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 테일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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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황금가지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동화라고 했잖아요... 동화라매요!!! 그치만 따지고 들어가면 영 아니라고만 할 수는 없어서 뭐라고 딱히 따질 말은 없는... 형식상 동화가 맞기는 해... 그치만 이게 동화라면 지금까지 내가 읽어 온 동화는 대체 뭐란 말이냐 공갈협박이란 말이냐...

근데 무슨 동화가 러브크래프트랑 심야 코미디쇼 섹시 드립 같은 게 나오나요... 이걸 동화라고 보여줬다간 인세를 합의금과 벌금으로 날리게 될 것입니다, 작가양반...

p.177 "템푸스 푸지트도 좋은 구절이긴 하지만 시간이 항상 빠르게 흐르지는 않지. 뭘 기다려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겠지만, 템푸스 에스트 움브라 인 멘테가 더 맞지 않을까? 대충 번역하자면 시간은 마음속의 그림자라는 뜻이야."

p.230 막판에 정신을 차렸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감스러웠다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면 거짓말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어둠의 우물이 있고 그 우물은 결코 마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물을 마시면 자기만 손해다. 그 안에는 독이 들었다.


새삼스럽지만, 겁쟁이에게 모험은 없다. 그들의 삶에도 나름의 긴장과 짜릿함이 있겠지만 결국 모험의 본질은 비일상적인 선택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은 마땅함이나 자연스러움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달리 어쩌겠는가, 로 시작되는 많은 일들,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돌아서는 발걸음, 그것들은 어쩌면 당연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모험의 시작과 절망의 예고로 끝나버린 1권은 그나마 희망찬 축에 속한다. 2권을 읽기 시작한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아차, 앞의 건 맛보기였구나. 대부분의 모험은 열지 말아야 할 것을 열어버리고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고야 마는 데서 시작하기 마련이다.

p.306 당연히 나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머릿속이 나만의 생각들로 가득했다. 엘사의 앞을 숱하게 지나쳤지만 (…) 노래를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들처럼. 그건 내가 사는 세상의 노래와 이야기에도 해당이 된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지만 귀를 기울이는 경우에만 그렇다.


화려한 빛깔에, 독을 품은, 하늘을 뒤덮는 제왕나비. 그 황홀한 광경은 어떤 불길함의 징조였을까. 주인공은 점점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간다. 스스로를 잊기 직전에 다다랐을 때, 발견된다. 하지 않는다. 된다. 너는 영웅이로구나.

신이 아니다. 신은 고통받는 세계를 일시에 구원해낸다. 영웅은 그 세계를 온몸으로 헤쳐나간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이를 잃기도, 스스로의 목숨마저 내던지기도 한다. 이따금 감춰져있던 또다른 영웅이 드러나기도 한다. 평범하고 나약한 자의 발악이 바로 그것이다.

절망의 아가리에서 시작해 바닥을 보고 돌아온 이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목전의 이득과 행복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모두 살아있어야 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과연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돌아올 수 있을까. 무너져가는 세계의 비밀과 비명을 알아챌 수 있을까.

p.361 그걸 무를 수만 있다면 무르고 45구경을 쓰겠지만 나는 몰랐다. 스냅도 몰랐다. 알았더라면 자야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세상 역사를 통틀어. 온 세상 역사를 통틀어 몰랐다는 것으로 만회가 되는 실수는 없다.


의심할 바 없이 믿어온, 당연한 ‘하나의 세계’가 둘로 갈라지고(혹은 그 안의 새로운 차원을 드러내고) 저항할 수 없이 융합되었다가 다시금 각자의 자리고 돌아가는 과정, 이별은 슬프지만 서로를 기억하는 한 그것은 영원한 슬픔이 아닐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기. 그 일련의 과정을 이다지도 멋지게 그려낼 수 있을까.

전작 『나중에』 를 인상깊은 성장 소설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그 주인공이 작가의 일면을 대변하는 성장형 캐릭터가 아닐까, 싶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아닐 이유도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러나 저러나 삶은 언제나 조금쯤 슬프고 이별은 만남보다 무수하며 우리는 너무도 짧은 시간을 살아가니... 살아가는 일이 이야기가 아니며 ‘별이 쏟아지는 깔대기’를 의지하지 않을 까닭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므로 오늘 밤도 되뇌는 말이 있다. 옛날 옛날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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