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말코, 네 이름 - 조금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너에게
구스티 지음, 서애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코, 네 이름> 구스티 글그림/ 148쪽 / 16,800원 / 문학동네 / 2018 원제 MALLKO Y PAPA
더 많이 내줄수록, 더 많이 받아
스페인 일러스트레터이자 애니매이터 구스티의 <말코, 네 이름>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난 아들 말코와 함께 한 시간을 담은 그림책이자 에세이다. 작가에게 블로냐 도서전 라가치 특별상 대상을 안겨주었다. 구스티는 말코가 태어났을 때 마음의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고백을 한다. 그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어요”라는 문구를 한 화면 가득 쓰며 갈등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몇 해 전, 구스티는 신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경험하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린다. 신은 그의 간절한 바람에 응답하고, 보통 아이보다 두 배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말코를 보낸다. 구스티에게 말코는 엄청난 군대를 이끌고 자기의 성을 파괴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작가는 아이 낳는 일을 두고 포토샵으로 되살리거나, 망친 그림처럼 찢거나 지울 수 없다고 속상해한다.
후회하는 구스티와 달리 부인이나 큰 아들은 의젓하다. 부인 아네는 있는 그대로 나올 권리가 아이에게 있다는 걸 느,끼고 임신 중 양수검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형 테오는 “얼굴이 초록색이든 빨간색이든” 아니면 “개미 더듬이처럼 기다란 귀”를 가졌다 해도 아무 상관없이 “내 동생이 최고야”라고 말한다. 구스티는 테오에게서 세상을 밝히는 한 줄기 빛을 본다. 아내와 큰 아들에게 교훈을 얻은 구스티는 이제 변화하면서 말코의 세상에 뛰어든다. 구스티는 아이에게 택시, 응급차, 말, 트레일러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종일 옆에 붙어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면서도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노는데 익숙하다. 말코가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머리칼을 잡아당기는 건 어울리고 싶다는 신호라는 걸 알아챈다. 그는 말코의 특질과 성격을 계속 해서 배우고, 탐색한다. 그 결과 말코에게 진실로 필요한 것은 오직 한 가지 ‘사랑’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배운다. 또 ‘좋아하다’라는 단어의 의미가 누군가에게 사랑과 매력을 느끼는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비록 아무도 말코의 빛을 알아보지 못할지라도 구스티는 볼 수 있다.
말코를 돌보는 과정은 너무나도 특별하여 한 가지 방법으로 보여줄 수 없다. 구스티는 낙서로 끄적거리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 오려 붙이고 연결해서 그림을 그린다. 만화컷으로 말코와 보내는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총천연색 펜을 이용하여 드로잉을 한다. 아이와 종일 노느라 차분하게 그릴 시간이 없어서인지 구스티의 선은 매번 삐뚤거린다. 인위적으로 다듬으려는 시도 없이 자연스럽다.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걸 구스티는 이제 알고 있다. 작가는 말코와 노는 장면을 작은 만화컷으로 조각내어 세밀하게 보여주었다. 아이는 놀면서 사람들과 지내는 법을 배우므로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놀이를 하는 모습이 애니메이션처럼 다가와 독자를 사랑의 감정에 녹아들게 한다.
작품을 다운증후군 아들을 둔 구스티의 성장기로 볼 수도 있다. 조건 없는, 티끌 한 점 없는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싶었던 구스티는 원하는 바를 얻었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주어진 걸 기꺼이 받는다는 뜻”이라고 배운 내용을 독자에게도 전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질병을 가진 게 아니라 선물을 작게 받은 것뿐이라고 말한다. ‘정상이란 무슨 뜻일까요’라는 구스티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싶은 분에게도 추천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봐도 좋겠다. 장애인이란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 더 필요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장애를 가진 부모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하는 사회에서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배우면서 성장하고 싶은 어른이 읽어도 좋다. 더 많이 내줄수록 더 많이 받는 ‘심장의 마법’을 엿볼지도 모르겠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412/pimg_718984134291086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