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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 부패의 역설이 완성한 중국의 도금 시대
위엔위엔 앙 지음, 양영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출판사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부패란 무엇인가? 과연 부패는 공산주의 정부로 인해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제인가? 자본주의로의 전환은 부패 근절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부패의 형태는 "도둑놈들"과 "공권력에 의한 수탈"에 한정되는가? 개인 혹은 정당에 의한 독재정부를 청산한다면 모든 부패를 근절할 수 있는가? 엄중한 처벌 혹은 강경한 캠페인은 부패 근절과 사회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까? 모든 부패가 동일한 과정과 결과를 보이는가?
이 책은 중국의 관료 체제와 부패 유형, 개혁 개방 이후 중국 내 부패 진화의 양상을 분석하며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운동이 19세기 미국의 도금시대와 유사한 현재 중국의 경제사회를 타개할 가능성과 한계점, 중국이라는 거대하고 모순적인 국가가 부패 근절을 통해 새로운 진보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p.14 중국과 가장 유사한 것은 19세기 말의 미국이다. 이 시기의 미국은 맹렬한 성장과 눈에 띄는 불평등, 그리고 재력가들과 결탁한 부패 정치인들로 특징지어진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1978년 이후 중국의 ‘도금 시대’가 건설되는 과정이다. 중국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부패와 자본주의 관계에 대한 기존관념을 바꿔야만 한다.
다방면으로 지배적인 서구 사회의 영향인가, "공산주의"는 "독재"와 더불어 모든 부정과 해악의 원인으로 지목되곤 한다. 마치 공산정권을 타도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민주정이 들어서면 이전까지의 문제는 깨끗이 사라질 것처럼.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혹은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원리적으로는 공산주의, 일당 독재 정권의 영향을 같이 받았음에도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 사회 양상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부패는 행위자와 그 규모 및 내용에 따라 크게 바늘도둑(하위 공무원의 비교적 작은 규모), 소도둑(고위 공무원의 비교적 큰 규모), 급행료, 인허가료 , 네 가지의 범주로 구분된다.
또한 이에 따라 각 국가의 부패지수를 비교했을 때, 서구 사회에서 빈번하게 제시되는 예시인 인도는 급행료, 아프리카 대륙의 일부 국가들은 도둑질과 갈취(바늘도둑과 소도둑)이 주된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반면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인허가료가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인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세 가지 비교 앙식을 제시한다. 첫째, 전체적인 부패의 수준만큼 부패의 구조가 중요하다. 둘째, 체제 유형은 어떤 유형의 부패가 지배적인가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모든 체제의 인허가료는 다르다.
p.205 중국에서 인허가료는 정치적으로 결탁한 자본가들이 열정적으로 투자하고 건설하는 것을 고취했다. 동시에 정치가들이 그들의 발전 목표를 달성해 승진 사다리를 올라타게 했다. 이런 부패는 스테로이드처럼 기능하는데 심각하지만 간접적인 해악을 끼친다. 인허가료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연속적이기보다는 간헐적이다.
p.283 첫째, 부패는 항상 나쁘지만 모든 유형의 부패가 경제에 똑같이 나쁜 것은 아니며 같은 종류의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자본주의는 부패를 박멸함으로써 발흥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는 부패의 박멸이 아니라 부패의 정성적 진화(폭력과 도둑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쪽으로)를 통해 발전했다.
모든 부패는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 부패는 결과적으로 경제구조의 선순환과 성장을 저해한다. 부패는 자원의 편중과 불필요한 정체, 정책 의도의 왜곡을 유발한다. 궁극적으로 부패는 근절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부패가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하지는 않는다. 부패는 곧잘 국가경제시스템 파탄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며 실제로 수많은 사례가 존재하나, 부패가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연속적이며 거대한 경제성장을 보이는 국가, 중국이 있다. 이는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은 부패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자원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저자 위엔위엔 앙 또한 부패의 해악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모든 부패가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며, 중국의 예를 들어 어떤 부패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나마 경제 성장의 촉진제가 될 수 있음을 보인다.
결국 사회과학적 연구와 분석의 의의는 그 이후에 있다. 현상의 외면적 이해는 그 자체로 결과기 될 수 없다. 우리는 그것에서 무엇을 배우고 또 경계할 수 있는가? 앞선 사례들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깨닫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하는가?
저자는 마지막까지 명쾌하고 도덕적인 결론을 내려주지 않는다. 마치 그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는 듯이. 그렇기에 나와 같은 이 책을 단순한 연구서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러니 부디, 이 책이 다양한 독자들에게 가깝지만 먼 나라, 한국과 같은 시기의 전쟁을 겪었으나 격변기를 거쳐 너무도 다른 현재를 살아가는 중국을 통해 우리의 길을 가늠하고 일시적인 효과에 의존하지 않는 성장, 각국의 정치사회적 현실을 고려한 부패 근절 방안을 고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p.156 나이지리아와 우간다를 좀먹던 문제들은 중국에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베버로 바로 넘어가기' 대신에 기존 녹봉 관행과 관료의 보상을 재정적 성과에 연동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 단순히 복사한다면 서양의 최선의 방법을 흉내 내는 것과 같은 오류를 되플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