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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으로 나오다 - 북한 정치범수용소 완전통제구역
신동혁 지음 / 북한인권정보센터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북한에 '정치범수용소'라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계속 읽어보고 싶어했던 책이다. 저자는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 곳을 탈출하여 중국을 건너 남한으로 온 신동혁이라는 사람이다.

먼저 정치범수용소라는 말은 말 그대로 정치범을 수용하는 곳인데, 한국에서는 감옥과 같은 곳이다. 죄수들을 모아 놓은 감옥 마을이라고 하면 적절하려나..

 

정치범 수용소의 사람들은 북한에서 죄를 지어서 그 곳에 가게 되었고, 거기서 태어난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 혹은 할아버지,할머니가 죄를 지어서 들어왔고, 자신이 일을 하면서 그 죄를 씻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사람들은 옥수수 쌀로 만든 밥과, 염장배추 등으로 만든 국을 먹는다. 밥의 양은 적고, 이 역시 일을 잘 하지 못하면 반으로 줄어든다. 여자들은 남자들의 성노리개가 되기 쉽고(속옷(브래지어)과 생리대가 배급되지 않는다.), 결혼은 '표창결혼'으로 일을 잘하면 담당 보위지도원이 시켜주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서로 사랑해서 하는 결혼, 그런 것은 없다. 옷도 몇 벌 주어지지 않고, 잠도 수십명이서 같이 자거나, 방 한칸에서 살거나 한다. 일을 잘 하지 못하면 밥을 굶기 쉽상이고, 매를 맞기도, 공개 처형을 당하는 일도 있다. 일을 하다가 사람이 죽기도 한다.

책 내용에서 꽤 충격적이었던건 선생님이 반 아이들 소지품검사를 하는데, 여자아이의 주머니에서 밀 이삭 5개가 나왔다고 사정없이 때렸다. 그리고 그 아이가 죽었다는 거. 물론 책 내용에 그 선생님의 기분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맞아서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어떻게 밀 이삭 다섯개 가지고 여자아이를 그렇게 때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그저 태어난 곳에서 자라고 살아왔기 때문에 완전통제구역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단지 우리의 부모와 조상들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 죄를 씻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만을 갖고 있었다.」

 - 37p

 

「그러나 건설 현장에서 누가 죽는다고 해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없다. 단지 나의 목숨이 붙어 있음을 확인하고 다시금 자신의 자리에서 일을 할 뿐이다.

발전소 건설 현장은 매일 매일 삶과 죽음을 가르는 심판장과 같았다」-149p

 

「아버지도 지하감옥에서 고문을 심하게 받은 듯 했다.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는 두 다리가 멀쩡하였는데 나왔을 때 보니 오른쪽 다리 아랫부분(정강이)이 밖으로 휘어져 있었다. 고문을 받고 부러진 다리가 잘 붙지 못한 것 같았다.」- 184p

 

「나와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어머니의 교수형이 집행된 직후 형에 대한 공개총살이 집행되었다.」

 - 190p

 

「관리소 생활 기간 중 돈사 시절에 그래도 가장 잘 먹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끼니때 마다 주는 밥의 양은 같았지만 돼지를 키우기 때문에 사료로 쓰는 옥수수를 몰래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10p

 

「나와 같이 일하던 28세 정도 되는 공진수라는 수리공이 자기가 담당하는 재봉공이 재봉기 축을 부러뜨렸다는 이유로 그녀의 얼굴을 발로 마구 때렸는데 그 여자는 결국 입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228p

 

「보위지도원은 곱게 생긴 여자 아이들을 마음대로 갖고 논다. 그래도 그 누구도 아무런 처벌을 할 수 없다.」-241p

 

「나는 이제 내가 할 일을 정해야 할 것 같다.

우선 보위부 14호 관리소의 실체를 세상에 알리고 세계가 나서서 한 나라에서 나서 자랐어도 없는 존재로 살아야 하는 그들을, 북한의 인권을, 세계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김정일을 심판대에 세우고 그들을 구출하여야 한다.」- 322p

 

나는 내일은 무슨 음식을 먹고, 어떤 옷을 입을지, 어디에 갈지, 무엇을 할지 고민한다. 내 머릿속에 '배고픔'이라는 단어는 있기는 하지만 나와는 연관이 없는 단어였고, 넘어져서 무릎이라도 까지면 아프다고 징징대기 쉽상이었으며, 따뜻한 부모님 아래서 하고 싶은 거하고 갖고 싶은 걸 가지면서 자랐다. '의식주'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었던 것이고, 주위에 못 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의식주라는 단어는 누구나 갖추고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론 갑부의 아들,딸이나 외국의 패리스 힐튼과 같이 태어나면서부터 '부'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인권이라는 단어에 관해서는, 사람의 권리,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고, 투표를 할 수 있고, 배울 수 있고, 누군가에게 강요받지 않는,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빈곤한 국가(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쪽 등의)의 아이들이 배우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데 할 수 없음에 가슴아파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인권이라는 단어에 대해, 그리고 내가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그리고 북한에 사는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권이라는 건 무엇보다도 입고, 먹고, 잘 수 있는 그런 권리이다. 내가 생각했던 투표, 교육 등은 좀 더 좁은 의미의 인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의식주가 제대로 갖춰졌느냐이다. 그런데 내가 읽은 책 속의, 들은 이야기 속의 북한 사람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인권이라는 게 없었다. 하라니까 하는 거고, 먹을 게 없으니까 굶어죽는 거고...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에서 태어났지만 누군가는 그렇게 고통을 겪고, 나는 이렇게 뭐가 먹고 싶다고, 사고 싶다고 투정부리는게 부끄러워졌다.

 

고등학교 때, 통일을 주제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 땐 통일이 되던 말던 나랑은 상관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통일이 되면 물론 땅도 넒어지고, 이산가족 문제도 해결되고, 북한의 지하자원을 쓸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의 힘도 키워지겠지만, 문화적인 차이도 크고, 살아온 방식도 다르기에 많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또 지금 독일의 모습처럼, 남한이 북한을 먹여살려야 하기 때문에 지금 남한 사람들에게 쓰는 돈을 북한 사람들에게 쓰면서 되려 남한의 못사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북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 당장은 무리가 있더라도, 통일을 해야 한다. 북한 사람들이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그들이 자신의 인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많은 연예인들이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 가서 불쌍한 아이들을 돕는 걸 방송에서 보거나, 혹은 신문기사를 통해 읽었다. 참 따뜻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들에게서 감동도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도와줘야 할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북한 사람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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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음, 오숙은 옮김 / 미래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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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 Frankenstein By Mary Shelly


Summary) 이야기의 도입 부분은 북극행 탐사선을 지휘하는 선장 로버트 월튼이 누이에게 보내는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로버트는 북극행 탐사선을 지휘하면서 일어나는 일들과,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 등을 누이에게 말하다가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만난 후 그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빅터가 로버트에게 해 준 기괴한 이야기를 누이에게 전해준다. 빅터가 로버트에게 해 준 이야기는 빅터가 말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중간에 빅터가 창조해 낸 괴물이 하는 이야기는 괴물의 시점에서 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결말 부분은 도입 부분과 마찬가지로 로버트 월튼이 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끝난다. 결말에서 빅터는 로버트에게 자신이 만든 창조물에 대한 후회와 인생에 관한 조언을 한 후 죽고, 괴물은 빅터의 죽음을 본 후 로버트에게 자신의 삶에 관한 생각을 말한 후에 인간들과 떨어진 곳에서 스스로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빅터는 제네바에서 자상한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그리고 사촌(어머니가 입양한) 엘리자베스, 그리고 일곱 살 어린 동생과 함께 스위스 그리고 벨리브의 전원 주택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는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 파라켈수스,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등 고대 과학자들에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책을 읽고 탐구한다. 제네바에서 학교를 다니던 그는 잉골슈타트 대학교를 다니며, 자연철학 특히 과학 공부에 몰두한다. 발트만 교수의 강의를 듣고 그는 과학 공부에 더 집중하며, 다른 학생들에 비해 월등한 실력을 보인다. 그는 생명에 관심을 보이다가 2미터 50센티의 괴물을 만드는데, 이는 그의 여생의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꼴이 되었다. 그는 괴물의 기괴한 외모에 충격을 받아 괴물을 버리고 만다. 괴물은 2년 동안 한 따뜻한 가족을 통해 언어를 배우고 책을 읽으며 사고를 확장시킨다. 그는 인간처럼의 관계를 원하지만 자신의 외모로 인해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며, 빅터의 집에서 나올 때 가지고 온 그의 일기를 통해 제네바로 간다. 제네바에서 빅터의 동생인 윌리엄을 죽이고, 프랑켄슈타인 가족과 오랫동안 정을 쌓고 지낸 저스틴에게 뇌를 뒤집어 씌워 저스틴 마저 죽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빅터는 제네바로 돌아오고, 자신이 창조해 낸 괴물이 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의 실수를 책망하며 제네바의 자연을 보며 마음을 달래다가 괴물을 만나고, 괴물은 빅터에게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자 괴물을 만들어주면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타협안을 제시한다. 빅터는 동의하고 절친한 친구인 앙리 클레르발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여자 괴물을 만들 준비를 하고, 여자 괴물을 만들지만 만들던 도중 자신의 여생도 중요하지만 이 괴물이 번식을 하고, 또 세상에 악이 될 거라는 생각에 여자 괴물을 만드는 것을 중단한다. 빅터의 뒤를 쫓아다니며 그를 지켜보면 괴물은 이 사실에 분노하며, 빅터의 친한 친구인 앙리를 죽이고, 빅터와 결혼한 엘리자베스를 신혼 첫날밤에 죽인다. 엘리자베스를 아끼던 빅터의 아버지는 결국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결국 빅터는 괴물의 만행에 분노하고 그에게 복수를 하리라 다짐하며 그를 죽이러 떠난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괴물에게 상대가 되지 않던 빅터는 괴물을 죽이지 못하고 결국 자신이 먼저 죽고 만다. 괴물은 빅터가 죽은 후에 로버트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람들이 모르는곳에서 조용히 죽을 거라고 말하고 떠난다.


Comment) 프랑켄슈타인 책을 읽기 전에는 프랑켄슈타인이 괴물 이름인 줄 알았다. 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이 무시무시한 괴물에 관한 이야기 일거라고 단정 지어 생각했었다. 하지만 1학기 때 걸리버 여행기를 읽기 전 나는 어렸을 때 읽은 짧은 걸리버 여행기로 그냥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괴물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예를 들면 생명의 존엄성, 인간의 고립, 사람들의 이기적임 등)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카루스의 날개가 생각이 났다. 너무 욕심내어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결국 떨어져서 죽은 이카루스의 조카. 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그 조카와 같다고 생각했다. 과학,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이루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자신의 이기적인 열망으로 생명을 창조해냈다가 결국 파멸의 길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참 이기적인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후에 빅터는 인류를 생각하여 여자 괴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중단하지만,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괴물을 만드는 작업을 할 땐 그러한 사실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몇 년 전 황우석 박사의 배아 복제가 이슈가 되었었는데,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문득 그 생각이 났었다. 인간은 아이를 낳는 행동을 제외하고 다른 생명을 창조해 낼 권리가 있을까? 인간 복제라는 건 자연적으로 아이를 낳는 게 아닌,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생명을 창조해 내는 건데, 인간이 이를 해도 되는 걸까?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는 건 아닐까? 달에 사람을 보내고, 과거에는 못할 거라 믿었던 일들이 현실에 일어나면서 인간 복제가 전혀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어쩌면 빅터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인간 복제를 한 과학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과학이 발달하고, 세계가 변하면서 난 문득문득 겁이 나고, 더 이상 발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가져 본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일상생활이 더욱 편해진 건 맞지만, 악플로 인해 사람들은 상처 받고, 심지어는 자살을 하며, 지나친 컴퓨터 게임으로 인해 현실과 가상 세계를 혼동한 아이들은 부모를 죽이기도 하는, 전혀 달갑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이다.

괴물은 자신이 생각을 하기 전, 아무것도 모르고 자연을 마냥 즐겼을 때 더 행복했다고 말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오히려 아무 것도 모르고 사는 게 더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오히려 조금 불편하더라도 오히려 발전되지 않은 사회에서 사는 게 더 행복한 것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전 세계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측정했을 때, 발전되고 잘 사는 북반구의 나라보다, 발전되지 않고 못 살던 남반구에 위치한 나라의 행복지수가 더 높았던 걸까?

여기서의 괴물은 어쩌면 인간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관계에 속하고 싶어 하고, 사랑받고 싶어 하고, 또 잘 안되면 힘들어 하는.

그리고 복수라는 단어에 관해서도 생각을 해 보았다. 나는 사랑을 받던, 미움을 받던 받은 만큼 똑같이 해주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복수를 하려는 것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 아니면 자기 혼자 불행할 수 없으니 자신을 불행하게 한 사람도 불행해야 한다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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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빌가의 테스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고전총서: 서양문학 16 SNUP 동서양의 고전 20
토머스 하디 지음, 김보원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줄거리


배경은 블랙무어 골짜기의 한 마을. 잭 더비필드는 가난한 도붓장수이다. 트링엄 신부는 마을을 지나가던 길에 잭 더비필드에게 더비필드네 가문이 원래 유서 깊은 더버빌 가문이었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몰락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잭 더비필드는 그 사실을 집에 알리고, 부인인 조운 더비필드와 다른 마을에 있는 더버빌 부인에게 사촌이라고 알리고 테스를 보낼 생각을 한다. 테스는 아버지 대신 도붓장수 일을 하러 나갔다가 집안의 가보라고 볼 수 있는 말을 죽이게 되고, 말을 죽인 죄책감 때문에 다른 마을에 있는 더버빌 부인의 집에 가서 일을 한다. 거기서 더버빌 부인의 아들 알렉의 눈에 들지만, 테스는 알렉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알렉은 테스를 임신시키고, 알렉은 테스의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 마을을 떠나며 테스 역시 고향으로 돌아온다. 아이를 낳았으나 1년이 채 못 되어 죽었다. 마을에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살다가 테스는 여름에 어머니의 사촌이 있는 다른 마을에 가서 목장 일을 한다. 거기서 예전에 고향 마을에서 춤을 추고 간 적이 있는 엔젤 클레어를 만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테스는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은 채, 그 과거 때문에 엔젤의 결혼을 쉽게 승낙하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결국 결혼한다. 신혼 첫날 밤, 엔젤은 자신이 과거 다른 여자와 하룻밤을 잔 잘못을 했다고 테스에게 고백하고, 이 고백을 들은 테스도 자신의 과거를 엔젤에게 고백한다. 엔젤은 충격을 받고 이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한 다음, 다음 날 둘은 나중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엔젤은 브라질에서 농사일을 알아보며 역병에 시달리는 등 고생을 하고, 테스도 척박한 환경의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 고생을 하다가 그 곳에서 개심하여 목사 일을 하고 있는 알렉 더버빌을 만난다. 알렉 더버빌은 테스를 자꾸 쫓아다니고, 가난한 테스의 집안을 도와주기도 한다. 테스의 아버지 잭 더비필드가 죽고, 더비필드 가는 살던 집에서 쫓겨나서 전전긍긍하지만, 알렉 더버빌의 도움으로 자리를 잡고 테스는 알렉과 결혼한다. 그러던 중 엔젤은 브라질에서 돌아온 후 테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테스를 찾아나선다. 테스는 알고 보니 알렉 더버빌과 결혼한 상태. 하지만 엔젤이 테스를 찾아온 날 테스는 알렉을 죽이고 엔젤과 며칠간의 도피 생활을 하다가 살인죄로 잡혀서 죽게 된다.


 

Comment


어느 세상, 어느 사회에 살던지 원하는 사랑을 얻는 건 힘든걸까 ? 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 토마스 하디의 '더버빌 가의 테스'를 읽었다. 내가 산 책은 500장이나 되는 굵은 번역본이라서 책의 내용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이걸 언제 다 읽나...'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그리고 먼저 짧게 간추려진 번역본을 읽은 친구들에게서 "프랑켄슈타인에 비하면 진짜 재미없고 지루하다."라는 평을 들은 터라, 책을 사고 나서 한 동안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나에겐 시험이나 발표 준비와 같은 일이 닥치면 평소 손에 쥐어지지 않던 책도 정말 재미있게 읽히고 그 책을 읽는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11월 둘째 주 주말에 그랬다. 11월 셋째 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교양과목 발표와 영문학사 다윈 부분 발표가 있어서 나폴레옹 책에 관한 책과 영문학사 책을 읽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테스가 손에서 떨어지질 않아서 결국 과제는 테스를 다 읽은 일요일 밤부터 시작했다. 쨌든, 그 덕분으로 테스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테스를 읽는 동안 나는 집안(가문), 사회, 그리고 여자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맏이인 테스가 가난한 집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하여, (사실은 말을 죽인 죄책감 때문에) 더버빌 가의 하녀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어렸을 적 보았던 '육남매'라는 드라마가 떠올랐다. 거기서도 맏이인 딸이 가난한 집안과 동생들을 위해서 공장에 들어가 힘들게 일을 했었는데.. 안타까웠다. 테스에게는 자신이 뭘 하고 싶다는 꿈이 없었을까? 아니, 그 당시 여성들에게는 어떤 직업을 가지겠다는, 뭘 하겠다는 그런 구체적인 꿈같은 게 없이 그냥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야 했고,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일을 하고, 결혼을 해야만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하지만 끝부분에 자신의 사랑을 위해 알렉을 죽이는 테스를 보면서, 그럴 용기가 있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부모님께 가기 싫다는 표현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명망 있는 더버빌 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잭과 조안 더비필드가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허세를 부리는 걸 보면서 사회 속에서 가문의 역할이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몰락하고 도붓장수 일이나 하는 가난한 집안인데, 그런 더버빌 가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자신들에게 무슨 이익을 얼마나 줄까봐서.. 그런데 괜히 허세를 부리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뭔가 자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시대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씩이라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우리 부모님도 내가 꽤 귀여웠던 어린 시절, 딸이 귀엽다는 자랑을 서슴없이 하셨고 (왜 요즘에는 안 하시는지 모르겠다. :( 얼굴이 많이 변했나 보다. ) 성적을 잘 받아오거나, 남자친구한테 커다란 곰인형을 받아 온 것도 자랑하셨으니. 음, 어쩌면 이건 허세랑은 조금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또한,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테스가 속한 사회가 참 불합리 해 보였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순결을 억지로 뺏긴 건데, 자신은 고통을 겪어야 하는 사회. 왜냐면 여자니깐. 비슷한 경험을 엔젤도 가지고 있는데, 엔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왜 ? 남자니깐. 딱 내가 싫어하는 사회다.


책이 길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배경 묘사가 길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배경 묘사를 상세하게 해 놓으면 책을 읽고 이해를 하고 공감을 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는 걸까? 내가 책 읽을 때와 읽고 나서를 생각해 봤는데, 배경에 대한 부분에서는 하나도 기억나는 게 없다.


나도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뭐랄까, 나는 테스를 읽으며 내가 테스가 된 기분이었다. 자꾸만 자신에 대한 사랑을 강요하는 알렉이 싫었고, 도대체 떠난 이후로 힘들어 죽겠는데, 게다가 다른 남자가 집적거리는데 편지 한통 없는 엔젤이 미웠다. 그리고 테스를 그렇게 만든 집안 상황이 싫었다. 엔젤도 너무 했다. 테스가 자신의 의지대로 한 것도 아니고, 자신도 좋지 않은 일을 당한 것인데, 그 고통을 이해하고 같이 아파하며 보듬어 주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한순간에 사랑했던 감정이 식어버리고, 차가운 눈초리로 테스를 바라보고. 책 속에서 테스는 다른 남자와는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남자란 다 똑같은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남자친구도 엔젤과 같은 똑같은 남자라는 동물이고.


테스가 얼굴이 예뻐서 그렇게 불쌍한 삶을 산 것 같다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래도 여자는 얼굴이 예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가 있었던 시대에도, 그리고 내가 사는 시대에도 물론, 외모가 전부는 아니지만, 얼굴이 예쁘다고 살기 불편한 건 아니니깐. 오히려 득이 되면 득이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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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 내 몸을 망치는 달콤한 중독
클라우스 오버바일 지음, 김희상 옮김 / 더북(The Book)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동안 내 관심을 사로 잡은 책이다. 평소의 '나'라면 관심을 갖지 않았을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기말고사 후 사회시간에 설탕의 위험성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서점에 있었던 다른 책들보다 이 책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감수'니, '추천'이니 다른 책에선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분명 그런 것들로 하여금 사람들이 설탕의 위험성을 알기를 - 아님, 판매부수가 더 오르길 기대했는지도.. - 바랬겠지만, 내가 보기엔 같은 내용만 반복하고, 책의 구성을 복잡하게 만들기만 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있는 '정지행의 한마디'는 책의 여러 부분에 나온 내용을 간단히 간추리고, 거기다 몇 개의 한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덧붙인 것으로 '빈칸채우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어렸을 적의 난, 달콤한 맛에 반해 숟가락을 사용해 작은 통 안에 든 설탕을 몇 번씩이고 퍼 먹으면서 즐거워 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생각해보면 온갖 질병들을 내 몸 속으로 초대한 셈이다. 책에 나온 '설탕이 일으키는 안 좋은 것'들을 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 설탕이 주범이 되는 질병 - 그 중에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있는것들,문제가 될 수 있는것들.- 은 짚고 넘어가야 겠다.

 

 '동맥경화, 심장마비, 뇌졸증, 모든 종류의 당뇨병, 고혈압과 각종 순환계 질병, 비만, 제 2형 당뇨병으로 발생하는 신장병, 온갖 장기의 손상, 시력 상실, 관절염, 현기증 , 호흡곤란, 의욕상실, 실직, 부부 관계의 파탄, 심적 불안, 무력증, 비관적 태도, 공포, 신경질적 발작, 병이 진행되는지 알 수 없는 잠복당뇨병, 충치, 신진대사 증후군, 우울증, 저혈당증(집중력을 떨어지게 만들고, 범죄 형성 가능성이 있다.) 등'

 

 이 책을 읽으면서 한낱 가루에만 불과한 설탕이 얼마나 많은 질병과 문제들을 일으키는 가에 대해 매우 놀랐다. '내가 저런 질병들 중 하나에 걸린다면 ?' 이라는 무서운 생각과 상상들이 나를 덮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단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저런 병에 걸린다면 그 치료비는 누가 댈까?' 라는 ..

 

 학교에서 설탕, 감미료가 많이 들어있는 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먹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깝다. 지금 저 친구가 맛있다고 먹는 것들이, 나중엔 무서운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게.

 

발렌타인데이다. 서양에선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 초콜렛이나 선물등을 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렛을 주는 날. 시내에 갔었는데, 여자 남자 할 것없이 초콜렛바구니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런 발렌타인 데이, 그리고 곧 다가올 화이트 데이가 겉으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지 모르지만, 안으론 사랑하는 이의 몸을 헤치는 '악마'가 될 수 있다.

 

몸에 나쁜 설탕이 듬뿍 들어있는 초콜렛, 사탕보다 더 좋은 선물은 없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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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벤 메즈리치 지음, 황해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MIT수학 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수학 올림피아드의 천재들' 을 주문하니 함께 왔던 책이다. 나는 같이 올거란 생각도 하지 못해서(아빠가 책을 주문하셨기 때문에.) 책을 손에 쥐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사실, 이 책의 내용은 몇년전에 서프라이즈에서도 한 번 나왔었다.)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MIT 공대생중 한명인 Kevin을 중심으로 이 책의 이야기는 흘러간다. Kevin은 어느날 같은 학교를 중퇴한 마르티네즈와 피셔에게 'MIT 비밀 블랙잭 클럽'에 들어와라는 제의를 받는다. Kevin은 그 제의를 받아들이고, 3가지 시험을 통과한 후 그들의 클럽에 진정으로 속하게 된다.

그들은, 미국에 있는 여러 카지노를 돌면서 수백만달러를 손에 쥔다. Kevin 은 비밀 블랙잭 클럽에서의 생활과,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이중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카지노 클럽에선 '블랙잭'에서 몇만 달러씩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사설탐정들과 카메라등을 이용해, 그들을 카지노의 명단에 올려놓는다(누군가 카지노에게 그들의 정보를 알려줬다.)그 후 그들 사이에선 분열이 생기고, 두 그룹(피셔와 마르티네즈/ 케빈)으로 나뉘어진다. 케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그룹은 카지노에서 블랙잭을 하여 계속 돈을 땄지만, 결국 꼬리를 잡혀 그만두게 된다.

간단히 추린 줄거리가 엉성하단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책의 간단한 내용은 이렇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오션스 일레븐'을 봤었다. 그 영화를 보고 '참 스릴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이 간접적으로 스릴을 느끼기엔 더 좋았다.

검은색 양복을 입은 관리인 '데이비드 크로스'가 케빈에게 '미스터쇼, 잠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라고 얘기했을땐, 내 심장도 두근두근 거렸다.

책을 읽고 나서, 친구의 사촌형-MIT 공대생-과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내가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이야기를 꺼냈다. 난 책을 읽고나서 아직도 그런 클럽이 존재할까?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 존재한다고 했다. 물론 그 사촌형한테도 졸업 후 카지노에서 돈 벌 생각이 있냐는 제의도 들어왔었다고.

사실 난, 카지노에 대해선 부정적인 생각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파탄으로 몰고 간다는. 그런 생각. 아직 부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참 스릴있는 곳이라는거. 나도 한 번쯤 가서 그 곳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는 거.

이 책을 읽으면서 '돈'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울게도 웃게도 만들고, 사람들이 허황된 꿈을 꾸게도 만드는 돈. 참 무서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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