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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 10 - 기후위기 탈출로 가는 작지만 놀라운 실천들
박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평점 :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환경보호, 기후위기, 지속가능한 발전, 생태환경조성... 대부분에게 익숙한 주제들이다. 누군가는 그만 좀 할 수 없냐, 지겹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느냐... 안다. 분노와 불안은 큰 피로를 동반하는 감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긋지긋하고 흔해빠진 말을 꺼내야만 하는 것은, 기십년도 더 전부터 외치는 ”지금 당장!“을 다시금 치켜드는 것은, 정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놈의 위기 위기... 석달열흘째 말하는 그 엄청나고 위기가 오기는 하는거냐, 따지고 보면 이전 세대 잘못이 아니냐, 왜 지금의 젊고 어린 세대가 더 불편하고 더 수고로운 생활방식까지 동원해가며 노력해야 하느냐 묻는다면...
나와 당신, 그들 또한 동시대의 지구인이며 ”지금 당장!” 사라질 존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타인을 포함하는 미래 세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살고 있기 때문에.
저자는 간소한 삶의 방식, 미니멀 라이프부터 포장지 없는 가게와 재활용 등 소비 방식, 도시 재생과 생태도시, 생태 여행 등 우리 개인의 삶을 거쳐 도시광산과 공정무역, 친환경 경제와 탄소중립사회까지 “지구를 살리는 기발한 생각”을 열 가지 주제로 나누어 제시한다.
대부분의 책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 또한 권할 수 있는 대상과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두말할 것도 없이 학교로, 어디든 청소년이 있는 곳으로 가야하리라.
막상 펼쳐보니 별다른 것도 아닌데 기발하다고 유난을 떤다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알고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몰랐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챕터 말미의 딸림자료와 토론 과제는 이 책의 내용이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삶과 밀접한, 깊숙하고 사소한 영역까지 도달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사실 이 얘기를 하려고 저 위에서부터 판을 깔았지만, 청소년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이들이 있는 곳에 가야하리라. 그 말은 곧 모두가 읽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라.
어른인 나는, 우리는, 당신들은 가만히 손 놓고 지구를 말 그대로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와중에 청소년들에게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며 독려 비슷한 말을 해댈 수야 있겠는가. 그것도 방긋방긋 웃는 낯으로.
어쩌면 누군가는 하고싶어도 못 하는 게 문제 아니냐, 나 하나 바뀐다고 뭐가 달라지느냐 물을지도 모른다. 틀린 말이 아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어른, 세상 돌아가는 꼬라지를 모르지는 않는다고 자부하는 나는 안다.
저자가 제시하는, 적게 소유하고 낡은 것과 함께하는 삶, 다소 불편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삶은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차단되기도 한다. 그것은 비용이나 넘쳐나는 구조적 스트레스에 대한 해소 방안 제약의 문제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것은 보다 큰 규모, 제도와 사회구조 전체를 뒤바꿔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밖의 문제라면,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요”로 수렴되는 문제라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 사는 일은 원래 불편하고 번거로운 거라고, 일상은 원래 좀 구질구질하고 낡은 데가 있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잠시 지나가는 호텔이나 한껏 꾸며놓은 쇼케이스가 아니라고. 내 기분보다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행성에 함께 머무는 생명들에 대한 의무라고.
그러니까, 우리 이제 좀 덜 게으르고 덜 해로울 수 없을까. 여기서부터 저 멀리까지, 작은 습관부터 전세계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큰 일까지 늘 그래왔던 방식이 아니기를 시도하는 것. 그 기발한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