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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오인석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문화인류학의 고전으로 많이 읽히는 책이다. 이 책은 미국인이 미국인으로써의 시선을 최대한 배제하고 일본인의 사회적 성격구조를 밝히는 데에 목적을 둔다. 바로 이웃 나라에 살지만 이 책에서 기술된 일본인의 모습은 너무나도 생소했다. 미국인의 문화는 이성에 기초하여 합리성을 추구하는 문화다. 그렇기에 2차대전을 겪으며 그들이 본 일본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민족이었다. 죽을때까지 항복을 하지도 않고, 신체의 고통을 돌보지도 않고, 그러면서 항복 후에는 그 전투적인 일본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친절하게 대하니 말이다.
저자가 진단한 일본인의 성격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계층 제도에 대한 신뢰다. 계층 제도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식 자유주의적 사고에 기초하면 계층 제도란 불합리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은 계층 제도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진심으로 신뢰한다. 이 계층제도는 개인 간이나 사회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까지 포함한다. 여러 국가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위치를 갖는다. 저자의 시점에서 일본인들이 생각하기에, 세계가 평화롭지 못한 것은 저마다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본은 자신들이 나서서 국가들마다 적절한 위치에 있도록 하려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p.64). 계층 제도를 받아들인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왜 자신들이 그 계층 제도의 상층부에 있어야 하는지는 따로 설명이 없다.
저자는 일본인들의 덕 관념에 대해서도 분석을 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너무나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덕이란 온, 기무, 세상에 대한 기리, 이름에 대한 기리를 말한다. 온이란 채무를 지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명확하게 이해하질 못했다. 아마도 이 온을 갚는 것이 뒤이어 나오는 기무와 기리가 아닌가 한다. 기무는 의무를 말한다. 기무에서 또 천황이나 국가에 대한 기무인 주, 친족에 대한 기무인 고, 자신의 일에 대한 기무인 닌무로 나뉜다. 기무는 갚는데 한계가 없다. 기리는 자신이 받은 은혜나 부채를 갚아야 할 것을 말하며 수량이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덕들로 인해 계층제도 속에서 각 계층마다 지켜야 할 덕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 덕들은 서로 부딫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하나를 지키고, 다른 하나를 어기게 되기에 그에 대한 책임으로 자결을 해야 한다.
이러한 덕들은 성장함에 따라 내면화된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유아기 시절에는 이러한 덕들을 어기게 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아이들은 자유롭다. 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면서 덕을 배우고, 하나씩 제한이 생기게 된다. 그 결과 아이들은 불연속적 양육을 받게 된다. 더군다나 일본인은 특이하게도 육체적 쾌락에 대해서는 크게 제한을 두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자신의 계층을 지키고, 그 계층에 따른 덕만 지킨다면 육체적 쾌락을 어떻게 추구하든, 얼마나 추구하든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쾌락을 향유하고, 어린 시절엔 마음껏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누렸던 일본인이 크면서 중요한 일들에 마주하게 되면서 자유를 억압하고, 쾌락을 정신적으로 인내할 것을 요구받는다는 점에서 그들 내부에서 두 요소의 긴장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적어보았지만 뭔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저자가 쓴 일본인에 대한 분석들이 파편화된 상태로 머릿속에서 떠도는 것 같다. 이후 기회가 된다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