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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처하는 자세 - 혼란의 늪에서 벗어나기
린다 로세티 지음, 윤효원 옮김 / 싱긋 / 2024년 7월
평점 :
인간은 인간이라서,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혼란과 불안에 마주한다. 다행히도(!) 정신의학의 발전으로 약물과 상담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결국 "치료"의 종결점은 개인이 불안과 혼란을 안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안전한 둥지에서 몸을 웅크리고 마음을 닫아 위안을 얻는 것만으로는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살아갈 힘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다.
이 책은 병적인 불안을 다루지 않는다. 당장의 회복이 급할만큼 파괴된 내면을 다루지도 않는다. 그것은 병원과 상담기관의 몫으로 두자. 대신, 변화는 혼돈이며 곧 재앙이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불확실한 미래와 떠나온 과거를 삶의 일부로 끌어안는 법을,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무너지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p.36 더 큰 효과 또는 영향을 지닌 혼란을 경험한 사람은 더없이 좋은 기회에 접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유형의 혼란을 '게이트웨이 혼란'이라고 한다. 비록 사회적 통념과 종종 반대되는 경우도 있지만 게이트웨이 혼란은 정체성을 활기차고 새롭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준다.
p.59 혼란은 성숙도, 중심성, 발달 단계에 관계없이 정체성의 모든 요소와 관련되어 있다. 가장 좋은 소식은 이 모든 상황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사랑가는 동안 여러 가지 긍정적인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변화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대체 뭐가 문제인가. 병원을 다니고 약을 먹고 상담을 받고... 간신히 주변을 볼 여유를 찾으니 폐허가 된 일상과 변함없이 굴러가는 세계가 있었다. 약도 상담도 그 자체로는 바꿔주지 않는 현실이,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들이 남았다. 오롯이 내가 꾸려나가야 할, 나의 영역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모든 노력에도 다치지 않을 수는 없다면, 불안과 혼란에 떠는 밤을 피할 수 없다면, 삶의 어느 순간에 필연히 길을 잃고 완전히 무능해진 자신을 마주해야만 한다면, 그래야만 한다면. 방법을 찾아야 했다. 흔들리고 뒤집어지고, 때로는 금이 가고 부서지기 직전인 자아라는 배를 타고도 막막한 밤을 건널 수 있다고, 살아낼 수 있다고, 믿어야 했다.
p.66 선택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범주에 관한 문제나 "X의 경우, Y를 하라"라는 식의 공식적인 관계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은 당신과 선택의 관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 새로운 관점을 통해 스스로에게 추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p.84 우리의 목소리는 성장의 반복적인 특성 때문에 힘을 얻는다. 단 한 번 내디딘 걸음만으로는 자신감에 불이 붙거나 자기인식이 높아지지 않는다. 우리의 인생관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은 진실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디디는 역동성에 있다.
살아내려는 인간에게는 근거 있는 믿음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방법이 필요하다. 혼돈에 맥없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 포용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노를 저을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은 지금 당장의 혼란과 불안에 휩쓸릴 것인지, 뭐라도 해볼 것인지, 그를 묻는다. 과거는 변한다. 미래는 정해진 대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은 없앨 수 없지만, 다르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아쉬운 일이겠으나, 이것은 이대로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인생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마법의 주문을 외운대도 온 우주의 행운을 끌어다 주지 않는다. 그렇게 읽지 않았고, 저자도 그렇게 하기를 권하지 않는다.
p.179 우리 자신에 대한 기대를 인식하는 것은 변화에 강력한 원동력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에 대한 기대를 새로운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성장이 정체성의 핵심에 놓인 기대를 재검토하려는 의지와 함께한다는 의지와 함께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p.205 우리는 이야기 재설계를 통해 우리 자신과 더 많은 연결을 활성화하고 우리의 진실이 얼마나 더 많이 알려지게 될지 호기심을 갖는다. 이러한 이야기 구조는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우리 자신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새롭고 중요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책은 일종의 팁이자 가이드북이다. 성공 신화도 구원의 서도 아니다. 그저 방법이다. 비법이 아니다. 다만, 이대로 끝내기엔 인생은 길고, 해야 할 일은 많다. 할 수 있는 일도. 사람은 그렇게까지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그러므로, 그 많은 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낼 수 있다.
괜찮아질 수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정해주는 이야기대로, 파국으로 떠밀려가지 않을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낼 수 있다. 매일이 덜덜덜덜 바들바들인 사람으로 말하건대, 할 수 있다. 우리에겐 스스로의 세계를 세워낼 힘이 있다.
p.210 우리의 결정은 보편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어떤 사람과는 관계를 단절할 수 있고, 관계가 제자리걸음인 경우도 있으며, 상대와 관계를 강화하기도 하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도 있다. 관계에 '정답'은 없다. 중요한 점은 우리를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p.217 누군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고 주장할 때 그들에게 쉽게 결정권을 넘기기 쉽다. 그들의 확신은 변화와 불확실성의 폭풍 속에서 안전한 피난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당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스스로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한 아무도 당신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당신이 사랑하고, 믿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떠올리기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그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도서제공: 싱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