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셋 2024
송지영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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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글감을 고르고, 출판사가 작가를 고르는 것 못지않게 독자도 책을 고른다. 종종 말하듯이, 독서는 웬만해서는 수지타산이 맞기 쉬운 취미가 아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입에 뭘 넣어주는 것도 아니면서 “저가”를 표방하는 일은 없는 데다 내내 마음을 울리다 결말부에 속을 뒤집어놓는 일도 허다하다.

차라리 내용이 마음에 차지 않으면 다행일테다. 정성 들여가며 읽고 쌓아놨더니 불현듯 용서 못 할 헛소리를 내질러 그간의 사랑했던 시간을 후회하게 만들기도 하고... 이래저래 어떤 작가와 그의 세계를 좋아한다는 것은 제법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다시 돌아가서, 이런 연유로 독자도 책을 고른다. 그 기준은 출판사가 되기도 하고, 관심분야가 되기도 하고, 수상이력이나 추천사가 되기도 한다. 물론 저자의 이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정보요 기준이다.


그러니 기존의 “공신력 있는” 이력이 없는 작가를 보면 (대체로 전면 책날개의 소개란에 이력보다 자기소개가 더 많은) 슬며시 주저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그러나, 읽은 것만 읽고, 아는 것만 알려고 하는 이의 세계는 넓어질 수도 깊어질 수도 없다. 거기서 거기, 그 맛이 그 맛인 나날일 뿐이다.

결국 주저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첫 걸음, 까지도 아니고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이만이 원석처럼 참신하고 빛나는, 거친 세계를 맛볼 수 있지 않은가. 구를 만큼 구르고 내공도 쌓일 만큼 쌓인 중견 작가의 탄탄한 작품세계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그것은 낯선 이, 독자에게도 작가에게도 서로가 서로에게 낯선 이들만이 지닐 수 있는, 쉽게 바래고 흐려지는 것이다. 금세 자리하기 전의 긴장감, 새로이 열어젖히는 세계.


이 책은 한겨레의 출간워크숍 프로젝트를 통해 데뷔(라고 해도 좋을지?)한 저자들의 첫 발표작과 그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주제가 유달리 참신하지 않을 수는 있다. 새로운 이가 익히 알려진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문학이 작가와의 대화라면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제각기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를 마음자리에 초대하는 셈이다. 낯가림으로 머쓱하니 지나치기 보다는 기존의 세계에 새로운 빛과 파동을 더하는 이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으로 읽기를 권한다.

후면의 추천사를 빌어 감상을 마친다. 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오래된 땅에 돋아오르는 새 잎을 마주함과 같은 기쁨이었다.

"읽는 동안 여러 번 감탄했고 새로운 작가들의 시작 앞에서 조용히 환호했다."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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