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나는 날에는, 엄마
김선하 지음 / 다연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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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어린 딸을 두고 너무도 일찍 떠나버려야 했던 엄마를 오랜 세월 그리워 하며, 엄마의 삶, 엄마와의 추억, 엄마가 남겨준 삶의 지혜와 사랑을 하나 하나 곱씹어 가는 작가의 찬찬하고 애틋한 시선이 담겼다. '엄마'라는 이름은 고유하면서도 매우 보편적인 어떤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작가님과 어머니의 고유한 추억을 따라가며 동시에 '엄마'라는 이름이 갖는 보편적 의미, 그리고 나와 내 엄마의 고유한 추억까지 떠올려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동네 터널 입구 갓길에 차를 세우고 <천 개의 바람이 되어>을 들으며 엄마를 향한 그리움에 펑펑 울던 그녀가 해동 용궁사의 백팔계단을 어린 딸애와 걸으며 그곳을 함께 걷던 엄마를 담담히 떠올리기까지. 그런 담담함을 갖기 까지 필요했던 눈물과 세월은 살면서 우리에게 정말 소중한 것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을 짐작하게 했다.

엄마에게 '무조건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사랑'을 받은 작가는 지금은 딸과 카페에서 이어폰을 나눠끼고 음악을 함께 듣는 다정한 엄마이기도 하다. 엄마가 준 사랑이 내리 사랑으로 흘러 여전히 작가님 안에 살아있음을 상상하게 했다. 그렇게 엄마가 살아계심을 작가님은 믿으며 사시는 것 같았다.

우리는 모두 한때 단지 잘 자고 잘 먹는 것만으로도 엄마에게 기쁨을 주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 조건없는 사랑에 세상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삶으로 나아간다. 따라서 '엄마'는 누구에게나 잊혀지지 않는 존재이자 곧 '사랑'이다. 그 사랑을 우리 안에 가득 담아 곱씹고 곱씹어 필요한 곳으로 흘려 보내는 일이 그 사랑을 오래 기리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첫 눈이 소복하게 내린 오늘, 이제 정말 겨울이다.
추운 날씨, 마음에 온기를 품은 그리움 한 조각 띄워 엄마, 그리고 '엄마의 딸로서 나'의 삶을 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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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라는 젊음
박영배 지음 / 책과강연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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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여 년째 한 길을 가고 있는 나는 다양한 직업적 이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경외심을 가졌다.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삶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이직은 만나는 사람, 환경, 라이프스타일의 총체적 변화를 감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흔히들 ‘직업병’이라 말하는 몸에 배인 습이란 것도 있다. 그 모든 것을 벗어두고 또 새로 입는 일에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어떤 삶의 조각들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저자는 36년간 군 복무하고 전역한 예비역 장군이자 대학교수, 국책 IT연구소 연구원, 중소기업 CEO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 다양한 삶에서 깨달은 바를 ‘그대라는 젊음’에게 나누고 싶어 한다. 얼마나 나누고 싶은 삶의 지식과 지혜가 많을까!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의 목차가 ‘군대, 군인’에 초점을 맞춘 듯 말하지만, 내용은 모든 이에게 해당된다. 군대도 결국 사회의 축소판이니 말이다.

책은 손자병법, 중용부터 보수와 진보, 자유와 평등,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등 한 사람이 쓴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의 직업적 이력만큼이나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보통 사람과 목수의 집 그린 그리는 순서에 관한 이야기, 반복을 대하는 두 가지 관점, 네 가지 갈등 유형과 대처법, 몰입에 관한 내용은 나의 일과 일상을 비춰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 한 권을 읽기 전에 저자의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인해본다는 점도, 관심이 가면 저자와 화가의 뒤를 캐는 나와는 달랐지만, 충분히 시도해보고 싶은 방식이었다.

특히 학교와 사회의 능력평가를 말하는 부분에서는 의미도 모른 채 문제풀이하고 암기하던 나의 학창 시절을 상기했다. 고등학교 때 껍질을 깨고 나온 후에야 나는 진짜 사는 것 같았는데, 좀 더 어릴 때 내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런 어른이 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어느 인생 선배가 삶에서 길어올린 것들을 반추하며 내 삶에 적용할 지점을 찾고플 때, 일독을 권한다.

✔️ 젊음이 사라지고서야 보석처럼 남은 내 젊음의 이해를 그대에게 전합니다. 길을 떠나서 길을 찾기보다, 길목에서 그대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반복이란 단순히 ‘자연적으로 되풀이되는 것이냐?’ 아니면 ‘어떤 틀 속에서 목적을 가지고 되풀이 되는 것을 관리하는 것이냐?’에 따라 반복의 본직을 달리 볼 수 있다는 걸 의미하네.(중략) 어떤 사람은 똑같은 일을 하면서 정체되는 반면,어떤 사람은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한다네. 이것은 반복의 본직을 어떻게 규정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것일세. _89~9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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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의 밤 - 당신을 자유롭게 할 은유의 책 편지
은유 지음 / 창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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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해방의밤
#독서에세이#창비#새해독서
#서평단


다시 써야겠습니다. 우리의 핵심 도구는 이야기니까요.
“낮은 곳들로부터 벗어날 때 사다리로 쓴 논리와 서사를 다른 이들에게도 건네주고 싶"다는 솔닛의 자상함이 내 막힌 글을 뚫어주고 이야기를 끌어내주었듯이, 내 이야기도 누군가의 말문을 틔우는 입김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p38.

✍️
<해방의 밤>은 은유 작가님이 읽고 사유했던 책 속의 문장들을 통해 작가님의 사유를 풀어낸 책이다. 작가님은 전작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에서도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주셨는데, <해방의 밤>은 본격적인 양서 추천이면서 작가님이 관계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나를 해방시킨 문장들을 나누며 독자들을 같은 길로 이끌고 싶은’ 작가님의 진심어린 청유같기도 하다.

은유 작가님은 늘 우리의 시선을 낮고 서늘한 곳으로, 인간 이해의 깊은 곳으로 이끈다. 그 자신이 먼저 이 사회에 춥고 외롭고 목소리 없는 자들 곁으로 가서 듣고 보고 느낀 것들을 글로 쓰시니 더욱 설득력이 있다.

‘내 이야기도 누군가의 말문을 틔우는 입김이 되기를 바란다’는 작가님의 바램은 이미 많은 독자들을 통해 실현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형태 없는 감정, 압력만 있는 슬픔을 내 마음에 꼭 맞는 언어로 표현하는 글쓰기가 ‘이미 충분한 나의 그대가 되어주는 일’>(은유의 글쓰기 상담소)이라는 은유 작가님의 통찰이 헤매던 나를 내 심연으로 데려와 마침내 나도 글 앞에 선 것처럼 말이다.

작가님의 책은 정말 밑줄이 너무나 많아서 SNS에 정리하기가 힘들다. 앞만 보고 달리는 인생에 무언가 놓친 것이 없나 걸음을 멈칫하게 될 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고플 때 은유 작가님의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서문부터 속수무책으로 빠져들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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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도 인류애를 나눠야지 - 나누고 공감하고 환대하는 그녀들
천둥(조용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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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내 곁의 그녀들', '우리의 그녀들', '나를 키운 그녀들' 의 3장으로 나누어 나와 연결되고 흩어지며 하나의 무늬로 남은 '그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수많은 타인 중에 더 많은 그녀들의 서사가 쓰이고 읽히어 성차별적 사회의 편향이 조금이나마 극복되길 바라며.

거창한 그녀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는 '그녀들'과 더 많은 그녀들에게 곁을 내어주는 '좀 더 유명한 그녀들'이 있을 뿐. ​

저자는 '나누고 공감하고 환대하는 그녀들', 우리 주변의 수많은 그녀들이 결국엔 인류애의 초석이 아니겠느냐는 마음으로 몽글몽글한 시선으로 글을 써내려간다. 다정하다. ​

내 주변의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보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매우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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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최규승.이석구 지음 / 타이피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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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바라보아도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는 사실때문일까. 달의 뒷면은 꽤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가 된다.
「달의 뒷면을 본 여자들」
최규승 시인과 이석구 일러스트레이터가 협업한 그림시집, '그림으로 쓴 시 시로 그린 그림'이다.
이 협업의 계기가 굉장히 재미있는데, 최규승 시인의 '무중력 스웨터'라는 시를 읽고 떠오른 이미지를 이석구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표지그림 수록)으로 그려 SNS에 공유하면서 인친이 되었고, 점차 서로의 시와 그림에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달의 뒷면처럼 보이지 않는 여성의 내면세계와 감정의 디테일을 표현한 시, 몽환적인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시에 등장하는 여성의 시선은 매우 천천히 흐른다. 특히 「달 정류장」같은 경우 정류장을 오가는 행인들의 시간과 화자의 시간은 영원히 달리 흐를 것만 같다. 마치 무중력 상태와 같은 느낌의 일러스트는 이런 시의 감각을 더 극대화시키는 듯하다.

예술은 형태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은 같다고 할 수 있기에
이런 협업은 아주 흥미롭다.
또한 무엇을 숨기던 드러내던 상관없다. 달의 뒷면을 감각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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