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 르네상스를 만든 상인들
성제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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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라, 한 권의 스캔들을

성제환,『피렌체의 빛나는 순간』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는 맥락의 질문에 ‘사랑과 굶주림’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렇담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을 점하던 그들(예술가와 예술작품 그를 후원하던 대상인들)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에 굶주렸던가.

 

“르네상스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창조하는 토대가 된 것이 이 상인들의 욕망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욕망의 주체로 저자는 상인들을 지목한다. 르네상스라고 하면 보통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산드로 보티첼리와 같은 예술가들과 그 작품을 머릿속에 시각화하기 쉬운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문제의식 역시 그러한 불만(족)스러움과 의문으로부터 시작된다.

저자는 왜 르네상스 시대의 주연을 상인들에게 맡겼을까.

사랑과 굶주림은 그 자체로 욕망의 주도적인 경향성이다. 스트로치 가문, 브란카치 가문 그리고 메디치 가문 등 현세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없던 대상인들은 사후세계를 향해 두려움과 관심을 쏟는다. 그렇게 쏟아진 그들의 관심과 두려움은 사랑이라는 방식으로 일종의 굶주림의 현상을 낳는다. 예술작품을 후원하던 그들은 물론 ‘특별한 목적’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예술작품을 이용했다. 그러한 이용에 의해 예술가들이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팔린다는 말은 세속적으로 들리기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불쾌감을 주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문명이란 전달”(『바람의 소리를 들어라』문학사상, 2004)이라고 했듯 그것은 일종의 문명의 전달이었다.

만약 그들이 밋밋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마저도 잠재적이어서 그것이 발휘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러나 그들, 황금을 쌓고 대토지와 부를 축적한 대상인들의 욕망은 당시 피렌체를 놀랍도록 화려하게 채색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르네상스를 꽃피운 것은 그들의 욕망이었다.

 

“새로운 시대를 꿈꾸며 그 시대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상인들에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문의 열쇠를 쥐어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교황이었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교황으로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시대와 그 열쇠. 어쩌면 르네상스는 열쇠 구멍을 맞춰나가는 과정이자 그 방식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스캔들’이다. 우리는 이 책을 넘겨 읽으면서 르네상스 시대에 엮인 매혹적이고 위험하고 한편으로는 획기적인, 놀라운 스캔들을 한 장 한 장 뜯어보고 넘겨볼 수 있다. 책갈피를 꽂아놓을 수도 있다. 기체처럼 날아가버리거나 액체처럼 흘러버리지 않은 그들의 ‘창의력’ 또한 눈여겨 볼만 하다.

 

그러니 훔쳐보라, 한 권의 스캔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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