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에 작가의 말을 읽으며 이 제목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적절하게 담아내는 예쁜 제목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내 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라는 장편소설로 2021년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권여름 작가님은, 실패의 순간에 도사리고 있는 성공의 순간들, 어려움 속에서도 기어이 내딛는 한 걸음걸음. 그것들이 '작은 빛'이 되어 우리를 이끌고 있음을 말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이 책에는 화자인 중학교 3학년 은동, 집안일을 책임지는 할머니, 슈퍼를 운영하는 부모님, 고등학생 언니, 동생 은율이 등장한다. IMF의 등장과 대형마트의 연이은 개점, 외국계 대형마트 입점 소식과 같은 위기 속에서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필성슈퍼'를 지키기 위해 3대 가족은 고군분투한다. 서명활동과 투쟁으로 외국계 대형마트의 입점을 저지하기도 하고, 두부 한 모마저 배달해 주는 차별화된 영업전략으로 정정당당하게 이웃 마트와 경쟁을 하기도 한다.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슈퍼지만, 필성슈퍼가 위기에 처하면, 너 나 할 것 없이 모여 다양한 방안을 짜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가족 전체의 '간절함'이 담긴 슈퍼는 외부의 파도에 쉽게 흔들릴지언정 마냥 휩쓸리지는 않았다.
이는 쉬이 나아지지 않는 한글 실력에도 굴하지 않고 공부를 이어가는 할머니도, 할머니께 한글을 가르쳐드리면서 받은 용돈으로 연기학원을 다니며 배우의 꿈을 키우는 은동도, 마찬가지다.
흔들릴지언정 휩쓸리지 않는 간절한 마음.
나는 우리 가족을 떠올렸다.
장애를 가지게 된 후, 다시 일어서는 엄마의 간절함과 성실함을 보며 마음과 손길을 보태지 않기란 어렵다. (물론 뒷전에 물러나있는 가족도 있는 법이다.)
나, 그리고 아빠와 동생은 엄마가 열심히 하시는 만큼, 또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하셨던 만큼 이젠 우리가 돌려드릴 차례라는 마음으로 엄마를 지원해왔다. 지칠 땐 서로 상처 주기도 하지만 알고 있다. 우리가 함께 도달해야 할 지점을. 우리의 마음은 결국 같은 곳을 향한다는 것을.
그리고 아빠도, 동생도 나도, 엄마의 조력자만이 아닌 우리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 속에 흔들리고 넘어질지언정 휩쓸려 사라지지 않는 우리의 마음.
은동네 가족과 필성슈퍼의 이야기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오늘도 나아가는 중인 모두의 이야기였다.
내가 발하는 작은 빛이 누군가에게 길이 되고, 우리가 발하는 작은 빛들의 합이 더 큰 빛이 필요한 자리에 가닿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