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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터러시 -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
김유익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평점 :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중국에 대해 말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중국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한다면, 아마도 사실이다. 이상한 일이다. 경계와 이름을 달리해가며 수천년을 지근거리에 존재해온 나라가 아닌가. 그러나 많은 경우 남한에 거주하는 한국인 개인은 “내가 직접 겪은 중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어쨌거나 법적으로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한국인 중 편견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운 나라, 중국.
척수반사 급으로 튀어나오든, 나름의 근거를 대겠다고 용을 쓰든 간에 곱게 보는 일이 없고 경탄 섞인 멸시의 대상이 되는 중국, 그리고 중국인.
집단으로서의 중국, 중국인이 아니라 그저 사람으로서의 중국인,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 중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중국을 마주할 수 있는가? 막연한 혐오를 넘어 그들 삶 전반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각이, 어떤 정보가, 어떤 방식의 소통과 이해가 필요한가?
서문에서 밝히듯, 이 책의 저자는 외교나 역사, 문화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이가 아니다. 해당 분야의 공직에 몸담은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이 한 권으로 역사나 사회, 국가 정책 등을 총망라하는 경험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과욕이라 하겠다.
다만 여기서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한국인 개인이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시각, 그리고 그에 필요한 태도이다.
가족과 그가 속한 문화로, 또한 저자 자신이 몸소 겪은 시간으로 축적된 경험으로 인해 던질 수 있는 질문이 날카롭다.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역사가 있지요. 또 이 부분은 이렇게 연결될 수 있고 현지에서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깔보고 펄펄 뛰던 문제는 사실 이럴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당신의 생각만큼 당신과 한국이라는 나라에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화가 난다면, 왜일까요.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차이나 리터러시, 단순한 반감이나 추상적인 이미지로 뭉뚱그리는 것이 아닌 실재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를 권하는 책이다. 부제를 보자. 혐중을 넘어 보편의 중국을 읽는 힘이다.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국제적으로 불거지는 한국의 인종차별주의, 타민족 배척에 대해 생각해야한다. 이를 접한 한국인이 즉각 부인하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본다.
개인을 집단의 이름으로만 호명될 때 무엇을 놓치게 되는지, “남”의 자리에서 “남”을 재단하는 일이 얼마나 많고 세밀한 오류를 낳는지, 그러므로 왜 정확한 이해와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한지를 몸으로 깨닫는 탓이다. 자기 일이 되어서야.
나 자신도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읽었던 만큼 중국의 대내외 정책이 무조건 무류하고 온정적이라거나, 개개인이 희생적인 태도로 일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해에는 앎과 생각이 필요하다. 무엇을 알고 있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것이 정말 타당한지. 400쪽이 채 안 되는 이 한 권으로 모든 것을 얻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목차를 따라 생소한 중국과 생생한 중국인, 추상적인 거악을 넘어 뻗어나가는 새로운 보편, 도그마 너머의 중국과 두려움과 부러움 사이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중국을 고민하고 또 곱씹어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기쁘다고 하겠다.
역사와 정책, 사회문화와 문학, 미디어로 그려내고 또 그려지는 가깝고도 먼 그들에 대해 자동화된 고정관념이 아닌 숙고와 경험으로 다양한 시각을 제기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소개하는 보람이 그보다 더 클 수 없다고 하겠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다시금 묻는다. ”-하더라“가 아닌, 당신이 이해하는 중국과 중국인은 어떤 존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