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죽음에 대해서는 막연하거나 회피적인 경우가 많다. 나또한 그랬다. 나는 기독교 신자로서 죽음이란 이 땅에서의 할일을 마치면 부르신 때에 천국으로 가는 것으로만 여겼다. 그저 그 때만을 생각했다. 죽음을 앞둔 시간들에 대해서는 아무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 보건전문기자인 김지수 기자님의 책 '나의 사전연명의향서'는 단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넘어 연명을 선택해야하는 나의 의지를 더 생각하게 하는 강력한 촉매제였다. 그렇기에 연명치료에 관한 제도적 장치와 조력사망에 대한 찬반의 내용을 담고있다기보다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 결정권'을 더 중요하게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것이 느껴졌다.작가는 임종을 직접 겪은 유가족이자 수많은 연명치료 환자를 만나 온 보건전문기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독자는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과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만약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이입을 통해 죽음을 앞둔 순간의 '나'에 대해 더욱 깊게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된다.특히 책에 담긴 "'한두달 피었다가 떨어지는 봄꽃도 낙화하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친다. 만개하는 순간 떨어질 운명을 준비하면서 바람과 비, 변덕스러운 날씨를 겪어야 한다. 꽃을 피워낼 때와 같이 단계마다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의연함이 있어야 온전히 낙화할 수 있다.'"라는 구절은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이 구절은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가 떠오르게 하는데, '산유화'에서 꽃이 고독한 인생을 비유하듯, 이 책은 우리의 삶 또한 언젠가 떨어질 운명임을 말하고 있다. 즉, 만개하는 순간부터 낙화를 준비하는 꽃처럼, 인생의 마지막을 의연하게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와닿는다. 이러한 의연한 준비야말로 태어남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나로서 온전한 인생을 살았다'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는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나의 사전연명의향서'는 죽음을 회피하기보다 직시하고, 삶의 유한성 속에서 자기 존엄성을 지키며 온전한 마지막을 계획하는 지혜를 제공하는 책이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현재의 삶을 더욱 충실하게 살아갈 동기를 부여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나다운 삶'을 지킬 수 있는 실행 가능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 같다.생의 마지막까지 자신의 주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에게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