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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아니다 -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박주연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4월
평점 :
*출판사 글항아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짐승은 짐승이고 사람은 사람이지, 어떻게 둘이 같으냐”고 말하는 당신에게 말하노니, 다 알면서도 하는 짓이었군요. 그렇다. 짐승, 곧 동물(여기서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을 말하기로 하자)은 동물이다. 물건이 아니다. 물건에는 생명이 없으며, 본질적으로 사용되고 소모되는 성질의 것이다. 살아있는 것, 혹은 태어나 살아갈 것들을 그렇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동물은 인간과 같지 않다. 인간의 권력과 편의는 철저하게 인간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인간이 아닌 동물을 인간의 삶에 끌어들인 순간부터 마찰과 불화는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인간이 모든 동물에게서 유리되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이상, 그들과 삶의 경계를 조율하고 본성을 이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p.144 실제 반려동물 관련 법을 제정할 때 아동 관련 법률이 참고되기도 하는데. 이는 두 존재 다 사회의 보호가 뒤따라야 하는 부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타인을 때리면(혹은 물면) 안 된다"는 규칙을 가르쳐야 하고, 이에 따라 교육받지 못한 아동(혹은 개)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보호자에게 귀속된다. 그럼에도 '개를 죽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극단적인 주장에 힘이 실린다. 물림 사고의 궁극적인 예방책은 보호자의 책임 강화이지 '물면 죽인다'는 협박이 아니다.
최근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포함해 동물권에 대한 논의는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이다. ‘그 누구도 고통받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고 거창한 말을 내세우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p.160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 적대를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미 고달픈 삶에 무게를 더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p.198 한 기자가 1미터 길이의 목줄에 묶인 채로 시골 개의 하루를 체험하고 쓴 기사를 읽었다. 기자는 시골 개와 함께 묶여 지낸 7시간 동안 겪은 추위, 외로움, 지루함을 생생히 묘사했다. (...) 너무 지루한 나머지 "풍경마저 외워"버렸다고도 썼다. 사람이 이렇게 살 수 없듯이, 개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거였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모 축제에는 살아있는 산천어가 트럭으로 실려 쏟아진다. 참여객의 재미를 위해 맨손이며 낚싯바늘에 찢기고 으스러지기 위해. 매일같이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동물이 버려지고 숨이 끊어진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잡혀 들어온 동물은 수조나 우리에 갇혀 전시되다 생을 마친다. 바깥이 어떤 곳인지, 왜 알 수 없는 이 곳에서 하루종일 맴돌며 소음과 쓰레기에 시달려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개장수며 건강원은 낯설지 않고, 서식지를 위협받는 동물을 보호하자는 외침에는 일시적인 호응에 그친다. “반려동물“은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었으나, 예쁘고 어린 ”순종“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비싼 돈을 지불해도 여전히 밥값이며 병원비는 아까운 데가 있다.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끔찍한 고문이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심심찮게 벌어진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가볍기 짝이 없다.
우리는 과연, 그들을 살아있는 무언가로 대하고 있기는 한 걸까.
p.122 이들 가해자는 공통적으로 피해 대상을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망을 발산하고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받음으로써 쾌락을 느낀다. 또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들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학대 행위가 자신이 직접 행한 것임을 입증하고 싶어하는 행위는 그들의 과시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p.176 최소한 아이에게 '동물은 인간이 원하는 대로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분명히 가르치고 싶다. 내 아이가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권리를 갖고 태어나며, 동물에게도 자신에게 맞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리주었으면 한다. 나는 올해도 동물원에 가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동물권 변호사‘로서 개정된 동물보호법과 국내외 동물권 현주소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동시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치열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살아야만 한다면, 이래서는 안 된다고,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고.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 세상을 향한 호소이며,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이유를 낱낱이 파고드는 매서운 비판이다.
물론 이미 오랜 시간 인간만을 중심으로 하는 문명을 구축하고 누려온 이상 하루아침에 엄청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조금만 가기를, 어디일지 모를 끝이 초라하고 허망하기를 바라는 이는 없다. “우리”에 더 이상 인간만이 속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아도, 작거나 아름답거나 희귀하지 않아도 살 권리가 있다. 행복하게 살다 타살이 아닌,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 누구도 길바닥에 내던져지고, 발에 채이고 손바닥만한 철창에서 평생을 보내지 않을 권리가 있다.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누구에게도 사용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당장의 부득이한 경우에는 최선을 다해 고통을 줄이고, 희생을 요구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최소한의 책무가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간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사용될 수 없는 존재이다.
동물과 사람이 다르다는 당신에게.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살아있고, 살아있었으며, 살아갈 존재는 그 누구도 물건이 아니다.
p.128 동물에 대한 학대를 막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생명을 가지고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에 대한 존중이라는 관점과 연결되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단순히 동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존중과 보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물에 대한 보호와 학대 방지는 단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지위에서 가지고 있는 도덕적 의식과 의무감에서 필요한 것을 넘어서서 전체 사회 구성원의 존중과 배려 및 보호라는 관점에서 인간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다.
p.227 중요한 점은 '살아 있는 존재라면 누구든 행복을 원할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내가 아프기 싫듯 동물도 아프기 싫다. 그러나 우리는 이 당연한 사실을 잊는다. 그들이 고통을 호소하거나 학대 사실을 폭로할 수 있는 인간사회의 언어를 구사할 수 없기에, 그래서 아픔을 "아프다"는 말로 전달할 수 없기에, 그들의 고통을 외면한다. 간단히 모른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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