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 심리학과 고양이 - 여성적인 것의 구원에 관한 이야기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 지음, 심상영 옮김 / 한국심층심리연구소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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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충을 통해 민담을 분석해 나가는 과정은 정말 흥미로웠다. 가끔 뜬금없는 부분(논지에 맞지 않는 예시 같은 것)에 어벙벙해질 때도 있었지만, 지엽적인 부분이라 어깨 한 번 으쓱하고 지나갈 수 있었다. 번역된 폰 프란츠 여사의 글을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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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터 3 : 건강지속 편 - 건강한 생활을 위한 본격 다이어트 웹툰 다이어터 3
네온비 지음, 캐러멜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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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끊고부터 틈틈이 공부 삼아 정주행해요. 생활 습관을 바꾸고 운동에 집중하는 데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게, 무엇보다도, 끝내주는 매력입니다. 깨알 같은 재미는 당연한 거고요. 다이어터야말로 최고의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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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
한창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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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삶을 빛나게 하는 것은 해학이 아닐까. 구성진 사투리와 리듬감 있는 언어가 읽는 재미를 더했다. 문기사와 승희네의 묘한 긴장감도 이상스럽게 두근거렸다. 크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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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던 새 본다 - 창비소설집
한창훈 지음 / 창비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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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끝까지는 읽었다. <행어>까지는 괜찮았고, <달팽이를 위하여>도 의미와 설정이 대략 잘 어우러져서 좋았다. 별로 와 닿지 않는 작품도 몇 있었는데, 취향 탓일지도 모르겠다. 후기작을 읽고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기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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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마일 밀리언셀러 클럽 85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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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마일>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세월의 흔적이다. <가라, 아이야 가라>의 아만다 맥크레디 사건을 해결한 지 12년이 지났다. 켄지와 앤지는 부부가 되어 있고 딸내미도 하나 키우고 있다. 그리고 켄지와 앤지 위로는 피로한 생활의 무게가 짙은 그림자가 되어 드리우고 있다. 켄지는 '정규직'이 되어야 할 의무가 있는 가장의 책임을 다 하느라 파김치가 되어 있다. 그를 움직이는 것은 더 이상 '놀이'가 아니라 '의무와 책임, 생활'이다.


관계에서의 변화뿐만 아니라 배경의 변화에도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컴퓨터를 갖고는 있지만 컴맹에 다름 아니어서, 컴퓨터 관련된 일이라면 허구헌 날 리치 콜맨에게 신세를 지던 켄지는, 이제 랩탑을 들고 다니고 트위터 정도는 가볍게 이해하는, '비정규 직장인'이다. 그를 둘러싼 세계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세계와 매우 흡사하고 속도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흥미로운 것은 '계급적 갈등'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켄지가 '정규직'이 되지 못하는 것은, 그가 상위 계급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가 속해 있는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말)한다. 비위脾胃 맞춰주어야 할 때 맞춰주지 못하기도 하지만, 비위非違에 눈감아야 할 때 감지 못하기도 하는 탓이다. '정규직'들의 시선으로 보자면, 켄지는 한 번쯤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는 사람이지만 곁에 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사람이다. 암암리에 용인되는 것들을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면서도 켄지는 '비정규직'들에게 이미 '거칠게 놀기에는 간이 작아진 놈'이면서 '정규직들의 세상에 알랑거리는 놈'으로 평가된다. 한때는 무서운 놈이었고 잘 나가는 놈이었지만, 그 모든 것이 과거형이 되어버린 것이다. - 켄지는 '정규직의 세계'에도 끼지 못하고 그렇다고 '비정규직의 세계'에도 끼지 못하는, 어중간하고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적어도, '맥크레디'라는 성을 가진 사람과 다시 얽히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그저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


어느 날 밤 걸려온 술 취한 베아트리체 맥크레디의 전화 한 통, 그리고 그녀와의 만남. 그러나 적어도 그는 이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불안정한 일상을 깨뜨릴 생각이 없었다. 현실적인 부담이 그의 두 어깨를 누르고 있었던 탓이다. 그러한 부담을 더해주는 한편 떨치게도 만들어준 것은 작은 도박, 작은 도발이었다. 노숙자가 켄지의 랩톱 가방을 훔쳐갔고 그것을 찾으러 갔다가 '된통' 당하게 된 것이다, 아직 하려고 마음 먹지도 않은 '맥크레디 일'에서 손을 떼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켄지의 뚜껑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는 랩톱을 찾고 싶었다. 그는 부바와 함께 랩톱을 찾으러 가고, 거기에서부터 지긋지긋한 맥크레디와의 인연이 다시 그의 발목을 칭칭 감아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인연에 있어 켄지는 분명 '수동태'가 아닌 '능동태'다. 켄지와 제나로는 12년 전 그들이 아만다 맥크레디에게 저지른 일을 두고서, 그날 그때까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켄지를 사건으로 끌어들인 것은 호기심(탐정 놀이)이기도 하면서, 스스로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물음에 대한 답변을 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아만다 맥크레디로 대명되는 이 물음은 해결하기 어려워 보이는 모순이다.


"착한 유괴"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 벌어진 아만다 납치 사건은 '착한 유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이를 학대 수준까지 방임하는 부모에게서 아이를 구출해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는 가정에 데려다 주는 것. - 이것이 바로 착한 유괴다. 켄지와 제나로 커플을 한 번 찢어 놓았던 문제이기도 했고, 그들을 한 번도 놓아준 적이 없는 (=그들이 한 번도 놓아본 적이 없는) 문제이기도 했다. 켄지는 12년 전, '착한'에 방점을 찍은 제나로와 갈라서면서, 그 행위에 대해 '유괴'라는 의미를 부여했었다. <가라 아이야 가라>가 끝나면서도, 또 <비를 바라는 기도>에서도, 그는 스스로의 행위가, 잘 한 것인지 아니면 잘못한 것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물론 이 혼란은, 이 고민은, 켄지의 것이면서도 동시에 데니스 루헤인의 것이었으리라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12년 전 내 판단은 틀렸다. 4400일이 지나는 동안 난 매일 그 사실을 확신했다.

하지만 동시에 내 판단은 옳았다. 아만다를 납치범들에게 남겨두었다면, 아무리 잘 돌봐준다 해도 납치범들일 뿐이다. 그녀를 되찾은 후 4400일 동안 이 이론 역시 사실임을 확신했다. 그럼 뭐가 남는 거지?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없었던 아만다는 다 자라서 똑같이 '착한 유괴'의 문제에 당면해, '아이 입장'에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넌 그 애를 납치했어."

"아저씨도 날 납치했잖아요."

목소리 하나 높이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사방 벽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입술이 떨리고 눈이 붉어지고 전율이 두 손을 훑었다. 극도로 통제된 분노 외에 내 앞에서 감정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납치했어요. 패트릭 아저씨. 정말로요." 그녀가 코로 습한 공기를 빨아들이고 한동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저씨가 무슨 자격으로 내 집이 어디인지 결정하죠? 도체스터는 내가 태어난 곳이에요. 나를 낳은 건 헬렌이지만 난 분명 *과 **** **의 아이였어요."


그녀는 켄지에게 어째서 자신을 돌려 보냈느냐고 묻는다. 거기에 대한 켄지의 대답은 '상황 윤리냐 사회 윤리냐에서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답변한다. 그에게도 무기력하게 들리는 답변. 켄지는 아직까지도 '착한 유괴'라는 모순에 찢기고 있을 뿐 어떤 선택을 내려야하는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만다는, 고작 16살이지만, 거기에 대해 분명한 대답을 알고 있다.1 그녀는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 처했던 상황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러한 대답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


"아이를 포기할 생각이 없지?"

"놈들이 내 몸의 뼈를 산산조각낸다 해도 끝까지 싸울 거예요. 혀를 잘라내면 잘린 혀로 비명을 지르고, 한눈을 파는 놈이 있으면 눈을 물어버릴 거예요."

"그래도, 저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거지, 아만다?"

그녀가 미소지었다.

"아저씨는요? 나 혼자 싸우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죠?"


켄지는 여기에서 처음으로 '머리로만 이해했던' 것, 그러니까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착한 유괴'의 모순 너머의 어떤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헬렌은 처참하게 실패했지만, 바로 그 실패 때문에, 누구보다도 강하고 헌신적인 어머니가 된 아만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아이'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는 없는 것이다. '착한 유괴'라는 선악의 뫼비우스 띠, 그는 이번에는 그것을 끊지 않기로 한 것이다. 모순인 것을 두고서 논리적인 결단을 내리는 대신 삶 자체로 끌어안기로 한 셈이다.   


♣ '늙는다는 건 정말 엿같은 일이다' - 켄지의 말대로, 우리의 주인공은, 주인공들은, 나이가 들어 벌써 사십대 초반이고, 가정도 이뤘으며 지켜야 하는 아이도 있다. 그들은 더 이상 위험을 무릅쓸 수 없다. 그들 자신만으로는 상관이 없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지켜야만 하는데도 채 지킬 수 없는 존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이상 용감할 수가 없다. 부바 말대로 범생이가 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야 십분 이해하고도 남는다. 암믄, 그래야지. 하지만 그 씁쓸함이란. 쓸쓸함이란. : 작가의 리얼리티는 트위터니 10대들이나 하는 현실의 반영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처해 있는 위치로도 뛰어나게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켄지와 제나로는 분명 허구이지만, 우리와 똑같은 현실에 발을 딛고 서 있기 때문에. 


세월과 함께 흘러가버린 우리의 영웅 탐정들.

그들로 하여금, 이제, 그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게 해야 할 것 같다, 개비의 바로 옆 자리에.

그래도, 인사는 제대로 해야지. 나름 한참 달려온 시리즈인데.


입으로 매를 버는 재간둥이 켄지, 안녕!

터프하고 똘똘한 매력으로 뭉친 제나로, 안녕!


+ 아이와 여자 앞에서 먹통이 되는, 뒷골목 건달 부바도 안녕!

+ 술집으로 잘 벌어먹고 산다는 데빈과 오스카도 안녕!


안녕.



이 대답을 알고 있는 것은 앤지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는 여기에서 켄지와 결혼해 개비라는 네살짜리 딸아이를 두고 있다. 그 탓에 그녀는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고 이전처럼 매력적이고 멋진 모습을 뽐내지 못한다. 그녀는 엄마고 엄마 노릇으로 너무 바쁘다. - 그리고 이 설정은, 그녀의 팬이라면 다소 서운할 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틀에서 볼 때 적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착한 유괴'라는, 켄지가 (논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모순에 대해, 엄마들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심지어는 그 자신을 다 바쳐가면서까지도, 아이를 위한 답을 고수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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