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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한겨레출판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쓰는, 주관적 후기입니다.
중독이라고 하면 어쩐지 병리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중독'으로 수식되는 것들은 대개 알코올, 마약 등 해로운 물질이나 도박, 게임처럼 썩 긍정적으로 권해지지는 않는 행위가 아닌가. '중독'이 붙으면 어쩐지 문제가 커지는 것 같다. 밤낮없이 그것에만 매달리고 일상을 매몰해가며 파멸로 치닫는...!
다음 내용은 오는 주 같은 시간에 방송됩니다. 유튜브나 OTT 채널에서 짧은 클립과 하이라이트 씬을 모아 볼 수도 있어요. 주연배우의 인스타그램이나 팬사이트에서는 화보와 착용 제품을 모아 볼 수 있고, 소속사에 따라 메신저 대화 서비스를 구독하시면 아침 점심 저녁 새벽 짬짬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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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는 맛도 질린다. 내 인생 왜 이래? 그래 이게 다 사주가 안 맞아서 그래. 전애인 성격을 봐. INFJ니까 ESTP인 나랑 맞을 리가 있나. 역시 데이트앱을 믿는 게 아니었어. 내가 거기서 왼쪽으로 스와이프하는 게 아니었는데. 아, 클래스 강의 밀렸었지. 하나라도 더 해야 뭐라도 비벼볼텐데. 어제 본 가구 예뻤지. 홈꾸는 언제 하고 미라클모닝은 언제 하냐. 이러다 죽기 전에 갓생러 될 수 있기는 할까? 지친다 지쳐. 아 인스타 알림 왜 이렇게 안 와.
지치지 않을 턱이 있나. 우리는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정확히는 저자와 같은 대다수의 '젊은 도시인'은 자극 과잉의 시대를 허부적대고 있다. 아침부터 밤까지 온 감각을 꽉꽉 들어채우는 오감 뿐만 아니라 더 성실하게, 더 짜릿하게, 더 화려하고 더 '있어보이게'. 더, 더, 더!의 세계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이 수수하고 건실하기를 바라는 게 더 우스운 시대가 되었으니 누굴 탓하랴.
근면성실과 노력으로 정상 사회에 녹아들기만 하면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이미 세대와 지역으로 촘촘하게 나뉘는 빈부격차로 사라진 지 오래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죽자사자 버티던 젊은이들은 한 번 사는 인생, 즐겨! 질러!를 외치며 YOLO를 외쳤고, 돌아온 일상은 여전히 최저한의 생계보장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우리 사회의 최신 트렌드는 결국 또다시 '노오력(노력이 아니다. 힘주어 '오'를 발음하는 것이 포인트.)'과 자력갱생, '귀티'를 외치며 극복할 수 없는 격차를 겉으로나마 메꿔 모방하거나 어떻게든 차별화를 강조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MZ세대 의 빠르고 신속하며 저렴하거나 화려한 만족을 추구하는 세태'라고 조롱하고 싶은 자, 얌전히 정수리에 쟁반이나 맞도록 하라(안다. 이 또한 지나간 유행임을).
누군가는 공감하고 또 누군가는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느냐며 혀를 차겠지만, 이 과잉 자극, 과열 경쟁, 과소비와 헐값 그리고 끝없는 소비촉진 사회에서 청년세대가 '월든'같은 삶을 바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꿈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에 대한 보고서이자 저자 자신에 대한 분석 내지는 고백이기도 하다.
저자 도우리는 '그들'이 아닌 '나'를 이야기하며 우리 사회의 현재를 낱낱이 들어보인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클럽 앞에서 첫차를 기다리고 내일이면 후회할 소비에 매달려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리라.
SNS 서비스 오류에 문 닫힌 단골가게 앞을 서성이는 사람처럼 임시보관함을 채우고 또 채우며 트위터야 아프지마!를 외치는 우리는 과연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걸까. 사이버 파랑새는 갓생러의 꿈을 꾸는가? 알티 탄다. 뮤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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