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77
로렌 톰슨 글, 조나단 빈 그림, 최순희 옮김 / 마루벌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빠가 구운 사과 파이> 로렌 톰슨 글, 조나단 빈 그림/ 48쪽 / 10,000원 / 마루벌 / 2009 원제 The apple pie that papa baked



달콤하고 따끈한 사과파이



방금 구워져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파이가 있다. 아빠가 만든 달콤하고 따끈한 사과파이다. 소녀가 눈을 떴을 때 아빠는 사다리를 들고 산을 올라가는 중이다. 닭은 새벽을 알리고, 고양이와 말이 따라가고, 소녀도 맨발로 아빠를 찾아 뛰어나간다. 빨간 사과가 화면 가득 나온다. 해님은 나무를 비춰주고, 아빠는 나무 위에 올라가 사과를 딴다. 나무 아래 소와 나뭇가지의 새는 아빠의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말은 발을 딛고 사과를 잡을 수 있게 소녀에게 등을 내준다. 이때부터 작가는 사과가 만들어지기 까지 자연에서 누가 도와주고 있는지 차례로 알려준다. 나무뿌리는 깊고 넓게 퍼지면서 나무를 크게 하고, 나뭇가지는 꼬부라지고 넓어지면서 사과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사과는 해, 구름, 비의 도움을 받아 주렁주렁 열린다. 깨끗하고 상쾌한 비, 둥글게 뭉쳐진 구름, 넓고 맑은 하늘, 이글이글 빛나는 해님 모두 온갖 생명이 자라는 세상의 일원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꾸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작가는 독자에게 잘 구워진 사과파이를 먼저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다음 장면으로 누가 어디에서 재료를 구했는지 알려준다. 잠시 뒤 검은색과 갈색만 있던 화면에 처음으로 빨간색을 사용하여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눈에 띄게 했다. 선명한 색은 평소에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어서 그렇다면 사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야기가 나무처럼 생명력을 갖고 자란다. 온 세상이 연결된다는 걸 하나씩 알려준다. 반복되면서 하나씩 더해진다. 다음 장면이 나올 때마다 전에 나온 내용이 반복되면서 더해지면서 글 분량이 늘어난다. 이 방식은 세상에서 사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우리 앞에 있는 음식재료가 어디에서 왔을까를 생각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작품 내내 아빠, 소녀, 동물이 등장할 때마다 뛰어다닌다. 동작이 경쾌해서 노래를 부르고 싶게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감탄하는 마음으로 보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노래를 만든 후 작품 속 글을 가사로 붙인다면 아이들이 쉽게 외울 수 있겠다. 동물도 아빠를 깨워주거나 옆에서 지켜주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갈 때 길 안내를 하면서 각각 모두 역할을 맡았다. 사과 파이가 만들어졌을 때 고소한 냄새를 맡으며 ‘나만’이라고 혼잣말을 한 소녀와 시무룩하거나 화난 표정을 한 동물이 나온다. 소녀가 우리 다 같이 먹자라고 하자 다들 사과 파일로 달려온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무 밑에서 아빠, 소녀, 등장했던 모든 동물이 곤히 잠든 장면에서 함께 사과를 나눠 먹은 뒤의 만족한 마음도 엿보인다. 표지에 나온 나무에서 사과를 반짝이로 처리한 부분이 아쉽다. 선명하게 등장해야 할 빨간색이 어두워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림 작가 조나단 빈의 데뷔 작품이다. 어린이 책 편집자 및 작가로 활동하는 로렌 톰슨이 글 작가이다. 뉴욕 타임즈 선정 베스트셀러 <아기 오리 꽥꽥이는 자야 할 시간이에요>, <잘 자요 아기곰 북극곰>, <우리 서로 사랑해요> 등의 작품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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