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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도서관 - 황경신의 이야기노트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2월
평점 :
예전에 이웃에 사시는 분이 '초콜릿 우체국'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어릴적 동심의 세계를 간직하거나 간직하고픈 마음이 강하신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 당시는 헨젤과 그레텔이 더 떠올랐던 같은 기억이... ) 황경신 작가의 초콜릿우체국이라는 책이 존재하는줄 최근에서야 알게되었다. 덕분에 초콜릿우체국-그 두번째이야기라는 부재가 붙어있는 이책을 접하게 되었다.
황경신 작가의 38편의 단편 모음들은 상상력 가득한 소설과 공상의 나래사이로 자유롭게 날아가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하는 듯한 현실같은 이야기를 왔다갔다하여 소설과 에세이가 섞여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행을 대신해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 우물속에서 사는 인간의 초대, 11월11일 열한시 셰익스피어의 낭독회, 천사와 악마와 함께하는 술자리 등 몽환적인 느낌의 이야기에서부터 기묘하기까지 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마치 전혀 다른 것 같은 이야기들은 하나의 시간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회상 , 그것으로 변해버리거나 어쩌면 늦어버렸다고 생각되는 현재들에 대한 이야기들,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곳 저곳을 마음껏 날아가고 싶은 한마리의 새이지 싶다. 어쩌면 너무 짧다 싶은 이야기들은 남은 만큼의 여백을 읽는이들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지언데, 익숙해지다보니 처음 몇 편을 읽을때는 생각보다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에 놀랐다. 어쩌면 고갈된 상상력이나 고정화된 프레임에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에 대한 질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이 소설일까 에세이일까 하고 고민이 되었던 것도 나만의 잣대로 규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짧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남겨진 여운은 언제쯤인가 닫혀버린 내 삶의 방들중 하나의 문을 다시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