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의 시대 - 길들여진 어른들의 나라, 대한민국의 자화상
이승욱.김은산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애완의 시대』에 우리들의 질문

이승욱 · 김은산,『애완의 시대』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불안이 우리들의 근본 기분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불안은 죽음에 대한 것이다. 우리에게 불안은 두 가지 방식으로 있다. 처리될 수 있음과 처리될 수 없음. 그렇담 어느 것이 처리될 수 있는 불안이고 어느 것이 처리될 수 없는 불안이란 말인가.

저자 이승욱과 김은산이 말하는『애완의 시대』의 불안은 유전자다. 베이비부머 부모들은 에코 세대 자녀들에게 불안이라는 유전자를 물려줬다. 불안유전자는 애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정체성이자 그 징표다. 우리는 왜 불안한가. 하이데거 말대로 불안이 죽음에 대한 것이라면 애완의 시대에서 죽음은 어떤 죽음인가. ‘더 괜찮은 애완견’이 되고 싶은 그들에게 죽음은 “미래라는 시제의 실종”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

애완의 시대에는 부모의 삶과 자녀의 삶도 없다. 근원적인 불안과 조바심, 열등감에 길들여진 삶만이 있을 뿐이다. 에코 세대는 메아리처럼, 성장과 자기 삶을 유예시킨다. ‘대리인의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리의 ‘진짜 나’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에 있을까?”

 

대리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길을 잘 잃는다. ‘자신의 몸과 감각으로 세상을 뚫고 나가는 자신만의 힘’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의 야생성과 자연성을 죽여 없애고 (-) ‘자발적으로 순응하는 국민’이 되어 애완의 시대”로 들어선 우리들은 마음과 정서의 ‘공간지각력’을 상실했다.

 

“야생은 표백되어, 애완만 번성하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들이 우리의 심장 속에 재우고 있는 독재자는 누구인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줄 그 대상’ 즉, ‘내 존재가 살아있어도 됨을’ 증명해줄 그 대상은 누구인가. 우리들은 “소외된 존재로의 전락이라는 환상, ‘잉여’가 되는 환상적 불안”을 날마다 시뮬레이션한다. 그로인해 우리는 개인의 상처와 과거를 착취하고 독차지하는, 우리들의 심장 속에서 졸고 있는 독재자로부터 ‘과거의 반복재생’이라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는(다고 믿지만 사실은 스스로 길들여짊으로써 그를 자초하게 된)다. 그러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타자에게 애걸하지 말자. ‘잉여’는 없다, 다만 그렇게 부르는 자들만 있을 뿐이다. 국민을 ‘잉여’라 부르던, 더 정확히 말해 국민 스스로를 ‘잉여’라고 무의식화 시킨 그들은 범죄자다.”

 

우리들은 어떤 삶을 상상할 수 있는가. 나는 내 앞에 어떤 삶을 놓을 수 있는가. 저자는 “우리에게는 자생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유로워지라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흐르게 하는’ 자생력이 필요하다. “흐르는 물은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흐르는 강물은 스스로를 정화한 정의이며, 이것이야말로 고여 썩는 악에 물들지 않고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내가 나에 의해서만 길들여질 때, 우리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하고 돌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온전한 자기 ‘삶의 속살’을 직접 경험하고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린 우리의 아이들을 성장시킬 의지가 있는가, 아니면 영원히 우리 곁을 떠나지 못하는 대리인, 애완견으로 남게 할 것인가. 그들이 성장하기 위해 우린 무엇을 해야 하나? 공동체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이것이 애완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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