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프로젝트 - SF, 판타지, 블랙코미디 본격 장르만화 단편집
봉봉 지음 / 씨네21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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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현대사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고와 말을 가지고 살아간다. 과거에 비해 개인은 자유롭고 다양하다.

정정한다. 현대 사회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각자의 사고와 말이라고 착각하는 것을 가지고 떠밀려 살아간다. 자유롭다고 착각한다. 나에게 자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자유는 나의 자유에 밀려 사라진다.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특별함을 원한다. 특별함은 시장의 매물이 된다. 그러므로 결국 특별하지 않은 이들이 모여 더 특별한 특별함을 원한다. 끊임없이.

이 책의, 총 여섯 편의 수록작들은 대체로 위안을 주지 않는 내용이다. 대신, 생각하고 마주할 것을 들이민다. 보세요. 당신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요.


인간이 공장식 생산품이 되는 시대, 여전히 손쉬운 소비 대상을, 처형할 마녀를 간구하는 인간들, “ANA”. 타인의 죽음마저 유흥거리가 되어버리는 소비자들, 나서서 그를 조장하는 자본, “웰다잉 프로젝트”.

외양의 차이를 제거해 차별을 없앴다고 주장하나 결국 그마저도 끊임없는 경쟁과 무한소비의 굴레를 벗지 못하는 “붉은 여왕”. 성찰과 윤리가 부재하는 관심 경쟁 미디어의 적나라한 면모와 그마저도 관심경쟁에 이용하는 정치, 사회, 시민성의 폭로, “마지막 비행”.

“손톱 먹은 쥐” 설화를 모티브로 한, 그런데 이제 어딘가 좀 귀엽고 짠한 구석이 있는, 이대로도 참 괜찮은 스스로가 가족이 되는 이야기 “햄스터가 손톱을 먹었다”. 신이여, 우리를 구원하소서. 죄책과 짐으로부터 책임없는 자유를 주시옵고 모든 것을 깨끗하게 하소서. 더러움과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 “신은 변기”.


단 한 편을 제외하고, 위의 작품들은 각기 현대의 지옥도를 그려낸다. 지금 현재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 법한 내용도, 뻔히 도래할 미래를 다루는 내용도 있지만 결국은 독자가 알고 있을, 지금의 세계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일찍이 사르트르는 이렇게 말했다. “타인은 지옥이다”. 일부 동의한다. 그러나 다시금 생각한다. 타인 뿐만 아니라 자아가 존재하는 곳이 곧 지옥이다. 마음이 있는 곳이 지옥이다. 타자의 본질은 ‘나와 다른 것’이다. 모든 것이 동일한 존재가 여럿 존재하더라도 ‘나’와 ‘나-밖의 존재’는 같지 않다.

나의 영향력이 본질적으로 한계를 갖는 경계, 그곳이 타자의 존재영역이다. 인간은 세계에 존재한다. 모든 것이 인식 가능하며 자기 자신으로 흡수되는 세계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세계가 아니다. 자기 안의 자기에 불과하다.


앞서 말했듯이 현대 사회의 우리는 바글바글한 타자와 동일성의 반복으로 가득한 지옥에 놓여있다. 존재의 탄생 이래 타자에 둘러싸이지 않은 적이 없는 존재는 피할 수 없는 지옥에 놓여있다. 우리 인간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결국 생각해야 한다. 외면할 수 없다면, 그렇다고 매몰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면 남은 것은 치열한 사고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려는 몸부림 밖에 없다. 해서, 작가는 그림과 대사를 통해 이렇게 묻는다. 이것이 지금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당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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