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리보칭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 비채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시작부터 속도감 넘치는 전개에 정신을 차리는 것 조차 어렵다. 대체 어느 동네 작가가 4부 짜리, 그것도 연작도 아닌 작품을 시작부터 이렇게 몰아친단 말인가? 어이가 없다 못해 난감하기까지 한 기분이 들자마자 저번에도 안 읽어 냅다 매운맛을 봤던 그것, 작가의 전작 이력을 뒤졌으나...
국내 번역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지? 나만 빼고 서로 다 아는 사이인 이 기분? 뭐지? 작가부터 캐릭터까지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하는 이 분위기? 혼란스러운 마음을 뒤로 하고 1장을 읽다보면 정의롭고 냉철한 주인공에서 벗어나 현실성있게 부패한 인물과 어딘지 모르게 헐렁헐렁한, 세간에선 나사빠졌다(...)고 일컬어질 인물을 비중있게 내세움으로써 식상함을 탈피하는 작가에게 이유모를 애정같은 것이 솟구쳐오른다. 그래, 추리소설은 이래야지.
그러나? 그 애정은 1장과 함께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게 됩니다. 기억하십시오. 나는 작가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대체 4분지 1을 이렇게 끝내버리면, 나는 어떡해? 나는 어떡하고 당신들끼리만 사이다야? 나도 데려가!
걱정 마세요. 다음 주자가 나를 내다버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각 장 별로 서술자가 다른 만큼 분위기도, 서술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모두가 기발하고 완벽한 추리를 빛내지만 그 모두가 완전하지도, 끝까지 치밀하지도 못하다.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뒤통수 타격 맛집으로 초대된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그것이 도리어 매력이랄까.

2장을 마친 나는 또다시 고민에 휩싸였다. 이 작가는 불특정 다수의 독자에게 무슨 원한을 품었길래 이 야심한 시각에 나를 고민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가... 뒤통수 스코어 2:0. 1장에서의 고민을 되새겨보자. 대체 이 작가는 남은 분량을 어쩌려고 여기서 마침표를 찍는가? 물론 앞사람 가면 뒷사람 온다고, 1장의 해답은 2장에서 얻을 수 있다. 그걸 동치미 국물마냥 홀라당 집어삼킨 범인이 접니다. 전데요. 아니 그치만 들어보세요? 저 작가가 먼저?
폭포처럼 쏟아지는 추리의 달달한 맛에 눈이 돌아가 2장을 해치우고 대가로 얼얼한 뒤통수를 얻어가며 3장을 마친 제 소감은요. 나의 뒤통수 오목거울이 되었다. 작가는 이 한반도 한구석에 놓인 독자의 뒤통수를 물어내라 물어내라.
당신이 누구든, 어떤 추리를 펼치며 각 인물의 행보와 추리에 얼만큼 고개를 끄덕였든 그것은 높은 확률로 뒤통수를 향해 날아온다.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배신과 충격만을 굳게 각오하고 전진하십시오. 그것만이 당신과 함께할테니. 네, 각오해도 소용 없다는 뜻이지요. 이제사 말하지만 이건 추천글입니다. 앉은 자리에서 숨도 못 쉬고 완주했다는 평을 남기려고 쓴 글입니다.

매번 신간이든 구간이든 소개글을 쓸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어떤 작품은 단 하나의 단서도 커다란 스포일러가 되어 읽는 사람의 김을 빼놓는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과 앞둿면 표지는 작가와 편집부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독자에게 전하는 최고의 단서이자 간절한 힌트이기도 하다. 인터스텔라의 책장 너머 외침처럼. 변방의 일개 독자인 저도 딱 한 마디만 보태겠습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모 영화의 기운이 있지요? 분명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표지 귀엽네~하고 넘겼지요? 바로 그것때문에 오목통수 클럽에 회원 하나 늘어났습니다. 축하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선 편지에 추신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께. 당장 차기작을 내놓으십시오. 재밌는 책은 무슨무슨 법에 의해 한 번에 두 권씩 내야합니다. 아무튼 그런 법이 있습니다. 당장 차기작을 내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