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에는 시대의 변화와 새로운 인간형에 대해 다루는 사상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면 '대중'이란 용어를 사용한 니체나 오르테가 이 가세트 같은 사람들이 있다. 그 시대는 서양의 전통적 토대인 종교의 영향력이 완전히 붕괴된 시기였다. 또한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회 각 부분에 변화가 일어났으며 세계는 열강들의 경쟁판으로 변화하였다. 르 봉의 '군중심리'가 갖는 특수성은 개인과 군중의 구분이다. 예를 들어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대중의 반역'에서 다루는 대중은 '특정한 정신구조를 가진 개인'으로 이해된다. 개인이나 집단이나 단지 수의 차이일 뿐 내면적 차이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르 봉은 개인과 군중은 심리적으로 완전히 다르다고 제시한다. 군중은 개인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지닌 존재인 것이다. 이 점이 르 봉이 동시기의 사상가들과 비교할 때 특히나 다른 점이다.
르 봉은 군중 행위의 기원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는 여러 가지 논리다. 르 봉에 따르면 이성적 논리는 인간 행동에 일부만의 영향을 행사한다. 그 뿐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 행위가 이루어진 후에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이성이 개입한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이는 이후 심리학의 발전 과정에서 실험을 통해 지지되었다(선로 딜레마 + fMRI). 둘째는 인종의 영향이다. 인종과 관련하여 르 봉은 집단 무의식을 제시한다. 이를 르 봉은 ‘유전의 토대’라는 용어로도 표현한다. 그런데 이 ‘유전’이란 말이 단순히 생물학적 의미는 아닌 듯 하다. 역사적 맥락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성 + 유전성 의 의미로 이해하는게 적절할 것 같다. 셋째는 사상과 신념이다. 사상은 문명에서 천천히 인종의 무의식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이 사상이 제시된 후, 시간이 흘러 뿌리를 내리게 되며, 이때 문명의 변화가 일어난다. 신념은 무의식적 기원을 가진 믿음 행위다. 르 봉에 따르면 ‘이성은 그것(신념)의 형성과 무관하다. 이성이 신념을 정당화하려고 애쓸 때 이미 신념은 형성되어있다.’ 고 한다. 위의 세 요소를 토대로 군중 행위가 이루어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민족(인종)은 유전의 토대로 인해 특별한 정신 구조를 갖는다. 민족의 행동은 보통 안정되어 있지만 어느 방향으로든 끊임없이 움직인다. 사상으로 인해 문명 내에서 행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르 봉은 완만한 변화와 갑작스러운 폭발로 행동하는 것 사이의 연결고리로 군중의 개념을 제시한다. 인종을 이루는 개인이 군중이 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심리적 특성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군중의 행위는 그 자체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쉽게 암시를 받기에 지도자에 따라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도 행동할 수 있다.
군중은 정신적 통일성을 갖는다. 물론 그 토대는 민족의 정신구조(집단 무의식)다. 하지만 민족의 정신구조는 인종으로서의 개인 또한 갖는다. 인종으로서의 개인에 특정 자극이 주어지면 군중으로 변화하게 된다. 자극은 숫자에서 비롯되는 힘을 가졌다는 감정과 책임을지지 않아도 된다는 감정이다(이후 몰개성화 현상으로 지지됨). 이러한 감정은 쉽게 전염이 일어난다. 이 내적 자극제 외에 외적 자극제가 있는데 그것은 암시다. 개인은 군중이 되는 순간 퇴행이 일어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외적 암시에 취약하게 된다.
군중은 사고를 하지 않고 반사적으로 행동한다. 또한 공통적으로 어떠한 기대를 갖고 있기에 암시에 취약하다. 또 군중은 이미지를 통해 생각한다. 말의 내용이나 논리가 중요한게 아니라 떠오르는 이미지, 감정에 따라 조종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군중을 제어하려는 자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단어 사용해야 한다. 군중은 그들의 영웅, 지도자에게도 과장된 감정을 요구한다(지나친 도덕성, 덕성 등). 이미지를 떠올리는 위력적 단어는 대개 모호함을 특성으로 갖는다(ex-민주주의, 사회주의 등).
군중의 암시와 행동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은 확언 – 반복 – 위엄이다. 여기서 위엄은 획득된 위엄과 개인적 위엄(성격적)으로 나뉜다. 개인적 위엄은 소수의 사람많이 갖는 특성이다(나폴레옹 등). 아마도 올포트의 주 특질과 유사하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르 봉은 법령의 변화로 사회를 바꿀 수 없다고 본다. 훌륭한 제도는 국민의 정신구조와 역사에 들어맞는 제도여야 훌륭한 것이다. 물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고쳐나가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르 봉의 사회개혁관은 점진적 개선이 아닌가 생각된다. 만약 극단적인 변화를 일으킬 경우 군중이 등장하여 다시 옛날로 돌아가려 하기 때문이다(아마도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르 봉은 사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변하고 사람들의 무의식에 스며든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