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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틀란티스 - 세상을 보는 글들 6
프랜시스 베이컨 지음, 김종갑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1월
평점 :
프랜시스 베이컨은 데카르트와 함께 근대 학문의 문을 연 사람이다. 수의 세계에 관심을 가진 데카르트와 달리 베이컨이 관심을 가진 건 자연 세계였다. 근대 실험과학의 시조라 할 만 하다. 「새로운 아틀란티스」는 베이컨이 그린 이상사회에 대한 내용이다.
베이컨의 이상사회 이전에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책 전반에 걸쳐 기독교적 배경을 전제한다는 점이다. 17쪽에서 기독교임을 우선 확인하고 대접이 달라진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역자의 주석에도 언급되었듯, 이는 당시 유럽인들이 기독교 문화 이외의 사람들은 미개인으로 취급했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컨이 그린 새로운 아틀란티스 섬은 풍요의 왕국으로 그려진다. 그 풍요의 원동력은 자연세계에 대한 탐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왕국의 대학이라 할 수 있는 솔로몬 학술원의 취지는 자연에 대한 탐구과 왕국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베이컨의 사제인 로울 리는 서문에서 ‘이 책에서 베이컨은 대학의 모델을 제시하려 하였다.’고 썼다. 솔로몬 학술원과 같이 자연의 탐구와 나라의 풍요가 대학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대학의 목적에 대한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이란 잣대를 들이댈 경우 나라의 풍요는 외재적 목적으로 분류되어 꼭 동의할수 만은 없다고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풍요를 진리탐구의 부산물로 이해한다면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베이컨의 구상을 읽고 드는 의문점은 두 가지다. 첫째는 과학기술의 부작용에 대한 염려이다. 책에 등장하는 솔로몬 학술원의 연구자의 서술에 따르면, 과학기술은 많은 풍요를 생산하였다. 들어가기만 하면 건강해지는 온천, 마시기만 하면 건강해지는 물 등 너무나도 멋진 세상이라 할 만 하다. 하지만 그 부작용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기에 판타지 세계에 나올법한 마법과 유사하다. 베이컨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부작용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 모양이다.
다른 의문점은 윤리, 가치에 대한 탐구의 부재다. 대학에서 추구하는 것은 자연의 탐구다. 그리고 섬의 사람들은 모두 행복하고 덕이 넘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까? 좋은 통치 제도라거나 윤리법칙에 대한 연구는 따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다(유일한 예외가 결혼제도). 아마 두 가지의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나는 윤리, 가치와 관련한 문제는 기독교의 문제로 떠넘긴 것이다. 그렇기에 베이컨은 따로 논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부덕의 원인이 물적 궁핍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할 경우다.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선 물적 풍요가 넘쳐나고, 그것이 모든 사람들을 굶주리지 않게 할 정도로는 배분되고 있기에 사람들이 덕을 갖춘다고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종교의 영향력을 생각해 보았을 때, 베이컨이 윤리적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은 전자의 이유 때문이 아닐까. 물론 이것은 내가 베이컨에 대한 이해가 거의 전무하기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고 단지 ‘그렇지 않을까?’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