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부터의 도피
에리히 프롬 지음, 김석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에리히 프롬은 사상적으로 정말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 사람이다. 우선 그가 스스로 인정했듯,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로부터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관점,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관점은 프롬 사상체계의 핵심을 이룬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만 보더라도 성격에 접근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정신분석적 견해를 따르며, 심리적 요인에 사회적 요인, 물질적 토대를 고려하는 마르크스의 견해를 접목시키면서 프로이트의 견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모습을 보인다. 정신분석적 관점에 사회적 요인을 접목시킨 프롬, 설리번, 호나이를 보통 신프로이트 학파라 부른다. 이 뿐만이 아니라,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 초반부에는 대상관계적 접근을 통해 개체화 과정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이를 인류에 접목시킨 점이 또 흥미롭기도 하다.

 

 프롬 자신이 직접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프로이트, 마르크스와 더불어 프롬 사상의 뼈대를 이루는 또 하나의 사조가 바로 실존주의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도피기제를 설명하기 위해 죽음, 고독 등 인간의 실존적 조건을 언급하는 부분들로 미루어 볼 때, 프롬을 실존주의자로 분류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뿐만 아니라 이후 프롬의 저서들에서도 그는 심리학적 분석 뿐 아니라 윤리적 가치판단을 하며, 특히 올바른 사회관을 그린다. 이때 기준이 되는 관점이 실존주의적 윤리관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도 부분적으로 언급되는 것처럼, 진짜 이상적 사회의 기준은 우리의 가능성을 잘 펼쳐보일 수 있는 사회, 즉 우리의 실존을 구성해갈 수 있는 사회를 말하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프롬의 견해는 매우 인간적이고 휴머니즘적이다. 그렇기에 따뜻하며, 진정으로 인류의 행복을 바라는 그의 희망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프롬의 관점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프롬은 그 사상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나의 결론이다. 그것은 프롬이 말하는 진정한 자신에 대한 내용이다. 물론 프롬도 사회적으로 구성된 자신과 진정한 자신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하나, 진정한 자신이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는 않는다. 자유로부터의 도피에서만 보더라도 도피기제 중 하나인 자동적 동조와 대비해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프롬의 모든 사상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 있다는 토대 위에 서있다. 그런데, 적어도 여태까지 내가 봐온 것 중에는 그에 대한 정당화가 깊이 있게 이루어진 서술이 없었다. 이 점이 내겐 의문이며, 내가 아직 프롬의 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프롬의 저서들을 차분히 읽으 찾아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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