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나라 갔어? 문지아이들
스티나 비르센 지음, 기영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누가 하늘나라 갔어?>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다룬 이야기다. 스웨덴 최고의 그림책 작가상인 ‘엘사 베스코브 상’과 ‘스톡홀름 시 문화상’을 받은 스티나 비르센이 글을 쓰고 그렸다.



할아버지 장례식 날 아기 새는 죽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교회 의자에 앉아 있는 아기 새는 춥고, 계속 이어지는 목사님의 말이 지겹다. 눈물을 흘리는 아빠 새를 보면서 슬퍼할 뿐이다. 뒤에 앉은 다른 아기 새도 마찬가지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슬퍼하는 어른 새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장례식이 끝나 교회 밖으로 나가자 기분 좋아진 아기 새는 “할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세요?”라고 묻고, 아빠 새는 “그건 아무도 모르지”라 대답한다. 아기 새는 “할아버지는 나비가 될 거야.”라는 ‘멋진’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 순간 하늘에 할아버지 새의 모습을 한 나비가 새 가족 위로 날아다닌다. 아빠 새는 아기 새의 말에 위로받으며 눈물을 멈춘다. 엄마 새와 아빠 사이에 서 있는 아기 새는 이때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을 어른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위로와 공감은 이렇듯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아빠 새의 슬픔을 위로하고 싶어 한 아기 새의 마음이 특별한 일을 해낸다.

하지만 아기 새는 죽음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나가는 할머니 곰에게 “할머니도 좀 나이 드시고 쪼글쪼글해 보”이는데 “죽을 거예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아기 새는 상대방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궁금한 건 무엇이든지 물어볼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존재다. “한참 더 살 거라는” 할머니 곰과 딱 달라붙어 있는 아기 곰의 눈썹은 동시에 찌그러지고 당황해서 눈동자를 어디에 둘지 모른다. 할머니 곰은 기운 넘친다는 걸 보여주려고 다리 한쪽도 들어올린다. 잠시 후 아기 곰은 놀랬던 마음을 잊고 “우리 같이 놀까?”라고 아기 새에게 말을 건다. 아기 새도 할아버지 새의 죽음이나 아빠 새의 슬픔에서 멀어진다. 아이들의 세계는 이처럼 눈물과 웃음이 뒤섞이면서 시시각각 감정이 달라진다. 어른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삶과 죽음, 슬픔과 즐거움이 일상에서 공존한다. 단지 어른들은 떠오른 생각을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장례식장은 슬픔을 위한 공간이니 어른들은 추위와 지루함을 내색하지 않고 엄숙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또, 어른은 처음부터 죽음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여기고, 아이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배우도록 하는 점이 다르다.



아기 곰과 놀던 아기 새는 실수인지 먹고 싶어서인지 나비를 삼켜버린다. 아기 새는 “아이코!” 하며 “나비가 죽었어요”라고 눈물을 흘리다가 엄마 새가 아빠 새에게 해주었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할아버지 대신 나비 상황으로 바꾸어 “아마 나비도 지쳤을 거야. 잘 살다가 떠난 거야”라고 죽음을 설명한다. 이제 아기 새는 죽음이 무엇인지 이해한다. 이때 아기 곰도 엄마 새가 아빠 새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안아준다. 아이 곰과 아기 새는 관계 속에서 공감하는 경험을 한다. 슬픔에 대한 이해는 엄마 새에게 아기 곰으로, 다시 아기 새로 이어진다. 이제 새 가족과 곰 가족은 풀밭에 함께 앉아 하늘 위에서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이별했던 누군가를 떠올린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함께 있는 즐거움을 누린다.



작가는 아이의 시선으로 ‘죽음’을 설명한다. 죽음이란 누군가를 영원히 잃어버렸기에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는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죽음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작품이다.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는 방식도 여러 가지이고, 개인마다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점도 보여주었다. 나비를 잃은 아기 새처럼 스스로 상실의 아픔을 경험하고 나서야 그 슬픔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다고도 알려준다. 한편 죽음을 모르는 아기 새가 아빠를 위로한 것처럼 마음만 있다면 뜻밖의 멋진 선물을 줄 수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을 자기만의 세계에서 두지 말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지며 시선을 돌려보면 좋겠다고도 한다. 그 세계는 아기 새가 알려준 나비를 통해서 만날 수도 있고, 아기 새가 슬픔에 잠긴 채 바라본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면서 찾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손을 잡았을 때나 돗자리 깔고 나란히 앉아 차를 함께 마시면서 발견할 수도 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다시 볼 수 없다 대신 어디선가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나비의 모습처럼 날아오지 않을까. 마음이 가라앉고 슬퍼질 때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던 마지막 순간부터 ‘잘 살다가 떠난 거야’라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위로받을 수 있다. 뒷 면지의 구름과 함께 있는 노란색, 빨간색 나비를 보다가 그리운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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