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광고인이다 - 희망도 절망도 아닌 현실의 광고 이야기
임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내공 100] Q. 책 표지에서 속 터지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정상인가요? A. 직장인 에세이입니까?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가지각색의 직업, 그의 몇 배는 되는 직무에 갈려 들어가느라 오늘도 커피를 물처럼 마시며 죽느니 사느니, 눈 감았다 뜨면 또 출근이니 죽는 소리를 하는 우리네 노동자들 혹은 예비 노동자들은 대체로 남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제일 힘들지 너는 대체 돈 받고 하는 일이 뭐냐는 둥 당사자가 들으면 억울하다못해 벼룩 뺨치게 팔짝 뛸 소리나 하는 게 아닌가.

갑이네 을이네 쉽게들 말하지만 대다수의 직장인은 을이면 황송할 노릇이 아닌가. 상대적 갑이나 있으면 모를까, 그것도 대체로 도토리 키 싸움 꼴이다. 요는, 벌어먹고 사느라 다들 고되다. 그런 세상이니 분야의 실무자가 써내는 글이 참 귀하다. 덤으로, 남의 일일 때는 어지간하면 다 재밌는 법이다.


저자 본업이 만화가인지 간간이 헷갈리게 하는 삽화들과 챕터 사이사이 전현직자 Q&A 인터뷰가 특히 좋다. 짧은 시간에 소비자를 사로잡는, 종합예술작품으로서의 광고가 탄생하기까지 비하인드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벌어지고, 얼마나 다양한 이유로 빠꾸(...)먹고 꼬이는지, 촬영과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한 와중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탓에 속까지 쓰리다. 나름의 일석이조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다 우는 소리만 한다면 끝까지 읽지도, 이렇게 권하지도 않았겠지.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벅찬 와중에. 그러니 고소 반, 폭소 반으로 깔깔 웃을 수 있는 것도, 로또만 되면 이놈의 월급쟁이 인생 그날로 안녕이라면서도 당장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모두 ‘그럼에도 불구하고’인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좋아서, 재밌고 보람있어서.


이 책은 누군가에겐 진로고민에 도움을 주는 실용서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저 바닥도 다를 게 없구나 화이팅하세요, 또다른 누군가에겐 쉽사리 지나치지 못하는 15초와 잡지 한 켠의 카피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 땀, 눈물(조명, 온도, 습도...)이 필요한지를 곱씹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잠시의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시선을 사로잡고 발길을 돌리게 하는,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위해서는 어째서 사람과 사람이 맞닿아야 하는지, 왜 순간의 감동을 머리와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두어야 하는지, 얼마나 깊고 오랜 생각이 필요한지 한 번 더 깨닫는 시간이기를 바란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오래전에 흘러간 어느 노래에선 “홍도야 우지마라, 오빠가 있다!”는데, 나는 홍도도 백도도 아니지만 쬐끔 울고싶은 마음이다. 왜냐? 출근이 있다. 직장인아 우지마라, (내일도 모레도) 출근이 있다!

또한 사람 사는 일이 대체로 그런 탓에 각자의 자리에서 유무형의 것을 만들어내는 우리네 일개미들, 오늘도 내일도 힘을 냅시다.

[내공 50] Q. 어른은 산타클로스가 선물도 안 주는데 왜 울면 안되나요? A. 울어봤자 달라질 게 없습니다. 다 울었니? 이제 할 일을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