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절망조차 금지되어 있다 - 키르케고르 아포리즘
쇠렌 키르케고르 지음, 이동용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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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마냥 낙관적으로 바라보기엔 삶은 고되고 구원은 요원하며 인간의 시간은 너무도 유한하다. 이런 세계에 절망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전능한 신이 우리 인간을 만들었다면, 어째서 고통받을 권리까지도 허락했는가? 지독한 괴로움의 다른 이름은 절망. 절망하는 인간에게 희망이 있을까?

p.69 아무도 죽음으로부터 돌아오지 못한다. 아무도 울지 않고는 세상에 들어오지 못한다. 아무도 묻지 않는다. 언제 이 세상에 들어오고 싶은지, 또 언제 이 세상에서 나가고 싶은지를.

p.81 절망이라는 질병은 완전히 변증법적이기 때문에, 그런 질병에 단 한 번도 걸린 저이 없다면, 이는 가장 심각한 불행이다. 그질병이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도 그 병에 기꺼이 걸리고 또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질병으로부터 나을 기대나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 마침내 진정한 행복을 향한 문이 열린다.


인간은 희망하는 동물이다.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은 역설적으로 현재 바깥의 절망까지도 끌어다 쓰게 한다. 돌아가보자. 절망하는 인간에게 희망이 있는가? 고통의 한가운데에서도 우리의 이성은 삶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까. 키에르케고르는 말한다. 그렇다, 고.

p.111 슬픔 때문에 한 사람이 미쳐 버릴 수도 있다. 이는 자명한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삶은 지극히 어렵다. 하지만 사람에겐 강력한 의지가 주어져 있다. 이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그는 그 의지를 갖고 강력한 바람에 맞설 수도 있다. 때로 바람에 휘날려 이상한 존재가 된다고 하더라도 강력한 의지는 결국 자신의 이성을 구원해 줄 것이다.

p.163 희망 속에 빠져 사는 불행한 사람은 회상 속에 빠져 사는 사람만큼 고통스럽지는 않다. 희망 속에 빠져 사는 사람은 그나마 좋은 느낌을 선사하는 망상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만약 우리가 가장 불행한 사람을 찾고자 한다면 항상 회상 속에 빠져 사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삶은 유한하고, 인간에게 허락된 시간은 너무도 짧다. 희망이 있기에 절망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의 가장 깊은 곳에서 박차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혼란하고 고통스러운 찰나를 살아가기에, 그 짧은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절망조차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흔들리기만 하는자는 불행하다. 생각하지 않는 자는 끝을 알지 못한다. 울먹이며 주저앉기에는 우리는 너무도 미물이 아닌가. 그러나 혼란 위에 자리한다면, 그 가운데서 우뚝 설 수 있다면, 혼란의 한가운데에 스스로를 세울 수 있다면, 고통이 아닌 나 자신을 주체의 위치에 놓을 수 있다면,

p.149 나는 마치 한 마리의 물새처럼 바다 위를 날아다니며 쉴 곳을 찾지만 모두 헛수고다. 바다는 끝도 없이 요동치고 있어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한 군데도 없다. 하지만 이런 흥분된 혼란이야말로 진정 나를 만드는 요소다. 나는 이 혼란 위에 나를 짓는다. 마치 물총새가 바다 위에 둥지를 틀듯이.

p.159 머무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한순간 뿐이다. 삶 속에서 마주하는 불안은 그저 순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것이 절망의 의미임을 새길 수 있다면, 고통에 스스로를 빼앗기기만 하지 않는다면... 그제서야 삶은 의미를 갖는다. 절망을 움켜쥐고 안팎을 뒤바꾸는 존재에게 고통은 그저 고통에 그치지 않는다. 그런 존재에게 마침내 자유라는 새로운 이름이 주어진다.

그제서야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사랑했고 오늘은 괴로워하고 내일은 죽으리. 그래도 나는 오늘도, 내일도 어제처럼 생각하리.”
고통스러운 세계, 절망을 끌어안는 인간은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Life goes on. 삶은 이어진다. "우리에겐 절망조차 금지되어 있다."

p.215 이제 그대는 스스로가 자유롭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대가 그동안 살아왔던 세상을 향해 다음과 같이 작별 인사를 나눌 것이다. 이렇게 나는 멀리 아주 먼 곳으로 떠나노라. 나의 모자 위에는 그저 별들이 떠 있을 뿐이다.

p.218 어제는 사랑했고 오늘은 괴로워하고 내일은 죽으리. 그래도 나는 오늘도, 내일도 어제처럼 생각하리.


*세창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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