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뷰티 - 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또 한 번의 전복
클로이 쿠퍼 존스 지음, 안진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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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생각해보자. 당신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깜짝 놀랄만큼 무례하고 위협적인 일을 ‘장난삼아’ 당하는 일을 일상처럼 마주하는가? 당신의 무능을 확신하는 이의 도움을 거절하는 일을 거부당한 적이 있는가? 당신의 삶은 당연히 실패작이고 결함이며 누구에게 물려주어서도 안 된다는 믿음을 끊임없이 마주하는가?

어떤 속성은 말 그대로 누군가가 지닌 요소일 뿐이다. 그것은 그의 전부를 설명할 수 없다. 개인은 그 자체로서의 개인, 그 자신이라는 단어 외의 그 무엇으로도 완전히 설명될 수 없다. 때때로 그마저 실패로 돌아간다. 스스로도 자신을 완벽히 알 수 없고, 그러므로 타인 또한 그 한계를 넘을 수 없기에.

그러나 자주, 일상에 가까울 정도로, 어떤 속성은 그의 전부로 간주되기도 한다. 아니. 때때로 그것은 개인마저 속성의 범주 하에 두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대체로 약점으로, 암묵적으로 결함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그러하다. 장애인은 누구든 간에 장애인, 여성은 무엇을 어떻게 하든 여성이라는 식으로.


저자 클로이 쿠퍼 존스는 철학 교수다. 베테랑 저널리스트다. 동시에 그가 속한 가족의 일원이다. 누군가의 친구이며, 비욘세 콘서트에 열광하고, 사색과 독서를 즐긴다.

그가 여성, 장애인이라는 사실은 이 중 그 무엇으로도 완벽하게 설명되지 못한다. 동시에 장애인 여성 클로이 쿠퍼 존스의 삶은 그것들을 포함한 모든 요소와 시간의 연속이다.

그의 장애는 그의 시간이다. 장애가 없었다면 그의 삶은 전혀 다른 길로 나아갔을지 모른다. 그는 여성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렇게 정해져 내도록 그렇게 살아왔을 것이다. 여성이 아니었다면 전혀 다른 경험을 쌓았을지 모른다.

그는 철학자이고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가 아름다움과 숭고와 내면의 고독을 탐사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 책을 읽을 독자는 저자의 고뇌와 삶의 흔적을 따라가며 여러 모순에 맞닥뜨릴 것이다. 그는 순수하지 않다. 그는 무한히 선량하지 않으며, ‘용기와 희망을 주는’ 모범적인 삶을 살지 않았다. 동시에 그의 내면은 눈부시고 치열하며 때로 헌신적이다. 짜릿한 상상에 즐거워하고 땀흘리며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른다.

어째서인가? 답은 간단하다. 그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어머니이자 딸이고, 먹고 숨쉬고 일하며, 사랑하거나 분노하고 경멸하거나 희생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러하듯, 그 또한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p.54 보통은 좋은 의도로, 나를 더 용감하게 만들어주려고 하거나 내가 불편한 상황을 잘 이겨내도록 하려는 의도로 하는 말들이다. (…) 절대로 경험하지 않을 사람에게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존재를 교묘하게 부정당하는 느낌이 든다.

p.230 하지만 나는 항상 이 몸만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는 이게 정상적인 몸이다. 나의 자아상은 '다른 사람들'의 이전과 이후를 자각하는 데서 형성됐다.


어쩌면 평생, 그의 위업에 여전히 어떤 수식어가 당연하다는 듯이 선행할지 모른다. 노력으로 이뤄낸 업적이 아닌 ‘사회적 배려’가 그의 지위를 ‘제공했다’는 편견에 시달릴지 모른다. 그의 말과 글과 문장과 사유는 당연히 ‘더 나은 누군가’이 ‘도와준’ 결과라고 폄하하는 이들이 산재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그리하여 나는 처음과 같이 다시 묻는다. 나에게, 당신에게, 세계에게. 사람을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보게 하는 것은, 한 인간을 인간의 범주 밖으로 밀어내도록 하는 것은, 누군가의 존엄이 당연히 존재하지 않거나 효용 앞에 간단히 지워질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에게 ‘그래도 되는’ 특권과 장막을 부여하는가? 무엇이 ‘그들’을 ‘그래도 되는’ 존재로 격하시키는가? 이질성과 이존재성의 경계는 무엇인가?

p.305 그 자폐 여자아이와 쌍둥이 영재 여자아이는 수업 시간에 짝이 되는 법이 없었다. (…) 우리가 동류의식을 발견할 수 있었던 지점에서 우리는 공통적인 거부만을 발견했다. 우리는 한 덩어리로 취급되고, 동시에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가 그 자신을 이루는 요소의 총합이자 그 이상이기에, 그가 그 자신을 끌어안고 살아온 사람이기에 나는 감히 그의 삶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의 지성이 눈부시다고 말한다. 평범하기에 숭고하다고 말한다. 나의, 당신의,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 마땅히 그렇듯이.

p.253 어떤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불운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데 그 불운이 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괜찮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나를 통해 그들 자신의 삶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깨달았다나.

p.444 우리는 완벽을 선물받지 않았고, 신성함도, 대칭도, 우아한 비례도, 나쁜 패도, 저주도 받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보낼 한평생만을 선물받았다. 우리의 삶은 쉬운 삶도 아니고 고통 없는 삶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현실의 삶을 받았다. 무서울 정도로 일상적이면서도 숭고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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