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영화는 제 아들이 알려준 겁니다. 이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남자아이가 하나 등장하지요. 이 아이는 아마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아주 잔혹한 고등학교 생활을 경험한 것 같습니다. 생활이 온통 시험과 시험의 연속이었지요. 이런 화제를 대학교에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성숙했으니 얘기해도 무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남자아이는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자기 교실이 있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뛰어내리려 합니다. 그런데 건너편 건물 옥상에서도 학생 하나가 뛰어내리려 하고 있는 겁니다. 두 학생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뛰어내리지 않기로 마음먹습니다. 저는 훌륭한 작가가 훌륭한 평론에 귀를 기울일 때나 훌륭한 평론가가 훌륭한 작품을 읽었을 때 느끼는 기분도 바로 이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