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 세월호참사 10년, 약속의 자리를 지킨 피해자와 연대자 이야기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기획, 박내현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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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0년 전 바로 그 일의 정확한 경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때의 충격을 기억하지 못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적어도 "오보"로 순식간에 고꾸라진 희망과 지난한 투쟁을 지켜본 이라면.

특별하지 않은 날, 보통의 어느 날, 수십 수백명의 사람이 해상 재난으로 죽었다. 구조할 시간도 여력도 있었건만 미흡한 초기 대응과 완전히 엇나간 후속 대처로 살랄 수 있었던 목숨을 잃었고, 책임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으며, 슬픔은 왜곡과 모욕으로 얼룩졌다.

원인과 추이를 두고 수많은 말들이 오갔다. 생각이 있든 없든, 돌아가는 사정을 알든 모르든 모두가 말을 얹었다. 그렇게 오가는 말들에는 슬픔이, 분노가, 공포가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어떻게 책임을 지는 사람이, 국가가 무고한 사람을 버릴 수가 있느냐고 물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욕과 조롱 또한 적잖이 목소리를 높였다. 누군가는 "내란세력"의 조작을 의심했고, 누군가는 자기 이득을 위해 꾸며내기를 원했으며, 누군가는 "놀러가다 죽은 걸 왜 남을 탓을 하느냐" 소리를 질렀고, 또다른 누군가는 알지 못하는 죽음을 조롱하기 바빴다.

차마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말이 시류와 집단과 권력 뒤에서 던져졌다. 죽은 사람과, 죽은 것과 다름 없는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에게.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 흐른 지금, 어쩌면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이제는 그만 하라"고 말한다. 잊을 떄도 되지 않았느냐고, 왜 지금까지 물고 늘어지느냐고, 이미 끝난 일이 아니냐고.

정말 그런가? "이제"와 "때"와 "끝난"은 언제, 누구에게 말해질 수 있는가? 슬픔에는 끝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애도에는 끝이 있어야 하는가?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억을 넘어 끝나지 않은, 몇 번이고 반복되는 참사가 현재의 자리에서 쓸려나가지 않도록 있는 힘껏 붙잡는 사람들이 있다. 증거를 남기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잊혀질 수 없는 것을 사라지지 않게 보존하여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은 한 번으로 족하다. 그것이 정말 상식 밖의 일이라면, 단 한 번의 과오로도 충분하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마땅하다. 정말 그러한가. 그것들은 정말 지나간 일이 되었는가?

"지나간 일"은 책임자가 마땅한 책임을 졌을 때, 해결되어야 할 것이 모두 해결되었을 때, 한 점의 의문도 남지 않았을 때 비로소 말해질 수 있다.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때, 그것은 비로소 과거에 안착할 수 있다.


이는 그렇게 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수많은 참사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말과도 같다. 그것들이 과거의 일이기를 원하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살아남아진 사람, 남겨진 사람일것이다.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이는 역설적으로, 그것이 기억 너머로 자연스레 사라지기를 바라는 이일 것이다. 그래도 되기를 가장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도, 말만 들어도 아는 재난들이 있다. 너무도 끔찍해서 오히려 현실로 느껴지지 않는 죽음들이 있다.그것들은 제대로 기억되고 있는가? 우리와 그들에게는 충분히 슬퍼하고 분노하여 받아들일 시간이 주어졌는가? 우리 사회에서 '재난'의 지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디의 누구에게라도, 재난을 각오해야 하는 일상은 당연하지 않다. 죽음으로 내몰려도 되는 사람은 없다.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그 때 그 시간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마음은 여전히 참담했다.

사람이 사람을 향하는 마음을 한 단어로 모으면, '차마'일 것이다.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하는 그 마음이 사람을 돕게 하고 불의에 나서게 하는, 함께하도록 하는 힘일 것이다. 차마 모른척하지 못하는, 차마 잊지 못하고 차마 등돌리지 못하는 이야기에서 나는 세상 무엇보다 깊은 슬픔과 사랑과 큰 힘을 보았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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