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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없는 마음 - 양장
김지우 지음 / 푸른숲 / 2025년 6월
평점 :
‘구르는’ 삶에 대해 할 말이 많아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든다는 ‘구르님’. 본명은 김지우다. 감각적인 휠꾸(휠체어 꾸미기)영상으로 그녀를 알게 됐고, 호주 서핑 영상이 떴길래 여행가셨나 했더니 어느새 유럽, 호주 여행 경험이 담긴 책을 내놨다. <의심없는 마음>은 휠체어 타는 여자들의 인터뷰집,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이후 기다렸던 후속작이다.
뇌병변장애를 입은 엄마와 여행하는 나는 ‘엄마의 시선을 살뜰히 살피는’ 딸인데, 아무리 내 시선이 섬세하다 한들 엄마는 상당 부분 나의 가고 멈춤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엄마 마음을 장애 당사자를 통해 헤아려보고 싶은 마음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책은 생각보다 많은 내 정체성을 소환했다.
그녀가 남자 친구 ‘루’와 함께한 파리 여행은, ‘해치웠나? 라고 말하기만 하면 다시 일어나는 액션영화의 악당처럼’ (69p) 긴장을 놓을 수 없던 엄마와의 외출을, 모녀지간이라는 정체성과 돌봄 제공자의 정체성 사이에서 겪은 번민을 떠올리게 했다.
‘만들어 낸 모든 움직임이 여행’이었다던 첫 지하철 탑승기, ‘아주 커다란 돌이 천천히 굴러가기 시작한 듯 느껴졌다’ 라던 첫 해외 여행기는 여행자로서 내 첫 해외여행, 그리고 장애인이 된 엄마와 외출하며 재편되던 내 세계를 상기시켰다.
‘장애학생의 참여 방식을 함께 고민하기보다 눈꼬리를 한껏 내리고 염려하는 얼굴로 “네가 갈 수 있겠니?” 묻는 학교에서 늘 가슴을 펴고 당당히 자신의 참여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어떨 때는 이 거부가 거친 말이나 명백한 배제보다 더 무섭다.’ (130p)
학창 시절의 교묘한 차별과 배제 경험이 주는 무력감을 설명할 때는, 내가 학교에서 겪었던 특수아동을 향한 ‘선량한 차별’, ‘배려를 가장한 배제’가 떠올랐다.
장애 당사자이기에 가질 수 있는 시선에 특히 오래 머물렀다. 그녀는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를 넘어 기어코 자기만의 여행을 지속했다. 장애가 배제 사유가 되지 않는 나라에서 ‘의심 없는 마음’과 환대를 경험했다던 그녀의 구르는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