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스타우트의 소설은 처음인데 정말 재미있네요. 솔직히 추리 소설이라고 해봤자 셜록 홈즈나, 애거서 크리스티, 엘러리 퀸 정도 밖에 모르기 때문에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추리 소설들을 보면 그 동안 너무 한 우물만 팠나 싶더라구요. 이렇게 많은 작가와 작품이 있는데 말이죠. 처음은 좀 지루하더라구요. 그런데 100페이지 넘어가면서부터는 일사천리입니다. 사건 진행이 빠르지는 않지만 답답하지 않게 시원스럽게 일이 풀리거든요.네로 울프라는 캐릭터를 보자면 갑갑합니다. 조수인 굿윈의 도움 없이는 거동이 좀 부자연스러울만큼 뚱뚱하거든요. 하지만 앉은 채로도 충분히 문제를 푸는 걸 보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_-; 중간중간 작가의 유머가 넘치는 문장들이 있습니다. 생선 대가리와 뼈를 통째로 먹는 여자에게 잠시나마 마음이 불타올랐었던 것을 참은 걸 안도하는 모습, 혹시나 말에 밟히는 손님을 보고 싶어서 잠시 기다리는 모습 등... 유쾌한 모습들도 있지만 역시나 살인 사건이 있었으므로 인간의 비정한 모습도 있었죠. 특히나 공범의 비열한 모습은 주범을 조금이나마 불쌍하게 하더군요. 트릭도 대단하지 않았고, 문제 해결 방식도 뭐 그다지 독특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작가가 독자에게 숨김이없이 정공을 택했고, 캐릭터들이 호감이 갔기 때문에 재미 있게 봤습니다.역시나 중역판인 듯 해서 몇 가지가 거슬리긴 했습니다. 남편을 계속 주인이라고 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말에도 주인이라는 단어에 남편이란 뜻이 있기는 하나, 제일 처음에 누군가 남편을 노리는 것같다고 털어놓는 여성이 주인이란 말을 꺼냈을 때도대체 누굴 얘기하는 건지 조금 헷갈렸습니다. 고유명사들도 현재의 외국어 표기법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지요. 작품을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의 것이긴 하지만 하나의 요소는 될 수 있지요. 괜찮은 작품이니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