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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고양이
윤이형 외 지음 / 폭스코너 / 2016년 1월
평점 :
몇 번을 망설이다가 이 책을 구매했다. 오래 망설였던 것 치고는 배송이 오자마자 가장 먼저 읽기 시작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심사가 조금은 있었을 것 같다.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서 나는 단연 시인들의 글이 좋았다. 특히 곽은영 시인의 글은 천천히 두어 번을 읽어내려갔다.
곽 시인의 글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독해력이 부족해서인지 초반에는 내용을 따라가는 것조차도 어리벙벙하게 느껴졌다. 정갈하게 잘 짜여진 문장인데 이상스럽게 낯설고 이물스러운 느낌이 났다.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인간 세계의 글 같지가 않았다. 한 발은 이곳 인간계에, 다른 한 발은 저곳 고양이 세계에 딛고 선 글 같았다. 의인화 되지 않은 날 고양이들의 언어가 (인간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 인간 냄새가 옅어진 언어 속에 섞여 있는 것 같았다.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의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바로 이 느낌이, 곽 시인의 글이 인간의 글이라기보다 인간과 고양이 사이 어디쯤의 글 같다고 느끼게 만드는 이유일 듯하다.
한국 골목의 척박한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고양이만이 아니라는 것을... 인간적인 정의감이나 분노, 당위 같은 것 없이 보여준다.
치열하고 담담하게.
고양이의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