주민과 달리 기동력과 생활력을 강하게 요구하는 유목집단에서 여성과 아동 또한 승마와 신속한 이동 그리고 전투 훈련이 일상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2) 그들에게 씌워진 "야만인"이라는 편견 탓인지, 무작정 들이닥쳐 약탈해가는 이미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몽골의 전략은 극도로 치밀하고 또 교활했는데, 헝겊으로 병력을 과장하거나 분견대를 이용해 거짓 후퇴로 유인하는 작전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함락된 도시를 황폐화하거나 전투 시에 포로를 선두에 세워 상대의 사기를 꺾어놓는 것 또한 다분히 의도적으로 설계된 전략이었다.

3) 또한 몽골족은 민간인 정보원을 투입한 첩보와 역참 체계로 효과적인 정보 전달 시스템을 구축해 침략 전 사전조사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 또한 그들의 세력확장이 즉흥과는 거리가 멀었음을 보여준다.

3. 몽골 제국의 확장과 쇠락
1) 앞선 내용돌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약탈과 교역, 생존을 위한 결속의 확장과 연속을 통해 몽골족은 몽골 제국으로, 산발적인 침략집단에서 체계적이고 현명한 지배자로 빠르게 거듭났다. 그들은 일회성 약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복지의 경제를 육성하고 다양한 종교 세력을 포섭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다.

2) 현지인들, 특히 중국인과 무슬림에게 익숙한 정치, 경제 및 종교제의를 채택해 안정된 적응과 융화를 유도했고, 토착민을 관료로 등용함으로써 피정복민에게 설득력을 높이고자 했다.

3) 또한 각종 분야의 장인들에게 세금 부담을 낮춰주는 등 사회적으로 우대함으로서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면모를 보였다. 그런 환경에서 상인과 과학자, 예술가와 선교사들의 교류가 촉진된 것도 이상하지 않다.

4) 그렇게 전파된 문화와 지식, 전략과 제도는 각 분야의 민간인과 관료들, 사신과 밀정을 통해, 죽은 자와 산 자를 거쳐 동과 서, 남과 북, 땅과 바다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그야말로 저자의 말처럼 "제국 영역의 모든 곳에서 몽골족은 무기, 전략, 전술, 군사 조직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연속적이었던 몽골 제국, 그들은 숱한 역사서에서 그려져왔듯이, 정말 잔인한 약탈자, 무자비한 야만인에 불과했을까? 무엇이 그들의 전례없는 팽창과 문화 전파를 가능케 하였는가?

팍스 몽골리카, 세계의 번영은, 세계사는 몽골과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화와 폄하 모두를 걷어내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면, 찬란한 고대 문명, 모래바람과 야만의 이름으로 가려졌던 거대한 힘의 흐름이 보일 것이다.

저자는 대제국의 시조라 불리는 칭기즈 칸의 짧은 유년기부터 대륙의 패자로서의 제국의 번영과 저물어가는 풍경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결코 단일하지 않았던 사회상과 서방의 저항을 포함해서 말이다.

원서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장대하고 방대한 역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거칠게 요약된 면이 없지 않으나 흐름에서 어긋나는 면이 없고 역사와 문화에 대해 큰 그림의 틀을 잡는 데 집중하는 데에 충실하니 초원의 제국과 사나운 유목 전사 민족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 혹은 환상만을 지니고 있던 독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도서제공: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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