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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평점 :
이 책은 한 권의 미술관이다
알랭 드 보통 ․ 존 암스트롱,『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예술은 우리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 예술은 우리 앞에 어떤 포즈로 놓여있는가. 이 질문을 뒤집으면, 우리는 어떤 태도로 예술을 바라보고 대하는가 하는 질문이 된다.
알랭 드 보통의 예술론을 대변하는 이 책은 크게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미적 객관주의와 미적 주관주의라는 예술론에서의 두 가지 주류적 관점, 그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균형의 책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단지 말한다. 자신이 감각하고 인식하고 의식하는 예술에 대해서. 이 책은 이야기가 있는 140여점의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그리고 방법론, 사랑, 자연, 돈, 정치라는 큰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럼에도 예술과의 만남은 항상 기대한 바대로 이루어지진 않는다. 명성이 자자한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찾아갔을 때 우리는 왜 예상했던 변화의 경험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의아해하면서 실망하고, 더 나아가 어리둥절함과 무능하다는 느낌을 품은 채 문을 나서기도 한다. 그럴 땐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을 탓하고, 문제의 뿌리는 분명 이해 부족이나 감성적 수용 능력의 부족에 있다고 자책하게 된다.
이 책은 문제의 뿌리가 일차적으로 개인에게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입맛은 변론할 것이 못된다(De gustibus non est disputandum). 라틴어 속담이다. 예술을 맛보는 우리들의 입맛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을까.
알랭 드 보통은 예술을 통해 우리의 시간과 삶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들의 감정과 정서 그리고 입맛. 그는 예술이 잃어버린 질문을 나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나와 너와 우리는 예술이 잃어버린 세계를 복원하는 ‘영혼의 미술관’들이다.
예술은 목적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며,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가르쳐준다. 그러나 그곳에 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단서를 주지 않는다.
한 사람은 하나의 경로가 된다. 아프리카 격언 중 이런 문구가 있다. 한 노인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에 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 영혼의 미술관, 그리고 노인이라는 도서관. 우리는 어떤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노인의 도서관이 보편적으로 타당한 어떤 삶의 방식 그 경험적 지식들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면. 영혼의 미술관은 개별적 고유성을 갖는 우리의 삶,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의 삶, 나의 감정, 나의 본질에 가닿는 어떤 경로이자 나라는 존재 그 단서들의 총체다.
예술은 우리 삶의 속사화다. 그러나 삶은 덜 시적이고 덜 예술적이다. 그는 말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예술작품이 조금 덜 필요해지는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영혼의 미술관들이며 그 미술관을 운영하는 관장이다.『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은 그걸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