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듯 가볍게 - 인생에서 여유를 찾는 당신에게 건네는 말
정우성 지음 / 북플레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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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정우성 님은 아마도 지극한 올빼미형이었나 보다. 새벽을 보고서야 잠들던 그는 무심결에 나섰던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풍경과 사유가 일상에 반가운 균열을 만들어내며 '산책하듯 가볍게' 사는 삶을 가능하게 했다고 고백한다.

누군가의 엄청난 성취에 압도되어 미리 좌절하지 말 것, 오늘의 시간들을 내일의 내가 본으로 삼을만한 작은 시도로 채워보자는 것, 사소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시간부터 가꿔보자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산책에 대해 잠시나마 사유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산책은 미리 계획하지 않아도 가능하고, 혼자서 마음 내킬 때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크게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으며 돈도 들지 않는다. 저자의 말대로 '궁극의 여가'다. 사는 것도 산책처럼!

세월이 흐르며 깨달은 점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우리 의도와 계획보다 우연에 의해 이끌려 왔다는 점이다. 그것들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균열이었을 뿐이지만, 어느새 우리 삶에 큰 차이와 변화를 만들어낸다. 당장은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돌아보면 모두가 의미 있는 성장의 기회인 것이다.

사람과 풍경, 시시각각 변하는 내 마음을 마주하게 되는 산책을 통해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내고 그 균열이 변화를 몰고 오듯, 방향도 모른 채 달려가는 삶에 이 책을 통해 작은 균열을 내보는 건 어떨까?

천천히 단단하게 자기만의 길을 걷기에 어쩐지 불안하여 '확신과 응원'이 필요한 사람이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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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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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음악을 그 자체로 느낄 뿐 작곡가에게 여기 왜 쉼표가 있는지 질문하지 않는다. 

그림도 악보 위 음표처럼 받아들여라."

_앙드레 브라질리에


우리는 음악을 대할 때 그 음악이 내 취향인지 아닌지 '나의 감각'에 집중하는 반면, 미술은 곧잘 '앎'의 영역으로 취급한다. "그림은 잘 몰라요." 또는 "그림보는 걸 좋아하지만 잘 몰라요."라고 굳이 사족을 붙이는 것이다. 


한이준 도슨트님은 이같은 현상으로 <홀리데이 인 뮤지엄>의 프롤로그를 열고 미술도 '내 눈에 즐거운 것'을 기준으로 '나만의 그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갈 것을 권유하며 국내외 근현대 예술가 10인의 작품과 그들의 삶을 소개한다.


한국 근현대 화가 5인으로는 박수근, 이쾌대, 나혜석, 이중섭, 천경자. 해외는 르네 마그리트, 클로드 모네, 라울 뒤피, 폴 세잔, 에드가 드가가 소개되고 있다.


도슨트들이 특정 주제에 따라,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들을 소개하는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쾌대와 르네 마그리트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은 처음 만나서 이 책의 차별화된 점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근현대 화가 중에 박수근 님을 좋아한다. 돌부처나 돌탑의 표면을 보는 듯한 질감이 불안정한 시대,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려는, 거칠지만 단단한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인 것만 같아서 참 좋다. 그 특유의 질감이 유화 물감으로 제작되었고 최소 8겹, 10겹의 레이어로 완성된 것이라니! 좋아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또 더 깊이 좋아하게 되나니.


이 책은 소개된 10인의 예술가와 관련하여 찾아가면 좋을 국내 미술관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소개된 미술관들은 화가와 밀접하거나 느슨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양구의 박수근 미술관, 경기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 인천 강화군 해든뮤지움, 강릉시 하슬라아트월드>를 기행하는 상상을 현실이 되게 해보려고 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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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돈 공부 - 수업은 끝났고요, 재테크 중입니다
천상희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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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교사 맞춤형' 재무 상담서, <선생님의 돈 공부>

이 책은 교사에게 딱 맞는 재무 설계를 연구하고 돕는 경제금융교육연구회 소속 소모임 '재무 읽어 주는 교사(재읽교)'에서 엮은 책이다.

교사들 중에는 월급 명세서를 열어보지도 않는 분들, 본인 월급명세서의 상세 항목을 모르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월급에 누락된 항목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소급하여 받는 웃지 못할 경우도 생긴다.

나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다. 워낙에 돈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 뿐이가. 내가 발령받던 2000년도 초반에는 주식하는 교사, 부동산에 해박한 교사가 매우 드물었다. 교사는 '돈'과 거리가 멀고 '돈'이나 이재에 밝으면 어쩐지 안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돈'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은 삶의 균형을 잃어 한쪽으로 치우친 것과 같게 느껴질 정도로 사회 분위기는 변했다. '돈'은 모든 것은 아니지만, 분명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해주는 '삶의 중요한 관리영역'이 된 것이다.

선생님들이 엮은 선생님들을 위한 돈 공부는 누구보다 이런 교사들의 성향, 직업적 특성을 잘 아는 분들이 교사들의 인생 사이클을 고려한 재무 관리방법, 재무 상식들을 눈높이에 맞게 차근 차근 알려준다.

월급을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하여 교직생활의 재무 관리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궁금한 분에게 추천한다. 나처럼 재무관리에 약한 교사라면 곁에 두고 그때그때 펼쳐보고 충실한 조언자의 도움을 받아야할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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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언어 -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심리학
문요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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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배려하고 공감하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상대가 알아주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나 스스로가 굉장히 근사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상대의 기분, 입장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관찰하고 어떤 부분이 필요할지를 순간 순간 헤아리려 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세심한 과정을 속도감있게 거쳐 표현해내는 '배려'와 '공감'은 그 자체로 능력인 것이다.

그러나 어쩐지 상대방이 나의 배려와 세심함을 우리 관계의 기본값으로 여긴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너는 원래 그럼 사람. 계속해서 그러해야 하는 사람. 그러니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네가 잘못한 것. 나는 원래 이런 사람, 그러니 내 무심함, 무례함은 당연히 이해하고 인정해줘야하는 것'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순간, 나는 나의 배려를 얼마간 거둬오고 싶다. 억지로 무디게 말하고 행동하려 노력해보기도 한다.

이 책의 부제는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심리학> 이다.

누군가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인 사람들은 대개 뛰어난 공감력이 그 바탕이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어쩐지 힘빠지는 순간들을 만나면 관계에서 조금 물러나게 된다.

나를 지키면서 배려를 주고받는 선순환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나를 접어두지 않고도 관계를 회복해나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이 책은 충분한 답이 되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감'은 '마음 읽기'이고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마음 헤아리기' 이며, 마음 헤아리기는 상대의 마음뿐만 아니라 '자기 마음도 헤아리는 균형'임을 강조한다.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 상황에서 '너를 정말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다는 진심'을 담아 질문을 던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다. 이는 정혜신 박사님이 '당신이 옳다'에서 말한 '온 체중을 싣는 과정'과 동일하다.

현대인들이 함께이면서 외로운 이유, 주변에 사람이 없지 않은데 혼자라고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도 매우 공감했다.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그 한 사람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고 온전히 귀 기울여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여럿이 모인 자리는 말할 것도 없고, 1대 1의 만남에서조차 우리는, '그 마음이 정말 어떤 마음인지 정확히 알고자 하는 마음, 그리하여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경청'이 아니라 '그저 들어주다가' 상대를 위한다며 충고하고 조언하며 판단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인간관계에 지쳐 살짝 거리두고 있는 사람, 스스로를 소진시키지 않는 '배려와 공감'을 나누고싶은 사람, 갈등 상황을 '다툼'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이를 대화로 풀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싶은 사람, 그리고 정혜신 박사님의 '당신이 옳다'를 재미있게 읽은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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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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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을 따라서>라는 제목이 예뻤다.

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언제 우리의 뒤통수를 치며 들이닥칠지 모르는 고난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삶을 묵묵히 감내하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를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무엇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하고 희망이 담긴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었다.

이 소설을 처음 쓸 때, 제목 아래 한 문장을 쓰고 집필을 시작했다.

'실패의 순간에 도사리는 성공의 순간들.'

우리 삶은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얻고 성장하며 변모한다. 이를 종종 잊기에 나는 이야기로 이 말을 하고 싶었다. 나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p.262. 작가의 말 중에서

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읽으며 이 제목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적절하게 담아내는 예쁜 제목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장편소설로 2021년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권여름 작가님은, 실패의 순간에 도사리고 있는 성공의 순간들, 어려움 속에서도 기어이 내딛는 한 걸음걸음. 그것들이 '작은 빛'이 되어 우리를 이끌고 있음을 말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 책에는 화자인 중학교 3학년 은동, 집안일을 책임지는 할머니,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님, 고등학생 언니, 동생 은율이 등장한다. IMF의 등장과 대형마트의 연이은 개점, 외국계 대형마트 입점 소식과 같은 위기 속에서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필성슈퍼'를 지키기 위해 3대 가족은 고군분투한다. 서명활동과 투쟁으로 외국계 대형마트의 입점을 저지하기도 하고, 두부 한 모마저 배달해 주는 차별화된 영업전략으로 정정당당하게 이웃 마트와 경쟁을 하기도 한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슈퍼지만, 필성슈퍼가 위기에 처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여 다양한 방안을 짜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가족 전체의 '간절함'이 담긴 슈퍼는 외부의 파도에 쉽게 흔들릴지언정 마냥 휩쓸리지는 않았다.

이는 쉬이 나아지지 않는 한글 실력에도 굴하지 않고 공부를 이어가는 할머니도, 할머니께 한글을 가르쳐드리면서 받은 용돈으로 연기학원을 다니며 배우의 꿈을 키우는 은동도, 마찬가지다.

흔들릴지언정 휩쓸리지 않는 간절한 마음.

나는 우리 가족을 떠올렸다.

장애를 가지게 된 후, 다시 일어서는 엄마의 간절함과 성실함을 보며 마음과 손길을 보태지 않기란 어렵다. (물론 뒷전에 물러나있는 가족도 있는 법이다.)

나, 그리고 아빠와 동생은 엄마가 열심히 하시는 만큼, 또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셨던 만큼 이젠 우리가 돌려드릴 차례라는 마음으로 엄마를 지원해왔다. 지칠 땐 서로 상처 주기도 하지만 알고 있다. 우리가 함께 도달해야 할 지점을. 우리의 마음은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빠도, 동생도 나도, 엄마의 조력자만이 아닌 우리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 속에 흔들리고 넘어질지언정 휩쓸려 사라지지 않는 우리의 마음.

은동네 가족과 필성슈퍼의 이야기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오늘도 나아가는 중인 모두의 이야기였다.

내가 발하는 작은 빛이 누군가에게 길이 되고, 우리가 발하는 작은 빛들의 합이 더 큰 빛이 필요한 자리에 가닿는 상상을 해본다.

그 누구보다 나는 욕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친구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말로만 떠들 때, 나는 움직였다. 가끔 온몸이 너무 뜨거워져서 열정이 조금은 사라져도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그런 아이라는 것을 선생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p.24

손님이 찾아오지 않아도 문을 여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새벽 여섯시 차가운 셔터 끝을 잡아 힘차게 올리는 아빠의 뒷모습이 그려졌다. 여는 시간 여섯시, 닫는 시간 열두시는 법으로 정한 건 아니었지만, 스스로 선택한 시간이었고, 우리 슈퍼만의 신성한 약속이었다.

p.170

엄마와 아빠는 슈퍼가 심란한 일을 겪을 때마다 청소를 하고 뭔가를 궁리했다. 지금도 그렇다. 다시 이기기 위해 전략을 짜고 때론 종목을 바꾸며 변신했다. 외부의 파도에 쉽게 흔들렸지만 마냥 휩쓸리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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