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도 산하작은아이들 45
이자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 야라 코누 그림, 최혜기 옮김 / 산하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은파도> 이자벨 미노스 마르틴스 글, 야라 코누 그림/ 36/ 11,000/ 산하 / 2014 원제 UMA ONDA PEQUEININ

 

책 바다에서 작은 소년과 파닥파닥 물장구

 

소년이 물속에서 발을 담그고 있다. 작은 소년은 조심스럽다. 발목까지 오는 바닷가에 서서 발로 물을 튕기면서 이게 바다라며 논다. 다음 장면에서 소년은 헤엄을 치고 있다. 느닷없이 그 작은 소년은 이 책이 바다라고 믿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때 독자에게 소년을 따라 바다의 한쪽 모서리에서 다른 모서리까지 헤엄치라고 말을 건넨다. 어느 순간 작은 소년은 새로운 걸 찾겠다며 깊은 물속으로 내려간다. 소년이 책 바다 깊은 곳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책을 덮어버리겠다 하고, 파도타기도 싫다고 하고, 아무것도 믿고 싶지 않다며 화를 내고 바다를 멀리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소년이 겁내지 않고 물속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

작가는 독자에게 책을 읽지 말고 온몸으로 느끼라고 요청한다. 글자가 한 줄로 배열되어 있는 책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그림책 전체에 걸쳐서 바다에 줄을 그어놓았다. 책인지 바다인지 혼돈스러운 파랑색 사각 공간에서 헤엄치라고 주문한다. , 소년이 물장구치면 바닷물이 책 밖으로 튕겨 나오니까 물에 젖게 된다고 귀띔을 해준다. 이때 독자는 책을 코끝에 대고 숨을 들이마시면서 짜디짠 바닷물 냄새를 맡을 준비도 한다. 독자의 역할은 경험자로서 끝나지 않는다. 책바다에서 무서운 걸 보고 두려워하는 소년을 위해 책속으로 들어와 함께 바다에 들어가라고 이끈다. 독자가 겁을 내는 소년처럼 파닥파닥 물장구치지 않고 머리부터 물속으로 넣으면서 뛰어들 때 작가에게 잘했어요!’라는 칭찬을 받는다. 용감한 독자 덕분에 소년은 이제 바다 위만이 아니라 깊숙한 공간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된다. 독자는 소년을 도와주는 존재다.

손으로 만지면서 오돌도돌한 질감을 느껴보게 하는 책이 아니다. 글로 설명하는 방법도 아니다. 이야기가 허구라는 걸 독자에게 알려주는 메타픽션적인 작품이다. 작가는 책을 읽고 있는 독자와 대화하면서 상상력을 이용하여 차가운 물, 짠 바닷물의 맛, 바다 냄새를 맡으라고 한다. 어두컴컴한 책바다 속으로 들어가길 겁내는 소년과 함께 풍덩 들어가게 만든다. 수많은 밑줄이 그어진 바다모습 책에서 소년이 수영하며 만드는 물결은 그림이자 이라는 글자가 된다. 얼마나 재미있게 볼지는 결정권은 독자에게 달려있다. 저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괄호 속에 보여준 혼잣말도 듣고, 안내받은 대로 이야기 처음과 후반부 그림의 다른 점을 찾아보고 싶은 사람은 책 바다 구경을 실컷 할 수 있다.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은 그림책 작가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미국 그림책 작가 버지니아 리 버튼이 <작은집 이야기>에서 글의 배열을 그림으로 만든 작품처럼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독자들은 그 새로운 세상에 뛰어들고 싶어한다. 포르투갈 작가 이자벨 미노스 마르틴스가 글을 쓰고, 브라질 작가 아라 코누가 그림을 그렸다. 이자벨은 이야기 창작을 위해 젊은 화가들과 출판사를 설립했다. 의기투합해서 어떤 작품을 또 만들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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